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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北 추방과 인권…2019년 대한민국 현주소

“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존엄하며 평등하다”.

1948년 12월10일 유엔총회에서 제정한 세계인권선언 제1조의 내용이다. 세계인권선언은 인류가 이 땅에 등장한 이후 인권과 관련한 경험과 지혜를 총망라해 ‘함께 달성해야 할 하나의 공통기준’으로 정리한 요체다. 돌연 세계인권선언을 떠올린 것은 정부의 지난 7일 북한 주민 2명의 추방과 그 이후 불거진 논란을 지켜보면서다.

이번 사건은 충격을 넘어선 공포로 다가온다. 추방된 북한 주민들이 바다 위 허름한 목선 위에서 두 달여 동안 숙식을 함께 한 동료선원 16명을 수 시간에 걸쳐 차례차례 살해하는 장면은 상상만으로 몸서리 처진다. 정부가 분단 이후 처음으로 해당 북한 주민들을 북한이탈주민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판문점을 통해 추방한 것도 일견 납득이 되는 까닭이다.

그러나 의외로 추방 이후 논란의 후폭풍도 만만치 않다. 논란의 범주도 대단히 넓다. 우선 굵직굵직한 사안마다 따라붙는 정부 대응의 적절성 여부와 은폐 의혹은 물론 북한 눈치보기라는 비판이 빠지지 않는다. 보수야당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정치권에서 금기시하다시피 했던 ‘홍콩사태’와 이를 촉발한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까지 거론해가며 국정조사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태세다. 여기에 남북관계의 특수성과 북한 주민의 법적 지위, 북한이탈주민법·출입국관리법 적용 적정성 여부, 난민지위협약과 고문방지협약을 비롯한 국제법 위반 여부 등 복잡하고 난해한 법적 문제까지 얽히면서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

논란의 핵심에는 인권이 자리하고 있다. 야당은 국제사회에서 최악의 인권침해국으로 낙인찍힌 북한으로 중대한 범행을 저지른 범죄혐의자를 보낸 것은 헌법과 북한이탈주민법 위반이라고 문제 삼는다. 대북인권단체들은 문명국의 기본양식과 보편적 인권 기준을 저버렸다고 비판한다. 나라 안팎에서 제기되는 국제법 위반 여부를 둘러싼 지적도 정부의 이번 결정이 생명이나 자유를 위협받을 우려가 있는 국가로 난민을 추방하거나 송환해서는 안되며, 고문 받을 위험이 있거나 인권침해 사례가 있던 국가로 추방·송환·인도를 금지한 국제협약 내용과 배치된다는 데서 출발한다.

실제 추방된 북한 주민들은 고의적 중살인죄와 관련해 10년 이상의 노동교화형, 정상이 특히 무거운 경우 무기노동교화형 또는 사형에 처한다고 규정한 북한 형법에 따라 사형 선고가 유력해 보인다. 형사재판 과정에서 고문을 당할 개연성도 높다. 정부가 이번 추방으로 북한 주민 2명의 죽음을 사실상 방치 내지 종용했다는 비판도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갖는 셈이다.

주목하고자 하는 대목은 이번 사건에 있어서 그동안 통상 인권에 대해 관심이 덜한 것으로 인식되던 보수진영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2016년 중국 내 북한식당 종업원들의 이른바 집단탈북을 대하는 태도와 대조적이다. 앞서 국제민주법률가협회(IADL)와 아시아태평양법률가연맹(COLAP) 등 외국 법률가들로 구성된 국제진상조사단이 이들의 집단탈북이 사실은 박근혜 정부의 기만에 의한 한국으로의 강제이송이었다며 납치 및 인권침해라고 규정했을 때는 상대적으로 조용한 편이었다.

진보진영 역시 이해가 안되는 구석이 있다. 진보진영은 중국 내 북한식당 종업원들의 집단탈북 때는 이 문제를 적극 제기했지만 북한 주민 추방과 관련해서는 잠잠한 편이다. 개혁을 내세운 현 정부도 북한 인권문제와 관련해 동포애적 관점에서 북한인권법상 규정된 북한 주민의 인권보호와 증진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앞세우고 있지만 앞선 보수정부 때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진보와 보수 가릴 것 없이 인권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라는 대명제는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북한이 결부돼 북한 인권문제가 되는 순간 이같은 대명제는 쉽사리 흔들리고 마는 모습이다. 여기에 몇 년 전 제주 예멘 난민을 둘러싼 논란까지 떠올리자니 2019년 대한민국은 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존엄하며 평등하다는 세계인권선언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게 된다.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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