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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T과학칼럼-박주용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 과학과 문화 잇는연결고리는 ‘창의성’

세계 주요 선진국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경제의 핵심 기반은 과학기술이다. 우리나라는 일상 속에 과학기술이 깊이 들어와 있는 대표적인 나라로 꼽히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앞으로의 계속된 성장을 위해 미래의 과학기술을 만들어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주고 있다.

모든 과학기술은 인간이 필요로 하는 것을 실현하기 위해 문제를 이해하고 해법을 만들어내는 방향으로 발전한다. 역학과 기계에 대한 과학기술이 인간의 물질적인 필요를 해결해낸 산업혁명을 일으켰고, 인간의 소통 욕망을 해결해낸 20세기 인터넷 혁명을 일으킨 것이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그러나 물질과 소통은 인간에게 반드시 필요하지만 인간의 궁극적인 욕망은 아니다. 현대사회에서 물질은 풍족해졌지만 사람들은 기계의 한 부속처럼 일하고 일하며 여전히 박탈감을 느끼고, 무한한 소통이 가능해졌지만 의견의 대립과 갈등은 갈수록 더 심각해지고 있다. 이 같은 문제들이 지속되는 것은 현재와 같은 수동적인 물질 소비와 소통만으로는 자신의 소망을 능동적으로 실현해 궁극의 삶의 만족을 찾는 ‘자아실현’을 해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학기술은 자아실현에 대한 욕망을 해소하는 새로운 과학혁명을 일으킬 수 있을까?

사람들에게 자아실현을 위해 하고 싶은 일을 물으면 많은 이들이 자기만 갖고 있는 심상이나 음상, 이야기를 자기의 손과 몸을 이용해 그림, 음악, 글로 표현하는 것이라고 한다. 즉 자연과 환경으로부터 인간의 오감(五感)을 통해 전해지는 자극으로 말미암아 갖게 되는 느낌이나 우리 안에 만들어지는 이미지들을 빛과 소리 같은 매체로 창의적으로 표현해내는 문화·예술 활동을 통한 자아실현의 즐거움과 성취감에 대한 욕망을 갖고 있다.

인간의 냉철한 이성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 과학기술과 열정적인 감성을 대표하고 있는 예술, 이 둘은 본질적으로 다르고 함께하기 어려운 것처럼 생각될 수 있다. 그러나 20세기 대표적 이론물리학자 겸 철학자인 데이비드 보옴은 겉으로 무질서해 보이는 자연 속에 숨어있는 고차원의 질서를 발견해내는 능력을 ‘창의성’으로정의했다. 이렇게 발견된 질서를 수학과 논리로 표현하는 것이 과학이요, 빛과 소리의 조합으로 그려내는 것이 예술이므로 둘 사이에는 깊은 연결고리가 있으며, 예술로부터 느끼는 아름다움을 과학에서도 느낄 수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창의적인 문화·예술 활동을 통한 자아실현은 과학기술이 반드시 해결해야 할 새로운 도전일 뿐만 아니라 그 자체의 본성에도 부합하는 궁극적인 소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창의성의 과학’은 인간의 인지·창작과 관련 있다는 점에서 현재 주목받고 있는 인공지능(AI) 연구의 한 분파로 볼 수도 있겠지만, 현재의 인공지능 연구는 인간 능력의 일부인 계산력만을 지닌 고전적 컴퓨터로만 이뤄지고 있다. 때문에 자연에 숨어있는 새로운 질서를 발견해내거나 아름다움을 느끼는 인간의 통찰력·창의성·심미성 같은 고차원의 능력을 실현해내기 위해서는 역부족일 수 있다. 창의성의 과학이 산업혁명기의 기계 역학, 정보통신혁명기의 정보·전기과학처럼 새로운 산업혁명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지금과는 다른 새로운 관점에서 인간에 대한 이해와 문제 해결책을 과학과 예술이 함께 고민해야 한다. 그러나 그 성과는 인간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자아실현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 체제와 신산업의 기반이 될 것이므로 모두에게 큰 혜택을 가져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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