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도제 기자] 미국과 이란의 군사 충돌 위기가 진정 국면을 보이고 있지만, 8일 이란에서 발생한 우크라이나 여객기 추락 원인 규명을 둘러싸고 양국의 신경전이 펼쳐지는 등 불안정한 분위기는 여전하다.

8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발생한 우크라이나 국제항공 소속 여객기 추락 사고의 희생자들이 수습되고 있다.[AP]

CNN방송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8일(현지시간) 오전 이란 수도 테헤란의 이맘호메이니 국제공항을 이륙한 우크라이나 국제항공 소속 보잉 737-800 여객기가 이륙 직후 추락했다.

이번 사고로 167명의 승객과 9명의 승무원 등 176명 전원이 숨졌으며, 사고 원인 규명을 둘러싼 미국과 이란의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다.

이란은 이번 여객기 사고의 원인을 알 수 있는 블랙박스를 항공기 제조사인 보잉을 비롯해 미국에 제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미국은 조사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미국은 이 사건을 면밀히 추적할 것이며 우크라이나에 모든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며, “미국은 추락 원인에 대한 어떠한 조사에도 완전한 협력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란의 알리 아베드자데 민간항공청장은 현지 언론을 통해 “우리는 블랙박스를 여객기 제조사나 미국에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의 여객기 추락 원인 조사 참여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국제법에 따르면 여객기 사고가 발생한 곳인 이란이 사고 원인 조사 등을 주도하게 되며, 사고 여객기가 소속된 우크라이나는 조사에 참여하게 된다. 하지만 제조사가 포함된 미국은 즉각적인 조사에 참여할 필요는 없다고 전직 미국 항공우주청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CNN방송이 보도했다.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갈등이 고조되는 시점에 이란의 수도에서 발생한 민간 여객기 추락 사고는 그 원인에 따라 양국 갈등의 새로운 국면이 펼쳐질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모아진다.

이란은 사고 현장에서 여객기 블랙박스 2개를 회수해 분석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우크라이나도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긴밀히 공조하고 있다.

정확한 사고 원인 규명에는 일정한 시일이 걸리겠지만, 우크라이나 국제항공의 이호르 소스노프스키 운영담당 부회장은 성명을 통해 이번 사고는 단순 오류에 따른 결과가 아닐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의 기록에 따르면 여객기는 2400m 이상 올라갔다”면서 “승무원의 경험에 비춰볼 때 오류 발생 확률은 미미하다”고 밝혔다.

pdj24@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