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22년째 회장직 비워둔 휴온스…윤성태의 효심경영
창업주 아들로 밑바닥부터 배운 윤성태 부회장 “‘그만하면 됐다’ 말씀이 귓전 울릴때 직함 이어받겠다”
휴온스 창업주인 아버지 윤명용 회장이 작고한지 22년이 지났지만, 윤성태 부회장은 회장직함을 이어받지 않고 있다. 집무실에 선친의 초상화를 걸어놓은 윤 부회장이 20년간 100배에 육박하는 고도성장을 이루고도 아직 배고프다고 하는 이유는 선친이 만족할 것 같은 때 까지 계속 매진하겠다는 ‘효심’때문이다. 이상섭 기자/babtong@

중견 제약·바이오·헬스 그룹 휴온스글로벌의 오너인 윤성태(55) 부회장은 창업주인 윤명용 회장이 작고한 지 22년이나 지났지만 아직 ‘회장’ 직함을 달지 않고 있다. 경영 일선에 나선지 20년이나 지났고, 5개의 자회사와 4개의 손자회사를 구축한 휴온스그룹의 오너 ‘원톱’인데도 말이다.

“회사 발전을 위해 갖은 노력을 다 하시다가 갑자기 떠나신 아버님께서 만족하실 만한 모습을 보일 때, ‘그 만 하면 됐다’라는 말씀이 귓전에 울릴 때, 비로소 선친의 직함을 이어받고 싶습니다.”

▶아직 회사에 계신 아버지=회장이 공석이라지만 윤 부회장 집무실 윗편에는 인자한 표정의 윤명용 회장 초상화가 걸려 있고, 그 분이 여전히 판교 휴온스 사옥에 건재해 계신다고, 아들 성태는 믿고 있는 것이다. 서글서글한 표정, 공학도의 순수가 진하게 풍기는 윤성태 부회장이 아직도 배가 고픈 이유는 이같은 ‘효심 경영’ 때문이다.

고(故)윤명용 회장-윤성태 부회장 부자(父子)에게는 연매출 5000억원을 넘는 중견 그룹의 오너 답지 않고, 흔히 마주치는 인상좋은 이웃 같다. 대학을 졸업한 뒤 글로벌기업인 한국IBM에 4년째 근무하던 윤성태 부회장은 1992년 아버지의 부름을 받는다. 직급은 대리. 한국IBM 4년차가 작은 기업으로 하향 이직을 하는데, 직급 보장도 안해주고 수평이동을 하는 것은 요즘 재계 2030세대 4세들이 아버지 회사에 최소한 부장급 이상에서 시작하는 특별취업 문화와 사뭇 다르다.

▶창업주 아들이지만 밑바닥부터 출발=선친과 창업동지들인 임원들, 간부들도 창업주의 아들이라고 봐주지 않았다. 은행 심부름, 닦고 조이고 기름치는 공장 허드렛일, 금전 출납 계산기 두드리는 회계 업무, 품질 개발 과정에서 새로운 시사점이 있을 때 관련 정보를 취합하고 도전하며 새로운 시사점 얻기, 허가 당국의 말단 직원을 찾아가 자사 제품 품질 알리기 등 밑바닥의 모든 일을 윤 대리가 처리했다. 은행 어음 만기일에 급전을 구해 달려가는 일도 윤성태 대리가 맡았다. 엘리트 산업공학도가 졸지에 ‘올 라운드 심부름꾼’으로 분주했지만, 이같은 창업주 아들의 솔선수범이 나중에 고도성장의 자양분이 될 줄은 당시 아무도 몰랐다.

당시 공장 건설에 따른 과도한 투자로 인해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결국 건강까지 해치게 된 윤명용 회장이 1997년 3월 별세한다. 34살에 갑자기 회사 경영을 이끌게 된 윤성태 대표는 광명제약으로 회사 이름도 새롭게 바꾸고 어려운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화불단행(禍不單行)이라 했던가. 기존 투자자들의 자금 회수 조치로 어려움이 가중됐고, 설상가상으로 1998년 3월 공장에 불이나 생산동이 거의 전소하다시피 하면서 창립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는다.

