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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우리 돈 넣어야 우리 유니콘

지난해 말 배달앱서비스 업체 ‘우아한형제들’이 독일 ‘딜리버리 히어로( DH)’에 인수됐다는 소식이 나온 직후 스타트업계의 친한 지인에게 전화가 왔다. 그는 이 사안을 언론은 어떻게 보고 있느냐고 물었다.

6년 전만 해도 100억원대에 불과하던 기업가치를 40억달러(약 4조6000억원)로 불려 엑시트(투자금 회수)까지 진행했으니 창업주와 투자자엔 초대박이다. 해당 사안에 깊은 인사이트는 없었기에 그저 “대박 이면에 독점과 국부 유출 우려 정도로 보고 있는 것 같다”며 여느 속보와 비슷한 답변을 했다.

뻔한 소리가 나오자 답답했는지 지인은 지분 이야기를 꺼냈다. 최대주주인 중국계 힐하우스캐피털을 필두로 미국의 알토스벤처스, 골드먼삭스, 세쿼이아캐피탈차이나, 싱가포르투자청(GIC) 등 해외 자본이 보유한 87% 지분이 독일계 자본에 매각됐다는 점을 환기했다. 우아한형제들의 매각을 국부유출로 말할 수 없는 게 이미 중국, 미국에 넘어가 있던 외국계 회사라는 것이다.

우아한형제들 김봉진 대표 개인적으로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그를 포함한 경영진이 보유한 주식 13%는 6000억원 가치다. 초기 자본금의 무려 2만배다. 우아한형제들과 DH가 싱가포르에 설립하는 합작사 ‘우아DH아시아’의 회장으로 취임해 평소 꿈꿔오던 글로벌 시장 개척에도 본격 나설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시야각을 넓히면 투자의 가장 큰 과실은 중국이, 시장은 독일이 가져가 버린 상황인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재주는 한국 기업이 부렸는데, 돈은 중국과 독일 기업이 챙겼다.

야금야금 경제 헤게모니를 넘겨주면 어느 순간 감당할 수 없는 부작용이 온다. 기우가 아니다. 한국 아이콘에 대한 글로벌 자본의 침투는 현재완료 시제다. 2019년 현재 국내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스타트업) 현황을 보면 우아한형제들 말고도 쿠팡, 옐로모바일, L&P코스메틱, 크래프톤, 비바리퍼블리카, 야놀자, 위메프, 지피클럽, 무신사, 에이프로젠 등 10곳이 더 있다. 이들 업체 대부분에 상당한 일본, 미국, 중국의 외자가 들어와 있다.

유니콘들은 국내 기업에 인수되거나 한국 증시에 상장하기보다 글로벌 기업에 흡수되는 게 시장의 기회나 자금조달 면에서 유리한 게 사실이다. 이 대목에서 지인이 정말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정부의 소극적인 투자였다. “우리나라는 정부에서 입김을 넣은 벤처캐피털이 과감한 투자를 외면하고 리스크가 높다 싶은 건 쳐다보지도 않는다.” 스타트업 기업들이 늘 하는 엄살이라 하기엔 눈앞의 현실이 워낙 엄중하다.

지난해 말 당정은 10조원 규모의 자금을 투자해 유망 벤처기업 1000개를 만들기 위한 K유니콘 프로젝트를 가동한다고 발표했다. 범국가적으로 유망 기업을 발굴·지원해 혁신성장의 토대를 만들고 이를 통해 제2의 벤처 붐을 일으키겠다는 계획이다.

이런 거창한 계획이 과거에는 없었는가. 지원은 사양하겠으니 방해나 하지말라며 노골적으로 정부를 비난하는 이들도 많다. “10조 투자해 유니콘 1000개 만들면 1000조냐” “나라에 경쟁력이 없는데 돈 퍼붓는다고 되느냐” “혁신 기업 막는 규제나 풀어라”는 비판이 따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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