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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수한의 리썰웨펀]軍, 마침내 '한국형 사드' 만들기로 결정…K-11 복합형소총 개발은 중단
-2017년 11월 M-SAM 양산결정 뒤집혀
-"1, 2차 사업으로 나누면 더 낫지 않겠나"
-2018년 8월 다시 M-SAM 양산 결정
-2019년 12월엔 L-SAM도 개발 결정
군 당국에서 국산 중거리지대공미사일(M-SAM)의 실사격 시험이 이뤄지고 있다.[사진=방위산업진흥회]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정부가 미국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국산화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또한 한때 ‘국산 명품무기’로 불렸지만 납품 과정에서 결함이 잇따라 발견된 K-11 복합형소총은 더 이상 만들지 않기로 결론 내렸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4일 전력증강 관련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열어 L-SAM 체계개발기본계획과 신형호위함 '울산급 배치-Ⅲ' 체계개발기본계획을 의결했다. K-11 복합형소총에 대해서는 ‘중단’ 결정을 내렸다.

군 당국은 저고도 미사일방어체계인 패트리엇의 국산화 버전인 M-SAM(중거리지대공요격미사일)의 양산 단계에 이미 진입했고, 이어 사드의 국산버전인 L-SAM(장거리지대공요격미사일)마저 자체 개발해 ‘미사일 방공방’ 전체의 국산화를 시도하게 되는 셈이다.

이번 결정에 따라 M-SAM 사업을 주관하는 국방과학연구소는 이달 중으로 방위산업체를 대상으로 L-SAM 체계개발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체계개발은 무기로서 성능을 가진 완제품 상태를 말하며, 이 단계에서 성능평가를 거치면 양산 단계로 진입한다.

체계개발은 사업비 9700억원을 투입해 오는 2024년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체계개발이 정상적으로 완료되면 2025년부터 2028년까지 양산 및 전력화 과정을 거치게 된다.

방사청은 "L-SAM은 적의 항공기 및 탄도탄 위협으로부터 핵심시설을 방어하고자 국내 연구 개발로 추진하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군은 당분간 미국산 패트리엇과 한국형 패트리엇인 M-SAM, 미국산 사드와 한국형 사드인 L-SAM 등을 혼용하며, 상황에 따라 한반도 상공에 최대 4중의 방공망을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장기적 관점에서는 패트리엇과 사드를 M-SAM과 L-SAM으로 대체해 미국의 천문학적 무기 구매 요구를 피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해군의 노후화된 호위함과 초계함을 대체하고자 추진되고 있는 신형호위함 '울산급 배치-Ⅲ' 건조를 위한 체계개발기본계획도 의결했다.

내년 상반기 중에 체계개발 계약이 이뤄진다. 울산급 배치-Ⅲ는 3000t급 신형 호위함 건조 사업을 말한다.

배치(Batch)는 동형 함정을 건조하는 묶음 단위를 뜻하며 배치-I, 배치-Ⅱ, 배치-Ⅲ으로 갈수록 함형 발전과 성능 개선이 이뤄진다.

◆국방부, 방사청 수뇌 모인 전력증강 최고 의결기관 '방추위'서 결정=현재 미군은 20㎞ 내외 저고도에서 패트리엇, 50~150㎞ 고고도에서 사드, 150~500㎞의 초고고도에서 SM-3(해상미사일방어체계)의 3중 방공망을 형성한다는 개념을 따르고 있다. 주한미군은 여기서 패트리엇과 사드를 도입해 한반도에 2중 방공망을 구성하고 있다.

여기에 국산 요격미사일인 M-SAM과 L-SAM이 가세한다면 패트리엇(20㎞ 내외), M-SAM(30㎞ 내외), L-SAM(50㎞ 내외), 사드(50~150㎞)의 4중 방공망이 한반도에 갖춰지는 셈이다. 또한 현재 해군이 함정에 탑재해 바다 한 가운데에서 선제적으로 미사일을 요격하는 SM-3 도입도 논의 중이어서 한반도에 총 5종의 방공망이 갖춰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군은 패트리엇과 사드로 당분간 2중 요격망을 운용한 뒤, M-SAM과 L-SAM이 완성되면 일시적으로 패트리엇·사드·M-SAM·L-SAM 등 4중 방공망을 혼용하고, 점차 국산 M-SAM 및 L-SAM 위주의 2중 방공망으로 옮겨가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군은 2015년 9월 서해 서북도서에 국산 중거리 지대공미사일 ‘천궁’을 처음 실전 배치하고, 2017년 11월 첫 실사격 훈련을 실시했다. M-SAM은 ‘천궁’의 성능을 개량해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군 당국은 M-SAM 실사격에 성공한 2017년 11월,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열고 M-SAM의 양산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당시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M-SAM을 1, 2차로 나눠 양산하는 방안을 제시하면서 사업이 지연됐지만 다시 양산 결정을 내려 현재 양산이 진행 중이다.