유일하게 남은 것은 화재 보험금. 새출발의 가장 큰 걸림돌이던 빚을 보험금으로 갚은뒤 아버지의 창업동기인 간부들, 자신과 허드렛일을 함께하던 주니어들이 IMF 구제금융기 한파 속에서도 ‘원팀’을 다짐하고 부활과 도약을 외친다.

▶작은 발견, 도약 발판=부활의 신호탄은 영감을 받은 작은 발견을 통해 쐈다. 1998년 주사제 앰플의 해외 판로를 모색하기 위해 예멘 출장갔을 때 현지에서 목격한 20㎖ 용량의 플라스틱 주사제가 국내 시장의 새로운 블루오션임을 직감한 것이다. 당시 국내에는 500㎖ 용량의 큰 플라스틱 앰플은 많았으나, 작은 용량이 없었다. 간호사들은 20㎖ 유리 앰플을 개봉할 때마다 다치는 경우가 빈번했고, 유리가루 발생과, 운반 중 파손되는 문제가 많아 플라스틱 주사제의 필요성에 대한 수요가 대두되었기에 신속하게 개발, 생산에 착수했다. 새 기계가 문제였지만 몇 일 밤을 새가며 기계 국산화에 성공했다.

희망의 밀레니엄, 이 작은 발견으로 2000년 전후해 부채를 완전히 청산한 윤 부회장은 남들보다 한발 앞서 비타민C 고용량 주사제, 비만약으로 업무를 확장해 시장의 호평을 받게 된다.

2006년 코스닥 상장 전까지 매년 30% 수준으로 4~5년간 초고속 성장할 수 있는 것은 제약-바이오-헬스 분야의 현재적 전문성을 기반으로 새로운 발견을 연구개발에 가미하고 이를 매출과 연결시키는 ‘발견-연구-생산의 스피드 경영’ 덕분이다.

▶내 제품 내 몸 임상, 사업지평의 확장=2009년 충북 제천에 KGMP급 신공장을 준공, 우수한 품질 기반의 대규모·다품종 생산 능력을 확보함으로써 자사 제품 생산 뿐 만 아니라, 수탁생산(CMO)특히 플라스틱 주사제 개발에 이어 치과용 국소마취제 ‘리도카인 주사제’와 비타민C 주사제, 비타민D 주사제 등을 선보이며 한 때 국내 주사제 시장의 70%를 석권하기도 했다.

1992년 20억원대, 대표가 된 1997년 60억원대이던 회사매출은 창립 50주년을 맞이한 2015년에 2000억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총 4800여억원의 달성한 휴온스글로벌 산하 9개 자회사-손자회사는 올해 5500억~57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측된다.

윤 부회장은 휴온스의 ‘1호 임상맨’이다. 자기가 만든 제품을 스스로 ‘임상시험’한다. 그 만큼 품질에 자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자회사 휴메딕스의 히알루론산 필러 ‘엘라비에 필러’의 1호 고객이기도 한 윤 부회장은 아침에 일어나면 탄수화물 흡수 억제제 ‘제로메이트’와 고함량 비타민C ‘메리트C산’, 이너뷰티 제품인 ‘이너셋 허니부쉬’를 챙기고 코스메틱 제품인 ‘더마 엘라비에’도 애용한다. 어쩐지 우리나이 쉰 여섯 답지 않은 동안(童顔)이다.

윤 부회장 주요 연구개발 회의부터 마케팅 회의까지 직접 주재하며 직원들과 소통하고, 거의 매주 전국 공장과 계열사를 방문해 격려하며, 아이는 잘 크는지, 일-가정 양립에 어려움은 없는지 물어본다. 가끔 호프 한 잔도 나눈다. 해외 전시회도 빠짐없이 참가한다. 아버지가 일군 공장을 닦고 조이고 기름치던 윤대리의 노력은 윤 부회장의 세심한 경영으로 이어진 것이다.

