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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알파고 꺾고 은퇴하는 이세돌

1988년. 단기필마로 일본과 중국 등 세계최고의 기사들을 차례로 쓰러뜨리고 잉창치배 초대왕좌에 올랐던 조훈현은 한국바둑의 위상을 국내외에 한껏 드높인 선구자였다.

1992년. 16세6개월 홍안의 소년 이창호는 동양증권배에서 당대 최고의 기사인 린하이펑을 꺾고 최연소 세계챔피언이 됐다. 역대 최다 우승자이기도한 그의 최연소 우승 기록은 27년째 철옹성이다.

2016년. ‘바둑은 기계가 인간을 이길수는 없다’는 오래된 신념이 공개적으로 무너진 해다.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알파고가 인간을 상대로 5번기를 벌였다. 그 상대는 세계최고의 수읽기와 기상천외한 발상으로 한 시대를 풍미한 천재 이세돌이었다. 이들의 대결은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고, 바둑에 전혀 관심없던 국내의 젊은 세대에게도 엄청난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최종전적 4승1패로 알파고의 완승이었지만, 이세돌이 거둔 1승은 알파고가 공식적으로 인간에게 당한 유일한 패배였다. 당시 이세돌의 神手가 나오자 알파고가 버그를 일으키며 헛수를 두는 장면은 두고두고 화제가 됐다.

조훈현 이창호에 이어 한국바둑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이세돌의 존재감은 이때 정점에 달했다.

그 이세돌이 은퇴를 선언하고 棋界를 떠난다. 여전히 세계 정상급 기사인 그는 한국기원, 프로기사회를 상대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왔고, 창의적이면서도 공격적인 바둑스타일로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제 겨우 36세다. 그의 은퇴선언은 놀라우면서도 안타깝다. 특히 이세돌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알파고와의 대결에서 당한 패배, AI를 넘어설 수 없을거라는 허무함’을 은퇴결심의 이유로 들었다. 바둑은 두명의 상대가 만들어내는 예술이자, 인간의 영역으로 여기며 노력해왔던 이세돌로서는 기계가 바둑의 최고수가 된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것이다.

이세돌은 이달 중 국내의 AI 한돌과 3번기를 은퇴기념대국으로 택했다. 치수고치기이며 이세돌이 두점을 깔고 시작한다. AI때문에 은퇴결심을 하면서 마지막 상대를 AI로 정한 것도 이세돌답다.

김성진 선임기자/withyj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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