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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김필수] ‘Homo two-hundred’

‘120’

강남 학원가의 한 입시설명회. 강사는 부모의 시각이 바뀌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아드님, 따님 세대는 평균수명이 100세 넘어 120세까지 갈 겁니다. 하나의 직업으로 평생 살지 않을 것이고, 70, 80을 넘어서도 일할 것이며, 지금과는 전혀 다른 가족체제에서 살아갈 수도 있습니다”

요지는 지금의 잣대로 자녀의 직업과 삶을 재단하지 말라는 것이다. 일리가 있다. 어느 대학, 어느 과를 가서, 이런 이런 직업(특히 ‘사’자가 붙은)을 가져야 한다고 강요하는 건 부모의 오만이자 착각이고, 자녀에겐 불행일 수 있기 때문이다.

‘200’

‘200세 시대가 온다’는 책이 나왔다. 화학, 물리학, 로봇공학 등이 의학과 융합해 암 치료, 인공기관 배양 등이 현실화하고, 이를 통해 인간수명이 200세, 심지어 500세까지 연장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허황된 얘기가 아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디지털의학 연구 현장의 생생한 전달일 뿐 가감이 없다.

유엔이 ‘호모 헌드레드(Homo hundred)’라는 개념을 제시한 게 2009년이다. 세계인구고령화 보고서를 통해 “평균수명 80세 이상 국가가 2000년 6개에서 2020년 31개국으로 급증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다. 보고서와 책 사이 물리적 시간이 10년 흐르는 동안, 인간의 예상수명은 배로 뛰었다.

판이 바뀌는 변화가 부지불식간 찾아오는 시대다. 미래학자인 윌리엄 깁슨은 “미래는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 단지 널리 퍼져 있지 않을 뿐”이라고 통찰했다. 변화는 소리소문 없이 우리 곁에 오고, 이를 감지하고 발빠르게 대응하는 사람에게 먼저 퍼진다는 거다.

200세 시대는 판이 바뀌는 변화다. 교육, 직업, 라이프사이클, 산업, 정책 등이 확 바뀔 터다. 이에 따른 돈의 흐름도 예외일 수 없다. 당연히 돈 벌기에 대한 시각도 달라져야 한다. 이미 은행, 증권사 등은 ‘금리(마진) 장사’에서 ‘수수료(대체투자, IB 등) 장사’로 기수를 돌렸다. 우리은행,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등은 CEO가 앞장서 직원평가기준을 혁신중이다. 수익률보다 고객만족을 중시하겠다는 것으로, 조직을 뒤흔들 변화다.

개인들도 강 건너 불 보듯 하지 말고, 빨리 변화에 발을 담가야 한다. 200세 시대·초저금리 시대에 파생연계펀드(DLF) 같은 ‘고위험, 고수익’만 좇을 때가 아니다. 노후대비라면 더 그렇다. 눈 돌릴 곳은 많다. 예컨대 은행·통신 연계 적금 같은 ‘저위험, 중수익’ 상품도 있고, 리츠(REITs) 같은 ‘중위험, 중수익’ 상품도 있다. 주가가 떨어진 탓에, 지금 사면 두자릿수에 육박하는 배당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종목도 눈에 띈다.

손놓고 있어서는 안되는데, 현실은 무방비다. “직원 평균연봉이 1억 초반대임에도 노후대비가 전혀 안돼 있습니다. 주거비와 교육비 때문에 여력이 없다네요”(모 금융기관 사장) “200살까지 살고 싶을까. 70 넘어 130년 동안 뭐 하고 살아”(회사동료)

여력과 대책 없이 맞이할 200세 시대. ‘Homo two-hundred’ 앞에 ‘Horrible(끔찍한)’을 붙여야 할 판이다.(※2017년 기준 평균수명은 약 83세이며, 이 중 건강하게 사는 건강수명은 약 63세다. 지금도 마지막 20년은 앓다가 간다는 얘기다) pils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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