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외를 막론하고 금융소비자 및 투자자 보호와 관련된 논의는 금융 산업의 중요한 이슈 중 하나임에는 틀림이 없다. 고위험 투자 상품 뿐 아니라 부실채권에 대한 불법적 채권추심 등 금융소비자가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은 한층 높아졌기 때문이다.
키코(KIKO), 동양종금 사태 등 국내 금융권에서는 수 차례 불완전판매와 관련된 문제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또 다시 원금 전액 손실가능성이 커진 해외 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S,DLF) 문제가 터져 나왔다. 금감원에 따르면 이 상품에 투자금을 넣은 투자자는 약 3600여명이고 판매액은 8244억원으로 알려졌다. 이 중 89.1%는 개인고객이며, 예상손실액은 절반이 넘는 4558억원 정도로 예상되고 있다. 최소 1억원인 가입 금액에서 반도 못 건지는 원금 손실이 발생하면서 연일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우리은행의 독일 10년물 국채금리 DLF상품의 손실률은 98.1%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퇴직금, 노후자금 등을 ‘안전자산’으로서 예치할 목적으로 상품을 가입했으나 투자금 1억원 중 192만원 정도만 돌려받게 되는 치명적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물론 은행 입장에서 파생금융상품들이 가지는 위험성에 대해 투자자에게 충분히 설명했다고는 하나 이와 같은 결과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하지만 은행권이 파생상품 판매로 벌어들이는 수입규모를 무시하기 어렵기 때문에 위험성을 알면서도 지속적으로 파생상품을 판매해왔다. 최근 5년 동안 수수료로만 약 2조원을 벌어들였다. 금융소비자 보호가 화두로 떠오르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고 판단된다.
이러한 일이 발생할 때마다 정부의 직?간접 지원으로 대부분의 금융회사는 위기를 모면했으나 판매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적합한 행위로 인한 금융소비자의 손해에 대해 구체적인 대안과 관련 정책은 여전히 지지부진 한 것으로 보인다. 다른 산업대비 금융소비자의 불만이 많다고 해서 반드시 금융상품 판매의 건전성에 문제가 있다고 할 수는 없으나, 일반 소비자분쟁보다 금융소비자의 분쟁이 많은 것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인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인지되어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지난 2010년에 발의됐으나 다른 현안에 밀려 거의 10년 째 국회에서 표류 중이다. 현 정부에서도 금융감독 체계 개편을 금융정책, 금융감독, 금융소비자 보호 기능의 분리로 정의하며 대선 공약으로 내놓기도 하였다. 결국 정부 당국도 이러한 파생상품과 관련된 소비자 피해 사태를 지켜보며 금융소비자를 위한 법안 제정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는 있으나 입법과정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의 충돌로 인해 적극적 추진이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
포괄적으로 보면 금융소비자보호와 관련된 법안은 금융회사의 판매행위에 대한 사전 규제와 예방에 대한 기틀을 마련하고 손해배상 등 금융소비자의 사후적 구제관리가 보다 명확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조속한 법제정이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소비자보호와 관련된 논의는 금융소비자와 금융기관의 양자적 관점에서 접근되어야 하고, 이러한 점이 고려되어 법과 제도적 장치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물론 시장경제에서 금융소비자 보호의 주체는 기본적으로 소비자 본인이다. 금융회사는 금융상품으로 발생하는 손실 또는 부실채권의 발생이 소비자 본인의 책임으로 귀결된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등한시 할 것이 아니라 사전에 이를 예방하고 고객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이를 전달함으로써 생성되는 건전한 금융생태계를 조성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러한 노력이 금융회사의 법적책임과 함께 금융회사가 추진해야 하는 주요 경영전략 중의 하나로 간주되어야만이 금융업의 지속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금융시장 내 도덕적 해이와 정보의 비대칭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금융규제의 강화는 필요하지만, 과도할 경우 금융 산업의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이제 금융소비자 보호와 관련된 문제는 금융회사의 건전성과 금융 산업 보호와 같은 정책적 편향성에 가려져 논의의 중심에서 벗어나서는 안되는 시급한 문제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