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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 칼럼-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 정말 통일이 되면 어찌하려고

북한이 최근 세계 축구사에 드문 기록을 남겼다.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8강 진출과 같은 쾌거가 아니다. 깜깜이 축구라는 흑역사를 만든 것이다. 지난 10월 15일 평양에서 2022년 FIFA 카타르 월드컵 2차 예선 남북축구가 개최되었다. 한반도기가 휘날리는 가운데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 큰 소리로 합창될 것이라는 기대는 물거품이 되었다.

듣도 보도 못한 무중계·무관중 경기가 진행되었다. 깜깜이 축구는 온 국민을 당혹스럽게 했고, 돌아온 선수들의 인터뷰를 보면서 울화통이 터졌다. 축구가 남북관계의 전부는 아니겠지만 충격이었다. 연이어 김정은 위원장의 금강산 내 시설물 철거지시에 대한 보도가 나왔다.

작년 4월 27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남북정상이 만났다. 핵 없는 한반도 실현, 연내 종전 선언,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설, 이산가족 상봉 등 통일이 곧 다가올 것 같은 핑크빛 가득한 합의문이 발표되었다. 그러나 북한은 여전히 미사일을 쏘아대고, 남북관계는 축구처럼 깜깜하다.

우리는 통일 속에 환상을 담고 있지만, 통일은 냉혹한 현실이다. 통일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준비되지 않은 통일은 대박이 아니라 승자의 저주가 될 수 있다. 2차 대전 후 냉전체제로 우리와 비슷한 분단과정을 겪은 독일은 통일을 대비하여 통일기금설치, 공채발행과 세금인상 등 다양한 방법으로 통일비용을 마련하려는 노력을 하였다.

이처럼 준비를 한다고 했지만 통일비용은 예상을 훨씬 초과하였다. 독일 정부의 공식 발표는 없지만 대략 2000조원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통일 후 동독의 경제수준을 끌어올리느라 서독 주민들까지 고통을 분담하였다. 현재 북한의 경제수준을 생각하면 우리도 엄청난 통일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정부들에서도 통일세니 통일항아리니 하는 통일비용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심지어는 아무런 실체도 없는 통일대박론도 나왔었다. 구호만 요란했을 뿐이다. 북한법과 통일법을 공부하고,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필자가 보기에 정말 이대로 통일이 되면 어찌하려고 이렇게 준비가 없나 불안하다.

역사가 가르쳐주듯이 통일은 예고하지 않고 갑자기 찾아올 가능성이 높다. 이제는 차분히 통일을 대비한 기금을 마련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어야 한다. 현재 남북간의 상호교류와 협력을 지원하기 위한 기금의 운용과 관리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 남북협력기금법이 있지만, 통일 대비 기금은 아니다.

남북협력기금이 북한과의 교류를 위해 현재에 대한 투자라면, 통일대비기금은 미래를 위한 저축이다. 현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법 제30조에는 통일을 추진하기 위한 통일촉진기금에 관하여 규정되어 있다, 이를 통일대비기금으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해볼만하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는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활동하는 1만9000명의 자문위원으로 구성된 글로벌 조직이다. 완전한 정부기구도 민간단체도 아니기에, 적절한 통제장치만 마련된다면 통일대비기금을 조성하고 운용하는 주체로서 적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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