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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풍운아 김우중, 못 다 이룬 신화로 영면하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9일 밤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3세. 이로써 세계경영을 꿈꾸던 한 영욕의 기업인은 한국 근대 기업사에 신화 한 편을 남기고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김우중 회장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여러가지다. 심지어 극단적이다. 풍운아였으니 그럴수밖에 없다. 그가 남긴 신화는 젊은이들의 꿈이 되기에 충분했지만 그룹 계열사 하나도 예외없이 워크아웃으로 몰고간 어마어마한 회계 분식은 그에게 8년 징역에 18조원의 추징금을 남겼다.

그럼에도 긍정적이든 비판적이든 김회장에 대한 평가의 끝에는 공통점이 있다. ‘아쉬움’이다. 사자에게 관대한 한국적 정서만은 아니다. 못다이뤘지만 그의 꿈에는 가치와 철학이 있었고 오늘날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필요한 점들이 너무도 많다.

셀러리맨을 거쳐 창업에 나선지 15년만에 재계 4위의 그룹을 일구고 30년만에 400여개의 해외 현지법인과 600여곳의 해외네트워크를 갖춘 그의 결실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 다시 나오기도 힘든 기록이다. 신화라고 부르는 이유다. 그건 열정에서 왔다. 그는 저녁 약속을 2시간 단위로 두번씩하기 예사였고 그때마다 양껏 먹었다. 상대편에 대한 배려다. 1년중 280일을 해외로 돌아다녔고 전세기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잠을 잤다. 강행군 일정에 비서들이 코피를 쏟는 건 다반사였다.

그의 40~50대는 책에서 말한대로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은’ 시기였다. 그는 무역을 국경없는 전쟁으로 봤고 수출을 영토확장이라고 생각했다. 세계경영은 그런 철학이 낳은 전략전술이었다. 수출대금을 원자재로 받는 등의 기상천외한 기법들을 활용해 돈 없는 나라에서 돈을 벌었다. 에콰도르(1976년)에 이어 수단(1977년), 리비아(1978년) 등 대우 초창기의 해외사업이 남미와 아프리카 등에 집중된 것은 그런 이유다.

1990년대 폴란드와 헝가리, 루마니아, 우즈베키스탄 등 몰락하는 동유럽에서 자동차공장 등을 인수하거나 설립한 것도 마찬가지다. 지금도 대우세계경영연구회는 베트남, 미얀마, 인도네시아, 태국에 진출을 희망하는 청년들을 글로벌 사업가로 양성하는 프로그램(GYBM:Global Young Business Manager)을 운영한다.

실패한 경영인이지만 그는 한국의 창업세대 기업가들이 가진 사업보국의 이념을 잃지 않았다. “개발도상국 한국의 마지막 세대가 되어 ‘선진 한국’을 물려주고 싶었지만 그러지못해 미안하고 부끄럽게 생각한다.” 김우중의 열정과 꿈이 젊은이들에게 다시 살아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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