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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헌 집 줄게, 새 집 다오”…리모델링의 재발견

  • 분양가 상한제 등 규제로 재건축 ‘꽁꽁’
    상대적 진입 장벽 낮은 리모델링 ‘주목’
    사업 속도 빠르고 아파트 몸값도 ‘껑충’
    강남 역세권, 강북은 한강변 중심 활발
    분당 등 1기신도시 67%가 사업 동의
  • 기사입력 2020-01-10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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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 상한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안전진단 강화 등 최근 규제로 꽁꽁 묶인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들이 크게 늘고 있다. 서울 강남권이나 분당 평촌 등 1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간헐적으로 추진되던 리모델링사업이 서울 전역의 노후 단지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2000년대 중후반 한차례 일었던 리모델링 붐이 재현될 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현재 서울에서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단지는 42곳 2만5000여가구〈표 참조〉에 이른다.

특히 용적률(전체 대지 면적에서 건물 각층 면적의 합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 재건축 수익성은 낮지만 입지나 교육, 인프라가 좋은 지역인 강남이나 한강조망권 지역 등에서 리모델링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 등 고강도 규제에 따라 새 아파트 공급이 수요에 비해 절대 부족할 것으로 예측되면서 신축 또는 준신축 아파트의 시세가 크게 오르자 이에 편승하려는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재건축이 위축될수록 리모델링 사업이 반사이익을 누릴 수 밖에 없다”며 “강남권 ‘나홀로 아파트’들은 그동안 투자자와 실수요자로부터 외면받아 왔지만 강남 입지라는 매력이 있어 리모델링을 통한 가격 상승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준공 15년 이상이면 가능…안전진단 등 재건축보다 장벽 낮아 사업추진 속도 빨라

리모델링은 낡은 아파트 주거환경을 개선한다는 점에서 재건축과 같지만 사업 방식이 다르다. 재건축은 기존 건물을 허물고 완전히 다시 짓는 방식이다. 리모델링은 건물을 받치는 기본 구조물(뼈대)을 그대로 둔 채 고쳐 짓는다. 내력벽 때문에 아파트의 좌우 폭을 넓히기는 어렵고 앞뒤로 늘리는 경우가 많아 아파트 평면이 재건축보다는 못하다.

재건축은 대개 준공 30년 이상된 아파트부터 가능하지만, 리모델링은 준공 15년 이상이면 가능하다. 재건축의 경우 30년이 지나도 안전진단 D,E 등급을 받아야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 반면 리모델링은 안전진단에서 B 등급 이상이면 층수를 높이는 수직증축 리모델링이 가능해지고 C 등급 이상은 수평· 별동 증측이 허용되는 등 재건축 보다 인허가 기준이 까다롭지 않다. 주민 동의율도 시행초기 80%에서 66.7%까지 낮아졌다.

재건축은 대개 기존 가구 수보다 많은 물량을 짓는다. 조합원 몫을 제외한 주택을 일반에 분양해 사업비 부담을 줄인다. 다만 사업 절차가 복잡하고 임대주택 의무 건설, 초과이익환수제 같은 규제를 적용받는다. 리모델링은 이런 규제를 받지않아 사업이 순항하면 추진위 결성부터 입주까지 6년 정도면 가능해 재건축보다 속도가 빠르다는 점이 매력이다.

리모델링은 기존보다 늘어나는 가구가 많지 않다. 일반 분양분이 적다는 뜻이다. 정부는 2014년, 가구 수 15% 증가 범위 안에서 최대 3개 층(14층 이하 2개 층, 15층 이상 3개 층)까지 수직 증축 리모델링을 허용하는 내용의 주택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일반분양 물량을 통해 조합원 수익을 조금이나마 높일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다만 기존 단지보다 30가구 이상 늘어날 경우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다. 이에따라 대형 아파트 단지는 분양가 상한제 규제를 피하기 어렵다.

리모델링 마친 아파트, 준신축 대접받아 몸값도 ‘껑충’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이유는 아파트가 낡은데다 단지 용적율이 높아 재건축을 할 수 없기 때문이지만 몸값이 올라간다는 기대도 크다. 리모델링 효과가 극명히 드러난 사례가 서울 강남구 ‘도곡쌍용예가클래식’이다. 1978년 준공한 복도식 옛 동신아파트가 31개월간 리모델링을 거쳐 2011년 지하 3층~지상 최고 13층의 계단식 아파트로 탈바꿈했다. 전용면적이 84㎡에서 107㎡로 늘어났다. 침실·욕실이 하나씩 더 생겼고 안방 드레스룸 같은 편의시설도 추가됐다. 옛 동신아파트 주민들은 가구당 1억9500만원의 부담금을 냈다.

