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김유나씨 장기이식 새삶
한국서 김씨 부모와 첫만남
2016년 1월 23일(현지시간)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한 김유나(당시 19세·작은 사진) 씨에게 신장과 췌장을 이식받은 미국인 킴벌리 앰버(23)(오른쪽) 씨와 그의 어머니 로레나 씨.[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제공] |
‘제1형 당뇨병’. 미국 여성 킴벌리 엠버(23)씨가 두 살 때 받은 진단명이다. 어린 앰버 씨의 삶은 늘 고통이 함께했다. 음식 조절, 혈압 체크는 물론 살을 파고드는 주사도 그에게는 일상이었다. 병원이 학교보다 더 익숙한 곳이었다.
앰버 씨를 지독히도 괴롭히던 당뇨는 결국 신장결석이라는 또 다른 질병으로 이어졌다. 당시 그의 나이는 18살이었다. 매일 밤 그녀를 괴롭혀 왔던 일상에 8시간 동안 혈액투석기에 매달려야하는 새로운 고통이 추가됐다.
‘매일매일이 도전’이던 앰버 씨의 삶을 바꾼 것은 한국인 고 김유나(당시 19세) 씨의 신장과 췌장이었다. 2016년 1월 23일(현지시간)이었다. 제주에서 미국 애리조나로 유학을 떠났던 김 씨는 시험 기간을 맞아 평소보다 일찍 집을 나섰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과속하며 달려오던 차는 김 씨가 탄 차를 들이박았다. 운전을 하던 사촌 언니가 뒷좌석에 앉아 있는 김 씨를 돌아봤을 때 김 씨는 이미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딸의 사고 소식에 김 씨의 부모는 서둘러 미국에 갔지만, 뇌사 상태로 의식 없이 호흡기만을 의지한 채 누워 있는 딸의 모습을 마주했다. 긴 고민 끝에 김 씨의 부모는 장기 기증을 결심했다. 김 씨의 왼쪽 신장과 췌장은 당시 19살이었던 앰버 씨에게 전해졌다.
이식 후 앰버 씨의 삶은 달라졌다. 그는 “날아갈 듯하고 새 사람이 된 기분”이라고 김 씨의 부모에게 보내는 감사 편지에 적었다. 건강을 회복 한 후 2018년에는 결혼도 했다. 앰버 씨는 현재 대학에서 물리치료사 준비를 위해 공부하고 있다.
미국에선 뇌사 장기 기증인 유가족과 이식인이 서로 원할 경우 교류할 수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유가족과 이식인이 서로 만날 수도, 편지를 보낼 수도, 소식을 전할 수도 없다. 장기등 이식에 관한 법률에 의해 서로 간 정보공개가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20일 앰버 씨는 1만㎞를 건너 그의 영웅인 김 씨의 부모와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첫 만남을 가졌다. 그는 “나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해 준 유나의 가족들을 만나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상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