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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CT 규제샌드박스 1년의 한계] 기존산업 반대·소극행정·법령미비…‘빅 비즈니스’엔 조건 다수
모빌리티·공유숙박 등 조건 부과에 성장 한계
블록체인 송금·승차공유, 부처 이견에 발묶여
실증특례·임시허가 이후 법령 정비 의무 없어
연장 기간 포함 최대 4년 지나면 도로 ‘불법’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이 지난달 27일 열린 ‘제7차 신기술 서비스 심의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ICT 규제샌드박스가 시행 1년여 만에 95건의 신기술·신서비스를 탄생시켰지만 극복하지 못한 한계 역시 뚜렷하다.

전문가들은 기존 산업과의 갈등 조정 미비, 정부 부처간 이견 조정 미흡과 여전한 소극행정, 실증특례와 임시허가 기간 종료 후 법령정비 의무가 없다는 점 등을 문제점으로 꼽는다.

특히, 기존 산업과 신규 사업자 간 충돌은 규제샌드박스의 대표적인 걸림돌이다.

일례로, 지난 3월 실증특례를 받은 모바일 기반 폐차 견적 비교 서비스(조인스오토)는 기존 폐차장 업계의 거센 반발을 샀다. 지난달 7차 심의위에서 실증특례를 받은 서울 지하철역 중심의 내·외국인 공유숙박 서비스(위홈)은 기존 숙박업계가 반대하고 나섰다.

대표적인 갈등 분야인 모빌리티에서는 지난 7월 우여곡절 끝에 첫 번째 실증특례 사례가 나왔다. 코나투스가 신청한 애플리케이션(앱) 기반 자발적 택시동승 중개서비스, 이른바 ‘반반택시’다.

이 서비스는 22시부터 익일 4시까지 시간을 정해 4000~6000원의 호출료를 허용하는 식으로 실증특례를 받았다. 다행히 실증특례를 받긴 했지만 제한된 영역에서만 서비스를 해야 하다 보니 한계가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정부가 갈등을 조정하려다보니 신서비스에 각종 조건을 부과함으로써 성장폭을 제한한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부처간 이견이 있는 경우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실제로 법무부 등이 반대해온 블록체인 기반 송금서비스(모인), 기존 산업과의 갈등이 심한 ‘차차’ 등 승차공유 서비스는 국토부의 보류로 ICT 규제샌드박스 시행 초기 이를 신청하고도 아직까지 심의위원회에 올라가지도 못했다. 지난 5월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송희경 의원(자유한국당)이 “ICT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통과된 아이템은 ‘스몰 비즈니스’에 불과하고, 핵심 규제 이슈를 담은 ‘빅 비즈니스’는 부처간 눈치만 보며 시간만 허비하고 있다”고 비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규제샌드박스를 통한 실증특례·임시허가가 궁극적으로 규제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ICT 규제샌드박스를 통과해 시장에 출시된 과제(14건) 중 불과 2건이 관계부처의 적극행정(정부혁신)을 통해 규제개선이 완료된 상태다. 임상시험 참여희망자 온라인 중개(올리브헬스케어), 가상현실(VR) 러닝머신 서비스(리앤팍스) 등이다. 현재 ICT 규제샌드박스는 산업분야 규제샌드박스와 달리 관련 법령에서 실증특례나 임시허가 기간이 끝난 후 규제정비 의무를 부과하지 않고 있다. ‘법령 정비 노력’이라는 문구만 명시돼있을 뿐, 의무 사항은 아니다. 때문에 최초 허가기간 2년, 1회 연장에 따른 4년의 규제 면제기간이 끝날 때까지 법 개정을 통한 규제가 개선되지 않으면 이미 시장에 출시된 신기술·신서비스라도 도로 불법이 되는 셈이다. ▶본지 2019년 2월20일자 12면 ‘ICT 규제샌드박스, 4년 뒤 무용지물?’ 참조

이 같은 우려는 노파심에 그치지 않는다. 이미 실제 사례도 있다. 지난 2015년 블루투스 전자저울로 ICT특별법에 따른 임시허가 1호를 획득했던 그린스케일의 경우 2년의 허가기간 동안 법 개정이 무산되며 결국 사업을 접었다. 감사원과 국민권익위원회에 소극행정 고발, 대통령 탄원, 국회 청원서 제출 등 정식허가 전환을 위해 노력했지만 물거품이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사업의 연속성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기업들이 규제샌드박스 제도 활용에 부담을 느끼게 된다면 제도의 본래 취지가 퇴색될 수 있다”며 “정부가 실증특례 기업의 법령정비 요청제도를 신설해 입법 공백을 보충하고 있지만 제도적 안정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반면, ICT 규제샌드박스와 마찬가지로 최대 4년까지만 규제가 면제되는 금융규제 샌드박스의 경우, 최근 금융위원회가 금융혁신법 개정을 통해 면제기간을 무기한 연장하기로 했다. ICT 규제샌드박스는 지난 9월 노웅래 과방위원장이 허가기간을 최대 4년에서 '법령 정비시까지'로 바꾸는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과기정통부 역시 이러한 한계를 인식하고 있다.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은 “규제 샌드박스 제도의 궁극적 목표는 특례 지정된 과제를 옥죄던 기존의 규제를 완전히 개선하는 것”이라며 “내년에는 이 부분에 좀 더 비중을 두고 제도를 운영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실적주의, 형식화, 소극행정의 행태가 규제 샌드박스 제도에서 일제히 발생할 수 있다”며 “적극행정으로도 충분한 사안을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실적화하거나 실증특례를 활용해 임시허가에 대한 부담을 회피하려 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정윤희 기자/yu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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