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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 예타면제 30조…성과불구 꼼수로 얼룩
정부, 내달 예타 도입 20년 행사
공공투자 관리제도 성과 공유
文 정부, 문턱낮추고 조사 생략
“혈세 지킴이 역할 못했다”제기

올해만 예비타당성 조사를 생략하고 진행한 사업 규모가 지난 2015년 1조원에서 올해 30조원으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대로 된 평가 없이 대규모 재정사업을 실시한 때문이다.

내달 문재인 정부는 예비타당성 조사 도입 20주년 행사를 열고, 그간 성과를 알릴 예정이다. 하지만 입맛대로 예타 조사를 생략하고, 문턱까지 낮춘 탓에 ‘혈세 파수꾼’ 역할을 무력화시켰다는 비판을 피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12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 세계은행(WB)은 내달 16~17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예타 조사 20주년 기념회의’를 열 예정이다. 국내외 전문가 150여명을 초청해 공공투자 관리제도의 성과를 공유할 계획이다.

지난 20년간 예타 제도는 예산 낭비를 막고 재정 효율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최근 문 정부가 입맛대로 예타 면제 사업을 선정하면서 제 기능을 잃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예타를 면제받은 사업의 총사업비는 지난 2015년 1조4000억원(13건)에서 2019년 30조6000억원(40건)으로 급증했다. 올해의 경우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를 통해 23개 지역 사업(약 24조원 규모)의 예타를 면제한 영향이 컸다.

이 중 ‘국가 정책적으로 추진이 필요한 사업’이라는 명목으로 예타를 면제받은 사업의 비중이 2015년 10.8%에서 올해 81.7%로 크게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이들 사업의 총사업비 규모는 1508억원에서 25조89억원으로 늘었다.

올해 4월에는 20년 만에 전면 제도 개편에 나서기도 했다. ‘균형발전’이라는 명분이 확실해지면서 경제성이 낮은 사업이 추진될 우려가 커졌다. ‘정책성’ 평가 항목에 일자리와 환경, 안전 등 사회적 가치를 반영하도록 하자 ‘정치적 판단’이 고려될 여지가 커졌다는 비판도 나왔다.

예정처는 “제도 도입 취지를 고려할 때 예타 조사 면제의 확대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국가 정책적인 추진 필요성에 따른 대규모 재정사업의 경우 사업의 타당성에 대한 사전 검토를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초 예타 대상이 아니었으나 사업 추진 과정에서 규모가 확대될 경우에도 타당성을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현금지원 성격의 복지 사업은 한 번 시작되면 지출을 줄이거나 대상자를 축소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문 정부는 2017~2019년 총 7건의 대규모 복지 사업을 예타 없이 시행했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총 13조4000억원이 소요되는 아동수당, 매년 약 3조원이 들어가는 일자리안정자금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올해 이들 사업에 지출된 예산은 5조2082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3조2385억원보다 60.8% 늘어난 규모다.

김태일 고려대 교수(좋은예산센터 소장)는 “예타 대상 사업 규모가 500억※원에 불과해 이를 더 높일 필요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정해진 원칙이 있다면 예외를 최소화하고 법을 따르는 게 타당하다”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노무현 정부는 지방 혁신도시 사업을 추진하면서도 예외 없이 예타를 실시했다”며 “세금 낭비가 들어가기 때문에 사업 타당성 분석을 꼭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타 조사 제도는 김대중 정부인 지난 1999년 처음 도입됐다. 이때부터 지난해 말까지 총 849건의 예타 조사가 실시됐다. 총 사업비는 377조6000억원에 이른다. 이 중 549건(223.3조원)이 타당성 있는 것으로 분석돼 평균 통과율은 64.7%를 기록했다.

올해도 총 40건이 예타를 통과, 내년도 신규 사업으로 편성됐다. 치매극복 R&D(총 사업비 1987억원),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C 노선(4조3088억원) 등이 대표적이다.

정경수 기자/kwat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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