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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 광장-김준형 의사·칼럼니스트] 간섭과 책임

공자의 제자 중에 ‘복자천’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어느 날, 복자천은 임금에게 지방의 땅을 다스리라는 명령을 받았다. 그런데 임금이 이런 저런 간섭을 할까 걱정이 되었다.

고민하던 복자천은 한 가지 꾀를 생각해 내었다. 그는 임금이 아끼는 사관 두 사람을 데리고 갔다. 임지에 도착한 복자천은 사관들에게 글을 쓰도록 시켰다.

그런데 글을 쓸 때 슬쩍 팔꿈치를 잡아당기기도 하고 툭 치기도하며 방해했다. 그렇게 문서가 만들어 졌으나 글자가 삐뚤삐뚤하고 엉망이었다.

복자천은 ‘왜 이렇게 글을 못 쓰냐’며 사관들을 야단쳤다. 화가 난 사관들은 복자천을 떠나 임금에게 돌아왔다. 그리고 자신들이 당한 일을 임금에게 설명했다. 사관들의 이야기를 다 들은 임금은 탄식을 하며 말했다. “과인이 어리석었구나. 팔꿈치만 잡아당겨도 글을 못 쓰는데 복자천에게 이런 저런 간섭을 하면 어찌 제대로 일을 할 수 있겠는가? 두 사관이 아니었으면 과인은 아마도 잘못을 알지 못했겠구나!”

임금은 복자천에게 말했다. “지금부터 그 땅은 짐의 땅이 아니다. 그대가 알아서 잘 다스리고 5년마다 한번씩 보고만 하라” 복자천은 그 땅을 소신껏 잘 다스려 살기 좋은 지방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설사 임금과 신하와의 관계라 하더라도 함부로 간섭을 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간섭을 해서 생기는 문제는 간섭한 사람이 책임져야 한다. 마치 삐뚤삐뚤한 글자는 사관이 아니라 복자천의 책임이듯이 말이다.

최근 유튜브의 노란딱지가 문제가 되고 있다. 유튜브는 기본적으로 광고수익에 의해 운영되는 체제다. 그런데 유튜브에서는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영상에 노란딱지를 붙인다. 노란딱지가 붙은 영상은 광고를 붙일 수 없게 되어 수입에 타격을 입게 된다.

보수 유튜버들은 이 노란딱지가 정부를 비판하는 영상에 유난히 많이 붙는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에 대해서 유튜브 코리아 측은 부적절한 언어, 폭력, 성인용 콘텐츠, 논란의 소지가 있는 컨텐츠 등 11가지 기준을 통해서 노란딱지를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우리는 유튜브에 대해서 몇 가지 문제를 살펴보아야 한다. 우선 노란딱지의 기준이 합리적인가 하는 문제다. 사실 노란딱지는 보수 유튜버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진보 유튜버의 영상에도 노란 딱지가 붙고 게임을 소개한 영상에도 노란 딱지가 붙는다. 심지어는 언론사 뉴스에도 노란딱지가 붙는다고 한다. 뉴스가 부적절한 콘텐츠란 말인가?

두 번째로 공정성에 관한 문제다. 어떤 영상 제작자는 빈 동영상을 올렸는데 단 몇 분 만에 노란딱지가 붙었다고 하고, 또 다른 유튜버는 헌법을 낭독한 동영상에 노란딱지가 붙어서 당황했다고 한다. 적어도 이런 사례들은 유튜브 측의 실수가 분명해 보인다.

마지막으로 책임에 관한 것이다. 이것은 민감하고 근본적인 문제다. 유튜브는 플랫폼일 뿐이지 콘텐츠를 직접 생산하는 회사가 아니다. 따라서 콘텐츠 내용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 만약 영상으로 인하여 누군가 명예가 훼손되는 일이 생기더라도 영상제작자와 피해자 간의 재판으로 해결해야할 문제지 유튜브에게는 책임이 없다는 말이다.

하지만 유튜브가 콘텐츠 ‘내용’에 간섭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여기서 노란딱지가 문제가 된다.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비용이 꽤 든다고 한다. 유튜브가 광고비를 통제하면 마음에 들지 않는 채널을 도태시키고 입맛에 맞는 채널만 살려둘 수 있다.

실제로 수십만의 구독자를 가진 채널이 노란딱지에 시달리다 폐쇄를 하고, 어떤 채널은 시사적인 내용에서 요리나 사생활에 대한 내용으로 콘텐츠를 변경하고 있다고 한다. 아무리 부인해도 유튜브가 노란딱지를 이용해서 콘텐츠의 내용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따라서 콘텐츠에 대한 법적 분쟁이 생긴다면 유튜브도 책임을 져야 한다. 과연 유튜브가 책임을 인정할까?

유튜브는 세상을 하나로 만들었다. 그러나 유튜브도 좀 더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 그리고 간섭이 있는 곳에 항상 책임이 따른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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