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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송영훈 강원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남북유감 : 금강산관광의 딜레마
금강산관광을 이대로 끝낼 것인가. 지난 23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금강산은 남북의 공유물도 아니며 남북관계의 상징이 아니라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시를 보도했다. 보도에 의하면 김 위원장은 남쪽에 의존한 선임자들이 매우 잘못된 판단을 한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자신의 아버지가 추진했던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이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금강산관광 시설을 남측과 협의하여 철거하라는 김 위원장의 지시가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것인지 해석도 다양하다. 조심스럽지만 금강산관광의 조속한 재개를 위한 남측의 적극적인 자세 전환을 촉구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있고, 금강산관광을 통한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북측의 의지가 이제 사라진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어떤 해석이 옳은지 그른지를 따지기보다 이제는 우리 정부의 결단이 요구되는 상황임이 더욱 자명해지고 있다.

정부는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금강산관광 재개를 주저하는 자세를 보이기도 했다. 미국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모양새를 취함으로써 신뢰를 얻고자했을지도 모른다. 북미관계의 중재자 역할을 위하여 미국과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가 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국내 정치적 상황을 고려할 때 한미동맹의 견고함을 국민들에게 인식시키기 위한 조치도 필요했다.

북미관계의 중재자가 되기 위해서 정부는 북한과도 신뢰할만한 관계를 구축해야 했다. 평창 동계올림픽부터 이어진 남북관계의 훈풍은 세 차례의 정상회담으로 이어지고 여러 합의사항들을 도출했다. 군사적 긴장완화를 위한 조치,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의 재개, 이산가족상봉과 같은 의제들은 사회 전반에서 기대가 큰 사업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북제재를 준수한다는 명분 쌓기는 역으로 이 합의사항들을 적극적으로 이행할 수 없는 여건을 조성했다.

북한과 미국의 중재자 역할을 자임하는 것이 단순히 메신저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70년 동안 꽉 막혀있던 북한과 미국의 정상이 만날 수 있도록 하였으니 실패한 전략도 아니다. 그런데 남북관계 개선을 기대하는 국민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에는 아쉬움이 너무 많이 남는다. 북한과 미국을 중재하는 사이 남북관계의 훈풍은 또 다시 냉풍으로 바뀌었고, 남북관계에서 우리가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점점 모호해지고 있다.

국내적으로 좌우갈등을 해소하고 국민적 합의에 따라 대북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대북정책 관련 공론의 장은 열려있어야 하겠지만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하는 것은 국민이 아니라 정부의 정책결정자들이 해나가는 것이다.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정책이 어느 정도 현실화되는지에 따라 그들의 정치적 리더십은 국민들에 의해 평가를 받으면 된다. 따라서 정책결정자들이 지금보다 더 책무성을 발휘하여 적극적인 돌파구를 마련해 나가길 기대한다.

금강산관광을 위한 시설들은 10여년간 방치되어왔기 때문에 일부 철거는 불가피한 상황임도 인정해야 한다. 철거가 당연한 결정이라는 것이 아니다. 다만 금강산관광 재개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원산 지역의 관광단지 개발에 관심이 높은 김 위원장에게 금강산관광 시설들이 불편하게 느껴졌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남측과 합의하여 철거하라는 지시를 내린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북한에 요청하는 당국 간 실무회담은 당분간 쉽게 열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방법이 꼭 금강산관광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남북이 새롭게 사업을 구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역사가 보여주듯이 새로운 사업을 만들어가는 것보다 합의된 사업들을 수정하고 재개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비용이 덜 드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그동안 우리는 금강산관광 사업에 많은 비용을 투입했고 정치적 성향과 상관없이 대다수 국민들이 금강산관광 재개를 지지하고 있다. 그래서 금강산관광을 포기할 수 없다.

이제 정부가 응답할 차례이다. 김 위원장의 마음을 돌려놓든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설득하든지 정치적 선택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 박자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남북 합의사항을 이행하기 위한 전향적인 정책 전환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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