구조 변경이 ‘앞뒤 늘리기’에 그쳐 아쉽다는 지적도 나왔지만 리모델링에 따른 가격 상승 효과는 뚜렷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2007년 2분기 동신아파트 전용 84㎡의 평균 매매가격은 6억8000만원이었다. 하지만 10년후인 2017년 2분기 평균 거래 가격은 11억원에 달했다. 부담금을 감안해도 25.7%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도곡동 아파트 매매가격은 평균 10.3% 하락했다. 지금 가격은 투입비용의 두 배인 18억원에 이른다. 이재국 금융연수원 겸임교수는 “리모델링을 하면 전용면적이 늘고 헌 집이 새집으로 바뀌는 ‘새집 효과’까지 더해져 재건축 만큼은 아니지만 인근 구축보다 가격 상승폭이 큰 곳이 많다 ”고 설명했다.

서울 마포구 현석동 ‘밤섬 쌍용예가 클래식’ 아파트.옛 밤섬 호수아파트〈위쪽 사진〉를 리모델링했다. 지상 1 ~2층을 개방한 필로티 구조로 바꾸는 대신 2개 층을 수직증축해 10층에서 12층 아파트로 탈바꿈, 저층부도한강 조망이 가능해졌다. [쌍용건설 제공]

한강변인 마포구 현석동의 밤섬예가클래식은 1990년 준공된 옛 호수아파트가 2012년 2개층 수직증축 리모델링으로 재탄생한 곳이다. 현재 85㎡ 호가는 11억~13억5000만원으로 밤섬현대 84㎡10억~11억5000만원 보다 높다.

리모델링 사업을 가시화한 아파트도 몸값이 뛰고 있다. 1986년 입주한 성동구 옥수동 극동 아파트는 전용 84㎡가 11억원에 거래되며 1년 전 보다 2억원 넘게 값이 올랐다. 서초구 잠원동아, 잠원훼미리 등도 리모델링이 추진되며 3억원 안팎 올랐다.

전문가들은 기존 단지 용적률이 180% 이하면 재건축이, 200% 이상이면 리모델링이 적합하다고 조언한다.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2000년대에 준공된 16년~17년차 된 아파트 가운데 500가구 미만 아파트 단지는 리모델링 사업 속도가 빨라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은 강남 역세권, 강북은 한강변 중심으로 리모델링 추진 활발

분양가 상한제 등 공급규제 부동산 대책으로 최근 신축 집값이 꾸준히 오르자 용적률이 200%가 넘어 사업성이 좋지 않은 재건축 대신 규제를 덜 받고 사업 추진이 빠른 리모델링을 선택하는 곳이 늘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에서 40개 단지(추진위 설립 이후)가 리모델링을 추진 중이다. 특히 강남 역세권, 한강변 등 입지가 뛰어난 곳을 중심으로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 가운데 사업추진이 빠른 곳은 서울 강남구 개포 우성9차다. 포스코건설이 시공하는 이 단지는 2015년 시공사 선정 이후 약 4년 만인 지난해 3월 말 착공에 들어갔다. 2021년 말 입주를 목표로 한다. 포스코건설과 조합은 이 아파트 232가구를 수평 증축해 가구별 면적을 106㎡, 107㎡, 108㎡로 늘리고 지하 1층이던 주차장을 지하 3층까지 확장할 예정이다.

서울 오금 아남, 이촌 현대, 대치 선경3차, 잠원 한신로얄 등은 사업계획승인을 완료했거나 진행 중에 있다. 오금동 아남아파트는 서울 송파구의 첫 리모델링 단지다. 올해 하반기 공사(시공사 쌍용건설)에 들어간다. 수평증축을 통해 지하 1층~지상 15층 2개동 299가구에서 지하 3층~지상 16층 2개동 328가구로 재탄생한다. 늘어난 29가구는 모두 일반분양한다.

강북권에선 한강변이 주목된다. 마포구 신정동 ‘서강GS아파트’ 리모델링 추진위원회는 올 초까지 조합 설립과 시공사 선정에 나서기로 했다. 538가구 규모인 이 아파트는 리모델링을 통해 3개 층을 높이는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검토하고 있다.

1기 신도시 주민 ‘열에 일곱’ 리모델링에 동의

분당 일산 등 1기 신도시 29만가구는 2021년 이후 준공 30년에 도달하게 된다. 1기 신도시 5곳의 평균 용적률은 198%다. 통상 기존 주택 용적률이 200% 이상이면 재건축을 해도 수익성이 떨어진다.

경기연구원에 따르면 1기 신도시 자가 거주자 66.9%가 리모델링 사업 추진에 동의했다. 리모델링 유형에 대해서는 세대수 증가 없이 노후 배관 교체, 방 수 추가 등 불편 사례별로 추진하는 ‘맞춤형 리모델링’에 대한 선호도가 60.1%로 조사됐다. 전용면적 및 세대수 ‘증가형 리모델링’, 설비교체와 내·외부 마감 개선 등 노후 시설 개선에 초점을 맞춘 ‘수선형 리모델링’은 각각 19.9%의 선호도를 보였다. 반면, 리모델링 시 사업비 일부를 부담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42.5%로 절반이 넘지 않았다. 문호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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