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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청년고용의 민낯 ‘하향취업률 30%’ 대책 시급하다

청년고용률이 개선되고 있다지만, 현장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 한국은행이 22일 내놓은 ‘하향취업의 현황과 특징’을 보면 숫자와 체감간 괴리가 얼마나 큰 지 알 수 있다. 자료를 보면 대졸취업자중 대학 졸업장이 필요없는 곳에서 일하는 하향취업률이 갈수록 높아지더니, 급기야 올해는 30%를 넘어섰다.

더 문제는 하향취업자중 1년 뒤 대졸 수준의 직장을 찾게 되는 경우는 5%도 채 안 되고, 90% 가까이가 고졸일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조사결과다. 한번 하향취업하면 여간해선 빠져나오지 못한다는 의미다. 더 나은 일자리를 구하기 위한 디딤돌 역할을 하지 못해 ‘일자리 사다리’도 작동하지 않는 것이다. 게다가 하향취업자들의 평균 임금은 적정취업자보다 40% 가까이 낮다. 상당수 대졸자들이 자신에 맞는 일자리를 찾지 못한데다, 임금도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시간이 지나도 대졸졸업장에 걸맞은 자리로 옮아가지 못하는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다.

하향취업의 근본원인은 결국 청년고용의 수급 문제다. 우선 우리 사회의 학벌 만능주의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학 진학률이 조금 떨어졌다고 하지만, 한국은 여전히 세계 최고수준이다. 대졸 일자리도 마땅치 않는데, 대학에 들어가고 보자는 분위기부터 바로잡아 대졸자 공급을 줄여야 한다. 안 그래도 저출산 여파로 2020년 수능 지원자가 27년 수능시험 역사상 가장 적었고, 2021년 대입부터는 대학정원보다 수험생 숫자가 적어 수치상으로는 ‘무경쟁 대입시대’ 개막이 예고된 마당이다. 우리 사회의 과잉학력이 고용시장에서 하향취업이라는 비효율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대졸자에 걸맞은 일자리 공급이 제때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재정확대를 통한 일자리 늘리기는 단기적인 효과는 있을지라도, 근본해법은 아니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다. 결국 기업들이 대졸자들에게 양질의 새 일자리를 늘려야만 하향취업 문제가 그나마 해소된다. 최저임금 인상, 주52시간 근로제 등 기업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축시키고 있는 노동정책들에 대해 정부가 다시 한 번 재계의 얘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규제혁신이나 노동시장의 유연성확보처럼 정부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하향취업 급증은 학벌과잉과 양질의 일자리 부족이란 청년고용의 민낯을 보여주고 있다. 대졸취업난이 가중되고 있는 시점이라 더욱 그렇다. 정부의 조속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나아가 우리 사회에 만연한 학벌만능주의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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