송 전 장관은 지난해 7월 12일 기자간담회에서 M-SAM 양산과 관련해 “전반기(1차)와 후반기(2차)로 분리해 가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내후년부터 7~8년 걸리는 사업을 한다면 2022년까지 우선 (1차분만) 가고, (2차에서) 새로운 것이 나오면 옮겨탈 수 있다”고 말해다.

M-SAM 양산이 본격화되는 시기에 L-SAM 개발도 본궤도에 오르면 더 나은 무기체계로 예산을 배분하는 게 효과적 방법이 아니냐는 취지였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전력화 이후 30년 이상 운용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해 양산을 1, 2차로 분리해 우선 긴요한 물량을 전력화하면서 잔여 물량은 향후 L-SAM 개발 경과를 보면서 성능이 향상된 요격체계를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이로 인해 M-SAM 사업이 지연되자, 국방부는 지난해 8월 21일 정례브리핑에서 M-SAM 양산계획을 원안대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원안에 따라 M-SAM 7개 포대를 2021년~2023년 전력화한다는 것이다.

◆M-SAM 양산 결정에 이어 L-SAM도 본 궤도 올라=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북한 핵과 미사일 대응능력 구비, 수출기반 조성, 예산 활용의 효율성 등을 종합 검토한 결과, M-SAM 전력화를 기존 계획대로 추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북한의 상존하는 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응능력 구비 차원에서 M-SAM을 기존 계획대로 전력화할 필요가 제기됐고, 전시작전통제권의 적기 전환을 위한 한국군의 핵심 군사능력 구비에도 (M-SAM이) 기여할 수 있다”며 “수출기반 조성 측면에서도 잠재적 수출 대상국은 생산국가의 전력화 진행 상황을 바탕으로 해당 무기의 신뢰도를 평가하므로 M-SAM을 기존 계획대로 추진하면 수출기반 조성 및 경쟁력 제고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시 국방부는 “요격성능이 (M-SAM보다) 더 향상된 무기체계를 갖기 위해서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리게 됐다”며 “이것(향상된 무기체계)을 좀 더 빨리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 없겠느냐를 검토해봤지만, 좀 여의치 않아서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현 계획대로 하는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미국 무기를 세계에서 3번째 많이 수입하는 나라다. 지난 1월 국방기술품질원이 발간한 ‘세계방산시장 연감’에 따르면, 미국 무기를 지난 10년간 가장 많이 구매한 나라 1~3위는 사우디아라비아 106억3900만달러(약 12조7000억원), 호주 72억7900만달러(약 8조6800억원), 한국 67억3100만달러(약 8조원) 순이었다.

현재 주한미군뿐만 아니라 한국군이 미군에서 수입해 운용하고 있는 패트리엇의 가격은 천문학적 수준이다.

패트리엇 1개 포대는 총 8개의 발사대와 통제소, 레이더 등으로 구성된다. 1개 발사대에 4발의 미사일이 배치돼 패트리엇 1개 포대는 한 번에 총 32발(1발당 약 20억원)을 쓸 수 있다. 패트리엇 1개 포대가 2회에 걸쳐 쏠 수 있는 미사일 64기를 갖추려면 약 5600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드는 패트리엇 가격의 3배 수준이다. 사드 1개 포대는 미사일 ‘인터셉터’ 48발(1발당 약 120억원)과 발사대 6개, 레이더 등으로 구성된다. 사드 1개 포대 구축 비용만 약 1조50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추가로 수입이 검토되는 SM-3 요격미사일은 1발당 가격이 약 200억원에 달한다. 패트리엇, 사드를 국산화된 M-SAM과 L-SAM으로 대체하면 무기 구매에 있어 천문학적 수준의 절감이 기대된다.

군 당국이 M-SAM과 L-SAM을 개발해 패트리엇과 사드를 대체하는 과정에서 얻어질 기술적 능력과 자신감 또한 의미 있는 국가적 자산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군 당국은 한국형전투기사업을 추진 중 미국이 F-35 구매 대가로 내걸었던 4대 핵심기술 이전을 미 의회 차원에서 거부하자, 4대 핵심기술을 국산화하기로 결론 내리고 사업을 추진해 4대 기술의 국산화에 성공한 상태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명실상부한 전투기 제조 가능 국가로 올라서게 됐다.

또한 M-SAM의 양산 및 향후 예정된 실전 배치와 L-SAM 개발 본격화에 따라 한국은 요격미사일 제조 국가로 자리매김해 미사일방어체계 수출국 대열에 올라설 수 있게 됐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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