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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하근철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 상임감사] R&D 24조원시대, 연구자 중심 혁신이 필요하다

지난달 10일 국회 본회의 의결에 따라 2020년 정부 연구개발(R&D) 예산은 2019년 대비 17.3% 증가한 24조2000억원으로 확정되었다. 이를 통해 일본의 수출 규제 등 위기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혁신성장을 가속화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재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는 국내 총생산(GDP) 대비 R&D 투자액 비중을 뜻하는 ‘R&D 집중도’가 세계 1~2위 수준으로 높은 나라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전세계 63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9년 경쟁력 연감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인구 10만명당 특허 출원수’ 3위, ‘과학분야 논문 수’ 9위를 기록하는 등 양적인 R&D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러나 SCI급 논문의 피인용 상위 1% 연구자 수는 60개국 중 19위를 기록하였으며, 벤처기업협회 혁신벤처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쓸만한 특허는 미국의 22.6%에 머무는 등 R&D의 질적 성과는 답보 상태다.

이에 따라 정부도 다양한 방법을 통해 R&D 투자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이제까지 우리나라의 R&D 감사는 ‘연구비는 눈 먼 돈’이라는 국민들의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 연구비 부정을 적발하고 환수 및 제재 조치를 강화하는 데 집중해 왔다.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도 실시간 통합 연구비 관리 시스템(RCMS)을 도입하여 연구비 사용의 적정성을 상시 점검하고 있으며, 2009년부터 2019년까지 특정감사를 통해 연구비 부정을 점검하고 78억원을 환수 처분하기도 했다.

그러나 연구비 부정 적발 중심의 감사는 일부 불필요한 R&D 관련 규정과 현장규제를 양산하고, R&D 감사에 대한 두려움은 연구자의 자율성과 R&D 효율성을 저해해 왔다. 앞서 언급한 IMD 경쟁력 연감에도 우리나라의 ‘과학연구 관련 법률이 혁신을 지원하는 정도’는 34위, ‘법적환경이 기술개발 및 응용을 지원하는 정도’는 50위를 기록하는 등 법률 또는 규제로 인해 우리나라의 R&D 혁신이 저해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제는 R&D 감사도 적발보다는 연구자들에게 컨설팅과 교육 등을 지원하고 올바른 연구윤리 문화를 조성하는 것에 집중해야 할 때다. R&D의 양적인 성장에 비해 성숙하지 못한 연구윤리 문화를 개선시키는 사전예방에 대한 노력 없이 연구비 부정사용 적발과 같은 사후적발에만 집중한다면 향후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방치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정부 R&D 감사는 연구 현장에서의 불필요한 규제와 과도한 규정을 개선하여 연구자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는 혁신성장의 조력자 역할을 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자가 R&D 혁신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모해 우리나라 R&D의 질적 성과가 제고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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