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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악플·전남친·우울증… 구하라 살기에 세상 녹록지 않았다
지난해부터 전 남친 폭행·성관계 동영상 논란으로 고통의 시기
악플 멈춰달라 호소하기도…절친 설리의 죽음까지
전문가 “도와달라는 신호 있었다…따뜻한 관심 가졌어야”
그룹 카라 출신의 가수 구하라(28)가 24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구씨는 이날 오후 6시께 서울 강남구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진은 지난 2018년 한 행사에 참석한 구하라. [연합]

[헤럴드경제=정세희·박상현 기자] 걸그룹 카라 출신의 가수 구하라(28)가 24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의 안타까운 죽음을 두고 평소 악플로 고통받던 그의 발언이 다시 조명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악플과 더불어 전 남자친구와의 구설수와 우울증, 그리고 가깝게 지냈던 친구의 부재 등이 그가 목숨을 끊은 원인이라 분석했다. 비슷한 비극을 막기 위해서는 댓글 문화를 바꾸고, 주변인들이 극단 선택의 ‘신호’ 에 적극적으로 반응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25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구하라는 전날 오후 6시께 서울 강남구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한 지인이 구하라를 발견하고 경찰과 소방당국에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구하라가 극단적 선택했을 개연성을 염두에 두고 정확한 사인과 사망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구하라는 지난해부터 여러 논란으로 고통스러운 시기를 보낸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9월에는 남자친구 최모씨와의 폭행·불법촬영 협박 사건이 있었다. 지난해 9월 최씨가 구하라에게 일방적으로 맞았다며 경찰에 신고하면서 불거졌다. 수사 과정에서 두 사람은 서로 폭력을 휘두른 것으로 드러났고, 최씨가 성관계 동영상을 공개하겠다며 구하라를 협박한 사실도 밝혀졌다. 최씨는 협박·강요·상해·재물손괴 등 혐의로 지난 8월 29일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았다. 검찰이 항소해 2심 재판을 앞두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구하라는 각종 악플에 시달렸고, 안검하수 수술을 하고 난 뒤 성형 논란까지 이어졌다. 당시 구하라는 “악플을 멈춰 달라” 호소했지만 달라지지 않자 올해 6월에는 선처가 없다고 강경한 태도를 보인 적도 있다. 당시 그는 “앞으로 악플 선처 없다. 제 정신 건강을 위해서라도 여러분들께서도 예쁜 말 고운 말 고운 시선으로 보일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우울증에 대한 심경도 털어놨었다. 그는 “우울증 쉽지 않은 거다. 마음이 편해서 우울증이라고?”라고 반문하며 “열심히 일한 만큼 얻은 저의 노력이다. 당신도 우울증일 수도 있다는 걸, 아픈 사람이라는 걸 모르는 걸까”라고 말한 바 있다.

곽금주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일반인들도 SNS에 악플이 달리면 힘들어 하는데 연예인은 더더욱 그렇다”며 “그들은 대중의 관심이 중요하기 때문에 굉장히 큰 심리적인 충격, 두려움, 공포 등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임명호 단국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현재 댓글 문화는 지나치게 감정적이고 비인간적인 면이 많다”며 “지금의 댓글 문화는 보다 순화되고 인간적으로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절친인 설리의 죽음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임 교수는 “일종의 애도반응인데 비슷한 처지의 동료를 잃었을 때 나타나는 베르테르 효과같은 감정적 반응이 일어났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베르테르 효과는 유명인의 자살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이후 일반인의 자살이 급격하게 늘어난다는 것을 뜻한다. 임 교수는 연예인의 죽음으로 인한 베르테르 효과는 경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비슷한 처지에 있는 아이돌이나, 유명인에 마음적으로 동조하는 젊은 이들이 많이 있어 베르테르 효과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구하라가 올해 5월에도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는 것을 상기하며 주변의 관심이 더욱 필요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곽 교수는 “이미 5월에 사인을 보냈으면 그 이후 전문가 도움을 받거나 했어야 했다”면서 “구하라의 극단적 선택이 우리한테 말초적이고 자극적인 뉴스에 그치지 않도록 내 주변에 사람들 중에 심리적으로 힘든 사람들에게 안부라도 묻고 들어주는 것이 굉장히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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