▶리즈톡스에 큰 기대=휴온스그룹의 차세대 파이프라인 중, 가장 기대가 되는 분야는 전세계적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보툴리눔 톡신 ‘리즈톡스(LIZTOX)’이다. ‘리즈톡스’는 약 5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세계 보툴리눔 톡신 시장의 높은 경쟁력과 시장성, 미래 가치에 역점을 두고 준비해온 프로젝트로, 임상을 통해 미간주름 개선에 대한 유효성을 확인 받았으며, 올해 6월 국내에 출시됐다.

‘리즈톡스’는 이미 ‘휴톡스주(수출명)’라는 브랜드로 지난 2016년 10월 수출 허가를 획득해 동남아, 중동, 중남미 등에 진출해 2018년에만 약 127원의 매출을 달성하는 등 성공 레퍼런스를 이미 확보했다. 자회사 휴메딕스의 히알루론산 필러 ‘엘라비에 프리미어’와 에스테틱 의료장비 ‘더마샤인 시리즈’는 보툴리눔 톡신과 시너지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휴온스글로벌은 원활한 국내 공급 물량 확보와 미국, 유럽 등 글로벌 수출을 겨냥해 충북 제천에 기존 휴톡스 제1공장(100만 바이알) 대비 생산력을 5배 이상 확대한 유럽, 미국 GMP 수준의 휴톡스 제2공장(500만 바이알)의 건설을 완료했으며, 현재 밸리데이션을 모두 완료한 후 식약처로부터 KGMP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아울러 미국, 호주, 러시아, 유럽에서 특허를 취득한 사이클로스포린 단일 나노점안제 ‘클레이셔’와 히알루론산 단일점안제 ‘카이닉스’ 등을 통해 확보한 세계 점안제 시장에서의 리더십을 공고히 하고, 신규 시장 개척을 위해 현재 ‘나노복합점안제(HU-007) 임상3상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천연물 기반 사업으로 확장=휴온스는 건강기능식품 사업 강화를 위해 차별화된 신규 소재 발굴에도 힘쓰고 있다. 천연물 유래 생리활성물질 ’허니부쉬추출발효분말‘이 그 중심에 있다. 국내, 미국, 유럽(7개국) 등에서도 특허 등록을 완료했고, SCI급 논문에도 등재됐다.

국내 및 미국에서 특허를 취득한 ’찔레나무열매‘를 활용한 항알레르기 치료제 및 예방용 건기식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또, 여성 갱년기 증상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국내 최초의 프로바이오틱스 균주 ’락토바실러스 아시도필루스 YT-1‘을 발견, 국내 특허를 취득한 바 있으며 제품 개발도 신속하게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충남 금상 등지 인삼농민과의 윈윈 구조를 기반으로 홍삼 사업에 나섰다. 이를 위해 홍삼 전문 기업 ’성신비에스티㈜(현, 휴온스네이처)‘를 인수하기도 했다. 3조 8000억원 규모의 건기식 시장을 정조준, 건민(健民)을 위한 ’블록버스터급‘ 건강기능식품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포부다.

▶효심, 건민의 보람, 그리고 사랑=낮은 데로 임해, 쓰러져 가던 회사를 일으켜 고도성장 기업으로 견인한 윤 부회장의 에너지원은 효심이다. 아울러 성장으로 가는 추진 동력은 국민 건강(건민)이라는 보람, 주주에 대한 감사라고 한다. 동료들과 눈물 젖은 빵을 나눠먹어 보았기에 더욱 그렇다. ’중요한 것은 실패를 겪고, 딛고, 극복해내는 의지라는 그의 좌우명의 배후엔 깊고 깊은 사랑이 있었다.

함영훈 선임기자/abc@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