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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궁중떡볶이는 고추장을 쓰지 않았다?”…한식의 가짜뉴스
권대영 지음/헬스레터 펴냄

국민간식인 떡볶이는 흔히 1960년대 시장에서 탄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조선의 왕도 좋아했던 음식이었다. 일반적으로 궁중 떡볶이는 고추장을 넣지 않고 간장으로 간을 했다고 알려진 것과 다르다. 일반인이나 군왕이나 모두 오늘날의 떡볶이와 같은 고추장으로 양념한 떡볶이였다는 게 식품과학자 권대영 연구원의 주장이다.

권 연구원은 역저 ‘한식의 인문학’(헬스레터)에서 한식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오류를 일일이 바로 잡는 작업을 벌였다. 가장 대표적인 게 고추의 임진왜란 도입설이다.

고추의 산지는 중남미 지역으로, 임진왜란 때 일본을 통해 국내에 들어왔다는 게 통설이지만 저자에 따르면, 임진왜란 전에 이미 우리 고추가 있었다. 저자는 기록이 들어있는 문헌인 ‘지봉유설’과 ‘오주연문장전산고’를 들어, 일본 유래설을 주장하는 이들이 말하는 ‘남만초’는 우리 고추와 다른 것으로 구별했음을 자세히 소개해 놓았다.

저자에 따르면, 고추의 일본도입설이 등장한 건 1984년 한양대 이성우 교수가 쓴 ‘고추의 역사와 품질평가에 관한 연구’에서다. 즉 1492년 콜럼버스에 의해 고추가 서인도 제도에서 포르투갈로 들어갔다가 100년 동안 인도 등을 거쳐 일본을 통하여 임진왜란 때 우리나라에 들어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쓴 것이다.

이를 후학들이 과학적으로 검증하지 않고 반복, 확대 재생산하면서 어느 새 정설로 굳어졌다는 설명이다. 더욱이 잘못을 무리하게 합리화하다보니 임진왜란 전 문헌에 나오는 김치는 모두 백김치라고 주장하고, 순창고추장도 흑색의 후추고추장이었다는 주장까지 펴게 됐다는 것이다. 저자는 나라마다 다른 고추의 품종을 소개하며, 유전자분석을 통해 고추가 약 1960만년 전부터 존재했으며, 300만년 전부터 다양한 품종으로 진화됐다고 밝힌다. 일본을 통해 들어왔다는 콜럼버스 고추는 한국고추와 품종부터 다르다는 게 저자의 유전자 분석 결과다.

그럼 우리나라 고추는 언제 전파된 걸까? 저자는 여기서 사람에 의해서만 고추가 전래됐을 거란 통념을 뒤집는다. 유전자 분석 결과를 보면, 전통 고추의 두 품종이 이미 47만년 전에 분화했다. 하나는 김치와 고추장을 담그는 데 쓰이는 고추이고 다른 하나는 약간 매운 고추로 국과 탕에 맛을 내는 고추, 즉 청양 고추의 원조인 땡초다. 흔히 청양고추는 우리 고추와 태국 고추의 교잡종으로 알고 있지만, 이 역시 사실과 다르다. 우리나라 약간 매운 고추를 종자개량한 것이다. 유전학적으로도 일본 도입설은 성립하지 않는다.

이런 잘못된 인식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고추가 임진왜란 때 전래된 만큼 음식사를 왜곡하는 일이 벌어진다. 임진왜란 전엔 흰 비빔밥, 간장 떡볶이였다는 억지 주장이 나온다는 얘기다.

책에는 불고기가 일본에서 왔다는 맛칼럼니스트가 불러온 논란부터 닭도리탕이 일본어란 누명을 쓴 이유, 곤드레나물, 청국장 등 음식에 관한 잘못된 가짜뉴스들에 일일이 설명을 덧붙였다.

한식이 한류를 타고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지만 정작 한식에 대한 1차적 연구는 이뤄지지 않고 있는 현실에서 과학과 문헌에 입각해 한식의 진실에 다가간 데 의의가 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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