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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대 때문에’…가족 있어도 보호시설 들어가는 아이들
서울시 아동양육시설 현황 조사
입소兒 46% 학대로 가족과 분리
생활고·한부모·부모이혼등 뒤이어

가족이 있는데도 아동보호기관에 입소한 아동 10명 중 5명 가량은 부모 등 가족으로부터 학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 여주에서 아동보호기관에서 지내던 아홉 살 아이가 다시 가족 부모 품으로 간 지 2년 만에 집 안 찬물 욕조에서 학대받고 숨진 사건이 우리 사회에 충격을 주는 가운데, 아동보호기관의 역할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희생된 아이의 경우 계모로부터 학대받은 전력이 있는데도 아동보호기관은 “잘 키워보겠다”는 부모의 말만 믿고 아이를 돌려보내 일을 키웠다. 시설 아동이 원가족으로 복귀할 때 공공이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해야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 이유다.

17일 서울시 산하 여성가족재단(이하 재단)의 최근 보고서 ‘아동복지시설 운영 효율화 방안 연구: 원가족 복귀 지원을 중심으로’를 보면 2019년 11월 현재 서울 시내 아동양육시설 34곳에 있는 아동은 모두 1993명이며, 이 가운데 원 가족이 있는 아동이 757명으로 38%에 이른다.

원가족이 있는 아동 가운데 원 가족과 연락 가능한 아동은 77.8%(589명), 또 최근 5년 간 원가족으로 복귀한 아동은 38.7%(293명)다. 원가족 대부분은 부모(682명)이며 그 밖에 친인척, 조부모 등이다.

애초 가족과 분리된 원인은 ‘학대’가 1위로, 원가족이 있는 아동의 46.1%(349명)를 차지했다. 이어 빈곤(19.8%), 한부모(19.2%), 이혼 등 기타(11.2%), 원가족 수 수감(1.8%), 원가족 질병(1.5%) 순으로 나타났다.

원가족이 없는 아동의 경우 대부분 ‘베이비박스’ 아동이었다. 2019년 12월 서울시 아동복지센터 자료 일부 분석 결과, 2001년 이후 입소 아동 2140명 가운데 입소 원인은 유기가 936명(43.7%)으로 가장 많았다. 학대(22.3%), 생활고(7.9%), 미혼부모아(6.6%), 부모이혼(5.8%), 부모가출(4.3%) 순으로 뒤를 이었다. 부모복역도 22명(1.0%), 가출아동도 4명이었으며, 기타가 129명이다.

유기아와 부모 사망을 제외하면 입소 원인 1위는 학대다.

재단이 입소아동과 기관, 자치구 담당자 등을 심층 면접한 결과, 원가족이 아동을 다시 데려가는 이유 중 하나는 부모 필요에 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양육자가 있으면 군대가 면제되므로 친권자인 젊은 아빠가 군대를 면제받기 위해서, 수급비를 더 많이 받기 위해서 등 경제적인 이유에서다. 한 자치구 담당자는 “솔직히 본인 필요에 의해 아이를 데려가는 경우가 좀 더 많다. 부모 연령이 어리거나 미성년자일 수록 그런 경향이 좀 더 많다”고 실상을 전했다.

부모가 무조건적인 희생을 하거나 자녀에 애착을 보이던 과거와 달리 본인 필요에 의해 자녀를 버리고 취하고 있다는 얘기다.

아동의 경우 시설 생활이 장기화하고 연령이 높아지면 자립심이 커져 원가족과의 관계에서 자신의 유불리를 따지는 경향을 보였다. 한 중학교 3학년 아동은 “아빠랑 살면 눈치를 보지 않나. 더 모아도 그만큼 지출도 많아지고”라고 했고, 또 다른 중 2생은 “가족이 있어 짜증나는 게 퇴소하면 아빠는 아빠한테, 엄마는 엄마한테 오라 그러는데, 불편하고 싫다. 차라리 여기서 살면 특별전형 써서 고등학교, 대학교를 좀 더 좋은데를 갈 수 있다”고 솔직한 속내를 털어놨다.

송이은 재단 책임연구원은 “원가족이 아동을 보호하기를 원하는 경우 안전성에 대한 진단, 평가하는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아동이 원가족으로 복귀하기 위해서는 아동 부서를 중심으로 한 유기적 연계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면서 여가나 여행 프로그램 관계 개선 지원, 멘토가족 프로그램 운영, 다양한 가족 지원 허브 구축을 제안했다. 송 연구원은 무엇보다 “아동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최선의 이익 원칙이 지켜져야한다”고 강조했다. 한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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