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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블런 2019 서울 마라톤10㎞ 뛰어보니] “운동부족 실감…재도전 의지 불타”
따릉이 타고 가는 시민이 이렇게 부러울줄 몰랐다
시간 24분 43초 첫 완주 “그래도 해냈다” 뿌듯
마라톤으로 자신과의 싸움에 도전한 시민들 멋있어

서울광장을 출발한 마블런 참가자들이 첫번째 오르막 코스인 서소문고가를 달리고 있다.[사진=박상현 기자]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7㎞를 넘기자 여의대로가 나타났다. 출근길 택시 안에서 보던 풍경이다. 직접 달리면서 보는 여의대로 모습은 낯설었다. 이윽고 오른쪽 여의도공원으로 진입하란 입간판이 보였다. 여기서 좌회전하면 내가 출입하는 영등포 경찰서인데, 물 한 잔만 달라고 하고 싶다. 생애 첫 마라톤에 도전한 초보 마라토너가 7㎞를 돌파했을 때 심정이다. 평소 그렇게 가기 싫던 일터로 더 향하고 싶을 만큼 마라톤은 힘들었다. 지난 27일. 기자는 시청에서 출발해 여의도 공원으로 골인하는 ‘마블런 2019 서울 마라톤 10㎞ 코스’에 도전했다.

마블런 2019 서울 마라톤 10km 코스를 달리는 참가자들. 스파이더맨 코스튬을 한 참가자가 보인다. [사진=박상현 기자]

오전 7시 시청 앞. 갑자기 매서워진 추위로 참가자 대부분 외투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발을 동동 굴렀다. 출발 전 준비 운동 공지가 나왔다. 사람들은 시청 반대쪽 광장 끝에 위치한 무대 앞에 모여 강사진의 지도에 몸을 움직였다. 기자도 함께 어울려 몸을 풀었다. 무릎에선 ‘뚝뚝’ 소리가 났다. 하체를 풀어줄 땐 다리가 후들거리기도 했다. 한 손을 땅에 짚고 반대 손을 하늘로 향하며 상체를 틀어주는 동작을 할 땐 옆 사람과 계속 눈이 마주쳐 민망하기도 했다.

오전 8시. 출발선에 모인 참가자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참가자들은 주최 측에서 나눠준 빨간색 ‘MARVEL’ 로고가 가슴 쪽에 쓰인 흰색 반팔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코스튬을 입은 참가자도 있었다. 출발한 지 얼마 안 돼 스파이더맨 복장을 한 채 달리는 참가자가 눈에 들어왔다. 기자 뒤에선 “스파이더맨이 왜 거미줄을 안타고 뛰어가냐”는 목소리가 들렸다.

곧이어 맛있는 냄새가 풍겨왔다. 따뜻하고 기름진 냄새였다. 옆에서 함께 달리던 커플은 “이거 해장국 냄새인데, 이따 끝나고 해장국 콜?”이라며 대회 후를 준비했다. 참가자들의 여유는 서소문 고가가 나타나자 사라졌다. 첫 번째 오르막 코스. “으악, 오르막”이라는 탄식이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기자도 이 지점에서 뜀박질을 멈추고 빠른 걸음에 돌입했다. 내리막이 시작되자 “내리막에선 또 뛰어줘야지”라며 달리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마포대교 전까지 충정로-공덕-마포에 이르는 구간은 경찰의 교통통제도 함께였다. 특히 3㎞를 조금 지나 나온 공덕오거리에는 복잡한 교통만큼 경찰관들도 많이 배치돼 있었다. ‘굳이 저 택시를 저쪽으로 보내시지 않아도 될 거 같은데…’ 순간 원망과 유혹이 생겼지만 마음을 다잡고 계속 달리기 시작했다. 3~4㎞ 구간쯤 되자 시람들이 지친 사람들이 잠시 쉬기 위해 하나둘 신발끈을 고쳐 묶기 시작했다. 가장자리로 나와 묶는 사람, 달리다 멈춘 그 자리에서 묶는 사람 등 다양한 모습이었다. 반려견과 함께 달리는 사람도 있었다. 흰색 강아지에게 분홍색 목줄을 한 채 같이 달리던 한 참가자는 강아지의 빠른 속도에 다시 강아지를 품에 안고 걷기 시작했다.

오전 8시 32분. 마포대교 근처 5㎞ 중간지점에 도착하자 앰뷸런스 1대와 물을 따른 종이컵이 가득 놓인 간이 테이블들이 보였다. 잠시 멈춰 물을 마실 쯤 진행요원 무전기에서 음성이 들렸다. “선두 골인 지점 근처에 다 와 갑니다” 이날 1등 경품은 50만원짜리 마블 피규어였다. 완주에 의의를 두기로 하고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마블런 2019 서울 마라톤 10km 코스 중 주최 측인 마련된 포토부스에서 참가자들이 달리기를 멈추고 사진을 찍고 ㅣ있다. [사진=박상현 기자]

5~6㎞ 구간에 해당하는 곳은 마포대교였다. 두 번째 오르막 코스기도 했다. 여기서부턴 발목이 시큰거리기도 했다. 평소 운동부족을 실감했다. 마포대교 위에선 한강과 63빌딩, 국회의사당이 보였다. 사람들은 잠시 멈춰 그것들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도 했다. 코스 옆으로 참가자가 아닌 누군가가 따릉이를 타고 지나갔다. “부럽다”는 목소리가 들렸다. 8~9㎞ 구간인 여의도 공원엔 아예 포토부스가 마련돼 있었다. 이곳에서도 사람들은 가던 길을 멈춰 사진을 찍었다. 8㎞를 지나자 출발한 지 1시간이 지나 있었다. “이제 이 그룹과의 싸움이다” “거의 다 왔다”며 마음을 다잡는 사람도 있었다. 너무 힘이 들자 마라톤에 참여해 자신과의 싸움에 도전한 사람들이 멋있어 보이기 시작했다.

9㎞ 포인트를 지나 가파른 언덕을 오르자 KBS 건물이 나타났다. 사람들을 쫓아 여의도 공원 쪽으로 향하니 ‘FINISH’라고 쓰인 골인 지점이 보였다. 먼저 들어온 사람들은 이제 막 골인 지점을 향해 달리는 사람들을 사진 찍거나 응원을 해주었다. 골인 지점을 통과하며 기자의 인생 첫 마라톤 10㎞ 코스 도전도 끝났다. 1시간 24분 43초. 첫 완주 기록. ‘그래도 해냈다’는 뿌듯함이 들었다. 뛸때의 고통은 어느새 사라졌다. 마라톤을 완주하고 나니 이런 기분에 뛰는 구나 싶었다. 다음엔 기록을 더 단축해보고 싶다는 도전 의식도 생겼다. 이날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선 발목에 뿌린 스프레이 파스 냄새가 진동했다.

마블런 2019 서울 마라톤 10km 코스를 완주하고 받은 기자의 메달 [사진=박상현 기자]

po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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