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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숙취 다음날 기억 ‘뚝~’…뇌가 보내는 경고
11월 음주폐해 예방의 달
필름 끊기는 블랙아웃 원인은 폭음
6개월 내 2~3회 이상 발생하면 위험
자주 반복땐 50대이후 알코올성치매로 발전
알코올로 간세포 손상되면 간질환 등 발생도
술 마시는 횟수 줄이고 천천히 마셔야
폭음으로 필름이 끊기는 현상이 잦으면 알코올성 치매 위험이 높아진다.

#직장인 박모(44)씨는 11월 저녁 스케줄이 거의 꽉 차있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여러 사람들과 송년회 약속을 잡은 것이다. 오랜만에 만날 지인들이 반갑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걱정이 생긴다. 박씨는 지난 해 연말 술을 마시다가 필름이 끊기는 일이 몇 차례 있었다. 간의 해독력도 한 두 해 지나면서 약해지는 것을 느낀다. 올 해도 술자리는 지난해와 비슷하지만 이번에는 술을 먹더라도 폭음은 하지 않고 적당히 조절해 먹을 생각이다.

연말 술자리가 많아지는 11월은 ‘음주폐해 예방의 달’이다. 음주는 사람들간 화목과 단합을 다지기 위해 좋은 매개체이지만 지나친 음주는 건강을 해치는 원인이 된다. 특히 많은 양의 술을 한꺼번에 마시는 폭음은 뇌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줄 수 있어 삼가해야 한다.

▶알코올, 중추신경 활동 억제시켜 평소와 다른 행동 하게 해=일반적으로 술에 포함된 알코올은 에틸알코올(ethyl alcohol)을 뜻한다. 알코올은 중추신경계 활동을 억제하며 뇌신경계 중에서도 통합기능을 담당하는 부위부터 억제를 시킨다. 때문에 술을 마시게 되면 뇌에서 정신과 행동의 억압을 담당하는 기능이 떨어져 흥분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에 평소 해선 안 될 말이나 행동을 하게 되고 혈중농도가 증가함에 따라 흥분감, 도취감도 함께 상승한다. 말이 많아지고 공격적으로 변하며 행동조절력도 상실된다.

김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술을 마시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기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지적·운동능력이 오히려 감소한다”며 “이런 증상은 알코올 혈중 농도에 비례하는데 주위 환경이나 자극과 상관없이 울거나 웃게 되는 정서 장애도 동반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알코올은 비특이적인 중추신경억제제이기 때문에 많이 복용하면 전신마취제나 수면제처럼 깊은 마취상태에 이를 수 있다. 심할 경우 혼수상태에 이르고 호흡이 힘들어져 이로 인해 사망할 수도 있다.

▶폭음으로 필름 끊기는 현상 자주 나타나면 알코올성 치매 위험 ↑=한편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술을 마시는 것을 과음이라 하는데 남성의 경우 소주 2/3병, 여성은 1/2병 이상을 한 번에 마시는 경우 과음에 해당한다. 과음이 장기적으로 반복되면 흔히 ‘술이 는다’라고 말하는 알코올 내성이 생기고 이는 알코올에 의존하게 하는 알코올 중독을 일으킨다.

알코올 중독은 금단증상을 동반하는데 알코올이 신체에 어느 정도 남아 있지 않으면 불안감을 느낀다. 손을 떨거나 식은땀을 흘리고 심하면 헛것을 보는 등의 증상을 겪게 된다.

특히 술을 마신 후 ‘필름이 끊겼다’라고 말하는 현상을 ‘블랙아웃(blackout)’이라 한다. 이는 알코올 때문에 나타나는 일시적 건망증으로 급성 알코올 중독과 연관돼 있다. 대부분 필름이 끊기는 현상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만 장기적으로 반복되면 뇌가 손상되어 기억력에 심각한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

김 교수는 “블랙아웃이 6개월 이내에 2~3회 발생하거나, 10회 음주 시 2~3회 이상 발생한다면 상당히 위험한 상태”라며 “특히 젊어서 블랙아웃이 자주 반복되면 50대 이후 알코올성 치매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필름이 끊기는 현상은 술을 마시는 양과 속도에 비례한다. 때문에 알코올이 간에서 충분히 분해될 수 있도록 마시는 양을 줄이고 충분한 안주와 함께 천천히 마셔야 한다. 폭탄주와 원샷은 절대로 피해야 한다. 근본적으로 술을 마시는 횟수를 줄이거나 끊는 것이 가장 좋다.

▶알코올로 간세포 손상되면 간경화증 등 간질환 발생=술은 뇌에도 영향을 주지만 무엇보다 간에 부담을 준다. 간은 일차적으로 우리가 섭취한 모든 음식물들을 해독하고 처리함으로써 우리 몸의 다른 장기를 안전하게 지키는 역할을 하는데 장에서 흡수된 알코올을 분해하는 유일한 장기이기도 하다.

알코올은 간 내 효소에 의해 분해되는데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는 유전적으로 알코올 분해 효소가 결핍되어 있는 경우가 약 40%에 이를 정도로 많다. 이런 사람들은 술을 조금만 많이 마셔도 독성 물질인 알데하이드가 체내에 축적되어 부정맥 등 심각한 상태에 빠질 수 있다.

알코올 분해 효소가 충분히 있는 경우라도 지나치게 많은 양의 술을 마시면 알코올에 의해 간세포가 손상을 입게 되고 장기적으로 손상이 지속되면 결국 간경화증으로 진행될 수 있다.

알코올에 의하여 생기는 간질환은 지방간, 간염, 간경화증, 그리고 간암이 있다.

임영석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지방간 단계에서 금주하면 정상 간으로 회복될 수 있지만 간염이나 간경화증이 되면 술을 끊더라도 간기능이 지속적으로 떨어질 수 있다”며 “즉, 알코올성 간질환에는 ‘돌아올 수 없는 다리’가 있기 때문에 금주의 적시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건강한 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건전한 음주 이외에도 대사증후군 예방이 중요하다. 우리가 섭취하는 모든 음식물은 간에서 1차 처리된다. 만약 특정 영양소를 지나치게 많이 섭취한면 간은 스스로 그 영양소를 저장하는데 탄수화물은 저장 효율이 높은 지방으로 바뀌어 저장된다.

임 교수는 “따라서 너무 많은 탄수화물이 함유된 과자, 빵, 음료수, 과일 등을 과량 섭취하면 술을 마시지 않는 경우에도 지방간, 지방간염, 간경화증이 생길 수 있다”며 “절제된 음주 및 식습관과 운동으로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는 것이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손인규 기자/ik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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