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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남녀 배우자 1순위’로 보는 취업난…1999년 ‘의사·법조인’→2019년 ‘공무원’
직업·학력보다 경제력·가정 환경 봐
결혼 당위성, 여성보다 남성 비율 ‘뚝’
[연합]

[헤럴드경제=윤호 기자]20년 전 여성은 배우자로 전문직과 금융직을, 남성은 배우자로 교사와 예술인을 선호했지만, 최근에는 남녀를 불문하고 공사 직원·공무원 배우자를 최우선 순위로 꼽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저성장·저금리 시대에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배우자를 찾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21일 헤럴드경제가 입수한 듀오휴먼라이프연구소·최인철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팀의 20년치 설문 자료 분석 결과에 따르면 1999년 여성의 선호 배우자 직업 1~3위는 ▷법조인, 의사 등 전문직(21%) ▷금융직(15%) ▷정보통신 관련 직(13%) 순이었다. 인기 전문직을 비롯해 ‘성장 시대’를 맞아 크게 수요가 늘어난 금융업과 당시 IT(정보통신기술) 붐이 반영된 순위다. 남성의 경우 1~3위는 ▷교사(31%) ▷일반 사무직(27%) ▷예술인(12%)이었다.

반면 지난해 연말 조사에서는 남녀를 불문하고 배우자로 공무원·공사 직원(남 13%·여 13%)을 가장 선호했다. 2위 일반 사무직(남 12%·여 11%)와 3위 교사(남 10%·여 8%)도 남녀 같았다. 불과 1년 전 7위에 그쳤던 남성 교사에 대한 선호도가 3위로 뛰어오른 점이 눈길을 끈다.

이에 대해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저성장 시대, 특히 배우자 직업이라는 점에서 본인보다 안정적인 직업을 원하는 현상이 두드러진 것으로 보인다”며 “본인의 삶이 불안정하다 보니 규칙적이고 육아 시간이 확보되며, ‘워라밸(일과 생활의 밸런스를 맞춘다는 뜻의 단어)’과 노후가 보장되는 배우자 직업을 선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혼을 생각하는 남녀의 나이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1999년 결혼 계획 평균 연령은 남성 30.8세·여성 28.1세였다. 그러나 2009년에는 남 33.2세·여 31.1세, 지난해에는 남 34.8세·여 33.5세였다. ‘3포세대’, ‘7포세대’ 등 결혼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청년이 늘어나면서 고령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배우자 선택 시 고려 사항의 경우 1999년에는 남성은 성격·외모·직업, 여성은 성격·직업·학력 순이었으나, 2009년에는 남성은 성격·외모에 이어 직업 대신 경제력을 더 선호했다. 여성도 성격 다음으로 직업보다 경제력을 봤다.

지난해에는 남성은 성격(27%)에 이어 외모(15%)와 가치관(10%)을 중요하게 여겼고, 여성은 성격(27%) 다음으로 경제력(16%)과 가정 환경(11%)을 고려했다. 성격을 제외하면 남성은 외모, 여성은 경제력을 보는 현상이 큰 틀에서 일치했다. 성장시대에서 ‘수축시대’로 접어들면서 직업이나 학력보다 집안 자산 규모 등 경제력과 가정 환경, 가치관을 중요시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1999년 ‘그렇다’라고 응답한 남성은 82%, 여성은 54%로 남녀 간 차이가 컸다. 반면 지난해에는 같은 생각을 하는 응답자가 남성은 37%, 여성은 33%로 ‘아니다(남 32%·여 37%)’라고 답한 비율과 엇비슷했다. 1999년 당시에는 남성 중심 사회로 남성만큼은 결혼으로 이득을 본다는 인식이 짙었지만, 현재는 남녀 모두 결혼으로 인해 얻는 이득보다 희생이 크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이한 점은 1999년 설문에 주요 요건으로 자리했던 ‘선호하는 배우자의 성격’이 최근 조사에서는 실종된 것이다. 당시 조사에서는 남녀 모두 ‘유머스럽고 밝은 성격(남 38%·여 53%)’에 가장 호감을 느꼈다. 이와 관련, 곽 교수는 “최근 조사에서는 성격 조사 항목 자체가 빠지고 대신 연봉, 자산, 직업 등 경제력에 대한 설문이 세분화됐다”며 “문항 자체가 사람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실리를 중심으로 바뀐 모습은 씁쓸한 세태를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youkno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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