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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색의 제왕’ 구글이 사라지면 세상은 어떻게 바뀔까
‘디지털 사상가’ 길더, 구글 종말 예언
검색 등 공짜…보안취약이 몰락 원인
구글 이후의 세상은 ‘크립토코즘’
암호화 통해 분권화된 세상으로
“우리의 삶, 경제 완전히 바뀔 것”
“구글과 구글 세상은 현재 모습을 잘못된 시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그들은 위기에 빠져 있다. 그런데 이 위기는 전능한 인공지능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 인간 지능을 지원하는 분산형 구조의 P2P혁명, 즉 블록체인과 암호가 만발하는 새로운 환경에서 비롯됐다. ”(‘구글의 종말’에서)

“구글은 우리 당대에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

이런 충격적인 예언을 한 이는 다름아닌 네트워크 컴퓨터의 출현을 예상한 ‘3대 디지털 사상가’로 불리는 조지 길더다. 그는 ‘구글의 종말’(Life After Google)에서 구글 제국이 어떻게 몰락의 과정을 겪게 되는지 정보기술의 새로운 변화양상을 통해 생생하게 들려준다.

길더가 구글을 꼭 집어 지목한 건 시가총액 기준으로 애플 다음이지만 정보기술 시대의 전형적·지배적 기업이기 때문이다. 구글은 세상의 모든 책과 지식, 정보, 문화를 디지털화해 제공하면서 한 푼도 받지 않는 새로운 경제 모델을 만들었다. ‘천박한’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이런 우월성 전략은 세상의 체계를 바꿔 놓았다.

그런데 ‘구글 세싱’이라 할 만한 지금, 저자는 왜 이런 섬뜩한 예언을 한 걸까.

그에 따르면, 구글을 떠받치고 있는 중요한 전제들이 무너지기 시작하고 있다.

구글의 종말/조지 길더 지음, 이경식 옮김/청림출판

길더의 논리는 이렇다.

구글이론은 방대한 데이터를 반복적으로 처리하는 과정을 통해 보편적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는 논리다. “우리가 사물의 진리를 추구할 때 도구로 사용하는 엔진이 단순히 어떤 논리 기계라면, 알고리즘과 데이터의 결합은 하나의 결과만 낳을 수 있다. 그런 전망은 결정론적일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독재적이기도 하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적인 데이터는 적으로 간주된다는 사상적 결함이 있다. 민주적이라는 구글이념과 정 반대다.

결정적으로는 구글의 사업모델인 공짜 전략에 있다. 음악, 유튜브, 이메일,게임, 책, 질문에 대한 대답까지 모두 공짜다. 2014년 연구논문에 따르면, 사람들이 미디어에 쏟는 시간이 지난 17년 동안 평균 5시간에서 10시간으로 두 배 늘었다. 즉 가장 희소자원인 시간을 뺏긴 것이다. 또한 하룻동안 한 사람에게 전달되는 광고는 무려 350건에 달한다. ‘공짜 점심’은 없다.

문제는 보안이다. 공짜는 고객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뿐 아니라 보안과 관련된 여러 과제들로부터도 벗어난다. 보안책임을 사용자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이 보안에 대한 관심 부족이 결국 구글 몰락의 치명적인 원인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어떤 제도나 체계에서든 보안은 가장 결정적인 부분이다. 보안이 어떤 정보기술 구조에 필수적이지 않다면, 이 구조는 다른 것으로 대체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저자의 새로운 네트워크 세상에 대한 통찰이 이어진다. 보안을 시스템의 근본문제로 본, 분권화된 세상, 크립토코즘(cryptocosm·암호라는 뜻의 ‘crypto’와 우주라는 뜻의 ‘cosm’의 합성어)이다. 즉 중앙 서버 없이 컴퓨터가 전부 대등한 입장에 놓이는 네트워크 구성방식, 중앙거래소를 거치지 않는 개인과 개인 사이의 거래 방식인 P2P다. 이런 P2P기술의 진화과정에서 구글의 작동방식은 잘 들어맞지 않는다. 구글 보안의 결점들, 구글의 ‘모든 것을 종합하고 광고한다’는 모델, 구글의 가격신호 회피 성향, 구글의 방대한 고객 데이터 축적 그리고 기계마음에 대한 구글의 전망 등은 살아남기 어렵다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저자는 ‘구글 법칙’과 ‘크립토코즘 법칙’의 차이를 극명하게 그려 보여준다.

구글시대는 ‘커뮤케이션(통신 의사소통) 우선주의’ 시대다. 모든 것을 공짜로 복제하고 옮기고 변형시켜도 된다. 이 원칙은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됐지만 구글이 짜놓은 틀에 따라 이뤄져왔다. 구글이 정보경제 속에 있는 모든 재산권을 조정하는 것이다. 모든 것은 구글플렉스로 올라가며 구글플렉스는 사용자들이 마치 무작위 선택을 하는 것처럼 사용자들을 다룸으로써 속도와 효율성을 획득한다. 이것이 구글 검색엔진 뒤에 놓인 수학적 모델의 본질이며, 여기서 개인은 임의함수이다. 고유한 단독자인 개인은 없다.

크립토코즘의 법칙은 구글과 다르다. 저자는 구글의 십계명과 크립토코즘 10가지 원칙을 낱낱이 해부하며, 열 가지 법칙을 열거한다. 가장 큰 차이점은 ‘보안 우선주의’다. 개인과 사생활을 기기 차원에서 규정한다. 위에서부터 새롭게 첨가되거나 수정될 수 없다. 또한 중앙집중화는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이다. 중앙집중화는 도둑들에게 가장 가치있는 디지털 자산이 무엇이며 어디 있는지 알려주는 꼴이다. 악용될 소지가 많다. 또 다른 원칙은 ‘공짜는 없다’는 것, 기업은 고객에게 봉사하고 책임을 갖는데, 돈에 의해 그 관계가 성립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크립토코즘의 10개 원칙이 새로운 체계를 규정할 때 우리 생활은 어떻게 바뀔까.

저자에 따르면, 구글 이후의 세상은 아래에서 위로 나아가는 상향식이 된다. 구글이 사람들의 정보를 통제하며 이것을 공짜로 사용한 것과 달리 각자가 자기 정보를 관리하며 누군가 이 정보를 사용하려 할 때 요금을 받게 된다. 또한 구글이 인공지능을 통해 기계가 지배하는 시대를 꿈꾼 반면 장차 구글 이후의 세상에서는 사람들이 자기의 기계를 지배하게 된다.

기업환경도 달라진다. 구글은 기업공개를 통해서만 공공시장에 접근하도록 구속하지만 새로운 세상은 코인 제공과 토큰 발행부터 크라우드 펀딩까지 새로운 금융장치를 통해 기업을 만들 수 있게 된다.

저자는 소수 거인들이 지배하던 실리콘밸리는 ‘위대한 해체’를 맞고 있다며, 이런 위대한 해체가 컴퓨터의 권력과 상업 활동을 분산하고 우리 경제와 인터넷을 완전히 다른 것으로 바꾸어 놓을 것이라고 말한다.

“구글 세상은 사람을 단 하나의 장소와 시간과 삶에 구속하지만 새로운 세상은 사람들에게 자주적이고 독립적인 판단을 내리는 새로운 삶과 경험의 다양한 차원들과 선택들을 제시할 것이다.”

유니콘 대 가젤, 빅데이터 대 블록체인, 중앙집중화 대 분산, 인공지능까지 실리콘밸리에서 벌어지는 변화의 양상은 바짝 다가온 새로운 정보기술의 미래를 실감나게 한다. 이윤미 기자/me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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