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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한국당의 도 넘은 文대통령 조롱, 유치한 정치에 실망

문재인 대통령을 비하하는 내용의 자유한국당 제작 애니메이션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청와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반발은 물론 저급한 표현에 대한 국민적 실망감 또한 커지고 있다.

한국당 공식 유튜브 채널 ‘오른 소리’에 올린 이 제작물은 덴마크 동화 ‘벌거벗은 임금님’을 각색한 것으로 문 대통령이 속옷만 걸친 모습으로 등장한다. 측근들의 사탕발림 소리에 안보와 경제, 인사에 실패하는 바람에 입은 옷을 전부 벗게 되는 문 대통령을 풍자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신나게 나라 망치더니 드디어 미쳐버렸군”, “나라가 아무리 어려워도 옷도 입을 줄 모르는 멍청이를 임금으로 둘 수 없지” 등의 힐난도 이어진다.

대통령도 얼마든지 비판과 풍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건전한 비판과 날카로운 풍자는 오히려 민심을 대변하고 권력의 오만함을 견제하는 훌륭한 수단이다. 하지만 한국당의 풍자물은 그 범위를 훌쩍 넘어섰다. 수권을 노리는 제 1야당으로서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품위와 정치적 금도를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당은 ‘표현의 자유’라고 강변하겠지만 어림없는 얘기다. 이런 저급한 수준의 풍자물을 국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단 한번이라도 생각해보았다면 이런 무리수는 두지 않았을 것이다.

황교안 대표가 해당 영상의 제작 발표회에 참석해 격려하고 환호한 것은 더 유감이다. 이 자리에서 황 대표는 “가족 캐릭터를 등장시켜 국민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려는 시도는 처음”이라고 그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이건 국민들에게 ‘친근’이 아니라 ‘혐오’로 다가올 뿐이다. 공당의 대표라면 저질스럽고 유치한 표현이 오히려 거부감을 불러온다며 제작 책임자를 엄하게 질책하고 국민에게 사과하는 것이 도리다.

지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을 나체 상태로 묘사한 그림 ‘더러운 잠’이 ‘시국 풍자’를 내세우며 전시돼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당시 한국당은 전시를 주관한 표창원 민주당 의원을 강하게 비판했다. 표 의원 역시 표현의 자유를 넘어선 ‘인격 모독’이라는 여론의 집중 포화에 시달렸다. 불과 2년 여 뒤 한국당이 그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는 것이다. 정치를 하는 기본적 개념조차 의심스럽다.

상대 정치 세력에 대한 지나친 비하는 반드시 호된 역풍을 맞게 마련이다. 정치 도의와 품격을 상실한 저질 정치는 당장 지지세력의 환호는 받을지 몰라도 민심의 큰 바다를 항해할 수 없다. 이를 헤아리지 못하는 한국당이 그저 한심하고 딱할 뿐이다. 조국 사퇴의 호기에도 되레 지지율을 까먹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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