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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규제에 발묶인 M&A]10여개 저축銀 매물 수년째 주인 못찾아 ‘허덕’
인허가 문턱에 매각 좌절…“향후 30개 넘을것”
지역·서민금융 묶여 영업구역 확대 원천차단
동일 대주주 3개 이상 보유금지도 걸림돌로
학계 “M&A 장려·부작용 억제 방안 병행을”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온 ‘알짜’ 저축은행들이 수년째 새 주인을 만나지 못하고 있다. 저축은행은 지역·서민중심 금융기관으로서 역할해야 한다는 원칙이 영업구역 확대로 이어질 수 있는 M&A를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터넷전문은행 등장과 지역 경기 침체 여파 등으로 저축은행 매물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금융당국의 전향적인 정책 변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사모펀드(PEF) 운용사 스마트투자파트너스로의 매각이 예정됐던 스마트저축은행은 지난달 1일 금융위원회로부터 주식 취득 승인 불허 결정을 받아든 이후 현재 다른 인수 후보자와 원점에서 논의를 진행 중이다.

앞서 지난 5월 스마트투자파트너스는 대유위니아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대유에이텍과 대유플러스가 각각 41.5%, 41%씩 보유하고 있는 지분을 약 800억원에 매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스마트투자파트너스는 계약 시 합의했던 주식취득 승인 시한(9월 30일) 내에 대주주 적격 승인을 받아내지 못했다.

이밖에도 최근 금융당국의 인허가 문턱을 넘지 못해 매각이 무산된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8월에는 발광다이오드(LED) 업체 씨티젠이 무기한 지연되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로 인해 대원저축은행 인수를 포기했다. 수년째 M&A시장 단골로 여겨지던 업계 10위권 OSB저축은행(옛 푸른2저축은행)도 같은달 “매각의 잠정 보류가 아니라 철회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자산규모 1000억원 이상의 유니온·DH·민국·솔브레인·대한·머스트삼일저축은행 등이 매물로 나와있지만 아직 새 주인을 찾지 못했다.

저축은행 업계는 M&A를 가로막는 대표적 장애물로 ‘동일 대주주의 3개 이상 저축은행 보유·지배’를 금지하는 현행 규정을 꼽는다. 상호저축은행은 지역·서민 중심 금융기관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저축은행법 상 ‘지역주의 원칙’에 따라 영업구역 확대를 초래하는 동일 대주주의 3개 이상 저축은행 소유 및 지배를 금지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저축은행 31곳이 파산한 ‘저축은행 사태’가 규제가 생긴 배경이다.

업계는 저축은행 매물이 쌓여가는 만큼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우선 지방 저축은행 오너 대부분이 40년 이상 경영해오면서 가업승계 등에 나설 시점에 도달했다. 현재 저축은행은 기본 상속세 50%에 경영권 할증과세까지 최대 65%의 상속 부담을 져야 한다. 매각이나 승계 모두 부담인 구조다.

업계 관계자는 “승계든 매각이든 적임자를 찾지 못해 강제 해산할 경우 지역 내 소상공인 대상 대출이 빠르게 회수되는 등 지방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방경기 침체에 따라 수도권과 지방 저축은행과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인터넷전문은행 등 신규 대출취급기관이 성장하면서 저축은행 매물이 점차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남재현 국민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존 저축은행 간 선의의 인수합병을 장려하되, 규제 완화가 악용돼 나타나는 부작용을 억제하는 방법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주주 적격성이나 건정성 심사가 충족될 경우 3개 이상 저축은행 인수를 허용하는 식이다. 지역주의 원칙과 관련해선, 기존에 보유하지 않던 영업구역 저축은행을 인수할 때에도 각각 기존 영업구역을 유지하도록 하는 방안도 제기된다.

최준선 기자/hum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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