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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中에 무릎 꿇은 게임·IT 공룡, 결국은 '소탐대실'

몇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홍콩 사태를 두고 세계 곳곳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진다. 일반 시민들로 구성된 시위대에 대한 폭력적인 진압의 모습은, 티벳, 위구르, 대만 등에 대해 그간 중국이 주변국에 보여준 모습과 중첩되면서 많은 세계인의 분노를 일으키고 있는 게 사실이다.

민주화의 과정에서 비슷한 상황을 경험했던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 일본 등 이른바 선진국의 국민이나 기업, 기관들이 중국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런데, 유독 글로벌 게임·IT 업체들만은 분위기가 좀 다르다.

중국의 눈치를 보고 있다.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로 유명한 세계적인 게임사 블리자드는 최근 홍콩 민주화 운동을 지지한 프로게이머에게 징계를 내려 비난을 샀다.

홍콩 민주화 운동을 지탄한 게임업체 블리자드에 반발한 유저들이 블리자드 보이콧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일부 유저들은 블리자드 게임을 불에 태우는 사진을 인증하기도 했다.
정황은 이러하다. 지난 7일 열린 블리자드의 하스스톤 대회에서 홍콩의 프로게이머 청응와이 선수는 경기 후 홍콩시위를 상징하는 마스크를 쓰고 나와 홍콩 민주화 운동을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

이에 블리자드 측은 청응와이 선수의 출전자격을 1년 동안 박탈하고 해당 대횡에서 얻은 상금을 모두 몰수했다. 이뿐 아니라 인터뷰를 진행한 캐스터 2명을 해고하고 해당 영상도 삭제했다. 당연히 전세계 유저들의 비난이 빗발쳤다.

'리그 오브 레전드'(LoL)으로 유명한 라이엇게임즈 역시 홍콩시위 관련 발언을 자제할 것을 권고하면서 비난받고 있다. 임 대회에서 홍콩이 들어간 팀 이름을 바꿔 부르는 등 홍콩과 관련된 것을 감추는 데 급급하다. 라이엇 게임즈는 이미 LoL에서 '위구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못하게 막아 비난을 산 적이 있다. 심지어 유저들이 '자유'(Freedom)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도 검열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눈치를 보는건 비단 게임회사만이 아니다.

애플은 홍콩 시위대가 경찰의 위치를 실시간 파악할 수 있는 'HK맵.라이브'도 앱스토어에서 삭제했다. 스트리밍 서비스 애플TV+를 준비하면서 콘텐츠 제작사에 중국을 부정적으로 묘사하지 말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이미 홍콩과 마카오 시장에서 판매되는 아이폰에서 대만 국기 아이콘을 삭제하기도 했다. 팀 국 애플 최고경영자가 최근 중국을 방문해 정부 관계자를 만난 것도 결국 중국에게 잘보이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많다.

세계 시장에서 위세를 떨치는 글로벌 게임·IT 기업들이 중국의 시선을 신경쓰는 것은 결국 '돈' 때문일 것이다.

중국은 전세계 게임시장의 27%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 시장이다. 특히 블리자드는 중국 시장에 의존도가 크며, 라이엇 게임은 중국 게임 기업 텐센트가 주주로 있는 회사다.

애플도 마찬가지로 13억 인구를 가진 중국 시장을 등지기는 싫었을 것이다. 중국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7억명에 달한다.

결국 ‘살아남는 것이 곧 정의’인 기업의 입장에서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을 외면하기란 어렵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시계를 넓게 보면 전세계에 시장은 중국만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만 보고 있다간 등 뒤에서 벌어지는 변화와 실망감들을 놓칠 수도 있다.

이미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의 이용자들은 이런 글로벌 기업들의 중국 눈치보기에 큰 실망감을 표시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유저들은 블리자드의 행동에 맹렬한 비판을 가하고 있다. 한국과 유럽 등에서는 게임 유저들이 블리자드 계정을 탈퇴하고 이를 유튜브나 SNS상에서 인증하는 보이콧 운동이 불고 있다.

미국에서는 정치권을 중심으로 이런 기업에 대한 비판 목소리도 커지는 양상이다. 공화당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 등 상·하원 의원 7명은 “중국 정부의 요청으로 홍콩 시위대가 사용하던 앱을 검열한 애플에 대해 강력한 우려를 표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무리 자본주의 시대라고 하지만 돈보다 중요한 것들이 있다. 특히 게임과 첨단 ICT 서비스의 이용자가 상대적으로 많은 선진국에서는 더욱 그렇다. 중국의 마음을 잡으려는 기업들의 노력이 어쩌면 소탐대실(小貪大失)로 이어질지 모르겠다.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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