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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철회·번복·연기·급조…신뢰도 땅에 떨어진 文정부 교육정책
수능 절대평가·영어수업 금지 등
출범 30개월 오락가락 정책 10개
현장 목소리 외면이 정책 좌초로
전문가들 “교육철학 부재가 원인
진영논리 탈피 경쟁논리 도입을”

오는 9일로 임기 반환점을 도는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주요 교육공약이 줄줄이 연기되거나 철회되는 일이 잦으면서 국민들의 교육분야 신뢰도가 땅에 떨어졌다.

특히 ‘조국 사태’ 이후 최근 학생부종합전형 첫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한 데 이어 고교체제 개편과 대학입시 공정성 강화 방안 등 굵직한 교육정책 공개를 앞두고 있지만 문 대통령이 기존 대선공약, 정권출범 이후 밝힌 구상과 잇따라 충돌하면서 교육 안정성이 많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가 남은 임기 동안 ‘보편적 평등’ 기반의 진보교육 방향성에서 탈피해 경쟁 논리를 도입해야 오히려 학생·학부모·학교 모두를 위한 교육개혁을 이룰 수 있다고 조언한다.

7일 교육계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출범 30개월 동안 대선 공약 등에서 공언했던 교육정책을 철회하거나 번복·연기·백지화한 주요 교육정책이 10개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대선 공약인 ‘대학수학능력시험 절대평가’는 2017년 8월 방침 발표 이후 한 달 만에 추진 유예 결정이 났다. 유치원·초1·2 방과후 영어수업 금지, 특성화고 현장실습 폐지 등도 1년여 만에 철회됐다. 자율형사립고·특수목적고(외국어고, 국제고)의 단계적 일반고 전환은 오는 2025년 일괄 전환 방침으로 바뀌었다.

2020년 고1부터 무상교육 시행 공약은 고3부터 거꾸로 확대하는 방식으로 변경됐으며 문재인 정부가 교육분야 국정과제로 내세운 국가교육위원회도 당초 목표였던 ‘연내 설치’가 불가능하게 됐다.

당초 2022년 전면 도입하겠다던 내신 성취평가제(절대평가)와 고교학점제는 시기를 2025년으로 미뤘다.

이외에 ‘한국형 네트워크 대학 구축’과 ‘공영형 사립대 설립’은 묘연한 상태다. 공영형사립대 관련 예산은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2년 연속 전액 삭감된 바 있다.

이처럼 문재인 정부의 주요 교육정책들이 번복·연기·백지화 한 것은 현장의 목소리가 배제된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문재인 정부가 교육정책 추진을 놓고 오락가락하는 사이 학생과 학부모는 큰 혼란에 빠졌다.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의 교육정책 혼선의 원인으로 교육철학 부재를 꼽고 있다. 여론에 민감한 청와대와 여당의 교육정책에 개입할 때마다 교육정책이 수정되면서 교육정책의 신뢰도를 떨어뜨렸다는 것이다. 배영찬 한양대 교수는 “현 정부 정책의 가장 큰 문제는 추구하는 교육 철학과 비전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공론화 과정을 거쳐 지난해 8월 결정한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도 “애초 계획을 지키지 못했다”고 평가를 받고 있다. 강태중 중앙대 교수는 “공론화를 표방하면서 공정 추구 취지도 무색해질 만큼 여론에 휘둘렸다”면서 “고교학점제에 부합하는 대입제도 개선도 이뤄질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평가했다.

교육정책의 혼선 원인으로 야당과의 협치 부족도 지적되고 있다. 김용일 한국해양대 교수는 “교육분야 주요 정책들은 입법화 혹은 법개정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대통령이 직접 나서 야당의 협조를 이끌어내는 노력이 부족해 보였다”고 했다.

국가교육위 설치와 관련, 송인수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는 “국가교육위 설치보다 중요한 것은 교육적 갈등을 풀 수 있도록 숙의가 가능한 구조를 만들고 이를 위한 사회 문화 형성을 위한 노력”이라고 말했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수는 “단기적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장기적으로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기관을 만든다면 정권 이후에라도 평가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최근 당정청이 조국 사태 이후 서울 주요 대학의 정시 비율 상향 조정과 자사고·특목고의 일괄 일반고 전환 등을 도출했지만 ‘급조된 땜질 처방’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며 “진영 논리에서 탈피하지 못한다면 남은 교육개혁마저 땜질 처방에 그칠 수밖에 없다.

국민적 염원이 집결한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경쟁논리를 도입해 모두를 위한 교육의 기치를 내걸어야 할 때”고 강조했다.

박세환 기자/gre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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