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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창호박사의 심리편지②> ‘작심삼일’도 병이다

 △ 최창호 헤럴드에듀 교육나눔 홍보대사·전문위원
2020, 경자년 새해가 밝아온다. 많은 사람들이 결심을 하고, 기업이나 홈쇼핑은 이런 사람들의 심리를 활용해 건강식품, 다이어트식품, 운동용품 상품을 전진배치한다. 1월 매출이 다른 때보다 4~50% 증가하기 때문이란다. 뭔가를 결심하고 작심을 하는데, 문제는 이런 새해 결심(new year’s resoluion)이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작심삼일! 그런데 이런 문제는 비단 필자만 안고 있는 증상이 아니었다.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겪고 있는, 겪을 수 있는 아픔인 것이다.

영국의 심리학자인 허트퍼드셔 대학의 리처드 와이즈먼(Richard Wiseman)교수는 2007년 영국인 3000명을 대상으로 새해 결심을 얼마나 지키는지 실험했다. 실험에 참여한 사람 중 실험 전 조사에서 새해 결심을 반드시 지킬 것이라고 확신한 사람은 52%였다. 와이즈먼은 이들을 몇 그룹으로 나눈 뒤 그룹별로 일정한 조건에 따라 새해 결심을 지킬 것을 요청했다. 1년 뒤에 확인해보니, 겨우 12%만이 자신의 새해 결심을 지켰다.

와이즈먼 교수의 실험에 의하면 남자들은 결심을 이루기 위해 세부 목표를 정하라는 조언을 따른 사람의 성공확률이 더 높았고, 여성의 경우에는 친구나 가족들에게 자신의 결심을 공표한 경우에 성공확률이 더 높았다고 한다. 그래 봤자 성공률이 12%라니, 어렵사리 한 결심이 작심삼일로 끝나는 것은 동서양에 차이가 없는 셈이다.
 
심리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작심삼일은 뇌생리학적으로 볼 때 근거가 있다. 우리가 작심을 하고 행동에 옮기면 뇌는 익숙했던 패턴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 스트레스를 극복하고 변화된 행동을 계속할 수 있게 해주는 호르몬이 아드레날린과 코티졸인데, 그 효과가 3일 정도 지속된다는 것이다. 결심에 성공한 사람들은 이 작심삼일이라는 호르몬의 굴레에서 벗어난 사람들이다.

2015년 1월부터 담뱃값이 대폭 인상되면서 대한민국 전체에 금연 열풍이 불었다. 그렇게 되면 흡연가들 대부분이 “다들 담배를 끊는데 나만 피울 수 있나? 나도 금연해야지.”라는 긍정적인 자극을 받고 금연을 결심한다. 금연에 성공하면 개인 건강에도 도움이 될 뿐 아니라 건강보험료나 소비 지출이 줄어들기 때문에 사회 경제적으로나 개인 경제적으로도 긍정적이다.

그러나 재미있는 것은 담뱃값을 올리자 처음에는 담배 소비가 확 줄었다가 6개월 만에 총 판매량은 다시 회복되었다는 점이다.
 “피우다 죽으나 안 피우다 죽으나 얼마나 차이가 난다고….”
 “담배를 못 피우니까 스트레스를 더 받아. 흡연보다 스트레스가 건강에 더 나빠.”

사람들의 결심을 방해하는 심리적, 생리적, 사회적 원인은 많지만, 결심을 달성하지 못하게 하는 가장 강력한 덫은 자기합리화라는 일종의 방어기제이다. 
이런 식의 자기합리화가 시작되다 보면 누군가는 잘난 체하면서 중국 거두들의 술과 금연, 그리고 수명에 대한 이야기도 꺼낸다.

 “금연해야 오래 산다고? 웃기지 마. 술과 담배는 건강이나 수명과는 상관없는 거라고. 역사가 증명해주지.
중국의 린바오(林彪, 국방장관으로 마오쩌둥을 숭배하고 찬양한 인물)는 술도 안 하고 담배도 안 피웠는데 비행기 사고로 64세에 사망했어.
저우언라이(周恩來, 중국의 27년간 총리로서 정치 외교관)는 술은 마셨지만 담배는 안 피웠는데 78세에 사망했지.
마오쩌둥(毛澤東, 중국 국가주석)은 담배는 피웠지만 술은 안 마셨는데 83세에 사망했어. 그리고 덩샤오핑(鄧小平, 중국 개혁 개방 현대화의 선구자, 정치인)은 술도 마시고 담배도 피웠는데 93세까지나 살았지.
더 기막힌 게 누군지 알아?
장쉐량(張學良, 중국 군인이자 정치가)이란 사람이지. 그 사람은 술도 마시고 담배도 피웠고 거기다 여자까지 탐닉했는데도 103세까지 살았어. 그런데도 건강하게 오래 살려고 술과 담배를 끊어야겠어?”

이쯤 되면 담배를 끊거나 술, 여자를 끊는 사람이 더 어리석게 보일 지경이다. 이런 식의 자기 합리화는 일종의 방어기제이자, 결심을 달성하지 못하게 하는 덫이다.

바우마이스터 교수는 의지력 연구로 유명한 사회심리학자이다. 그가 말하길, “의지력에는 한계가 있으며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고갈된다.”

우리 자신의 의지가 박약하다고 자책하기보다, 일을 감당하기 쉽게 나누고 충분한 에너지 보충에 힘쓸 일이다. 실제로 당이 떨어지면 의지력이 악화되는 사례들이 많다. 금연 시에도 각설탕 섭취를 병행하면 성공률이 더 높았다. 의지력에 도움이 되게 하려면 초콜릿이나 설탕 등 지나치게 단 음식에 의존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일시적 당의 상승은 급격한 당의 하락을 불러온다. 오히려 천천히 흡수되는 음식을 섭취해야 좋다.

새해가 된다고 너무 초조해하지 말고 부담스러운 결심중독에서 벗어나보자. 결심해서 못하고 좌절하기보다는 아예 결심을 안하거나 그저 그렇게 소박하게 살아가는 것도 심리적 지혜일 수도 있다. 굳이 한다면 본능에 충실한 결심을 해보자. 그나마 성공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

“그래 결심했어. 올해는 이기적인 나로 살아봐야겠어. 철저하게 말야!”

▣ 글 : 최창호 심리학박사 / 컬럼리스트 / 헤럴드에듀 전문위원 겸 홍보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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