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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TO 농업분야 개도국 지위 포기여부 결정 D-10…이르면 이번주 대외경제장관서 결정
농민단체 반대 성명 잇달아…"국제적 위치·역할 고려"
[헤럴드DB]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 우리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 농업분야 개발도상국 지위 포기여부를 향후 열흘안으로 결정해야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고위 관계자들의 그동안 공식 관련 발언을 종합할 경우, 우리 정부는 개도국 지위 포기를 비중있게 검토하고 대책마련에 분주한 것으로 읽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통상 압박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개도국 지위를 유지함으로써 얻는 실익이 그다지 크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농업분야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지 않을 경우, 오는 11월 최종 결정되는 미국의 수입산 자동차 관세 부과 국가에 우리가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WTO 농업분야 개도국 지위를 포기할 경우, 이에 반발하는 지방자치단체와 농민들을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13일 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이르면 이번주중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고 WTO 개도국 지위 유지 여부를 두고 논의할 예정이다.

정부는 지난달 20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재한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WTO에서의 개도국 특혜 관련 동향과 대응 방향을 공식 안건으로 처음 상정했다.

당시 홍 부총리는 "WTO에서 다른 개도국이 한국의 개도국 특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어 향후 개도국 특혜를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다음 달(10월) 회의에서 결정하려고 목표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7월 26일(현지시간) 경제적 발전도가 높은 국가가 WTO 내 개도국 지위를 이용해 특혜를 누리고 있다며 WTO가 이 문제를 손봐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WTO가 90일 내 실질적 진전을 이뤄내지 못하면 미국 차원에서 이들 국가에 대한 개도국 대우를 일방적으로 중단하겠다고 못 박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마감 시한은 오는 23일까지다. 이르면 이번주 중, 늦어도 내주 초에는 한국의 개도국 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할 시점이 온 것이다.

이미 대만, 브라질, 아랍에미리트(UAE), 싱가포르가 개도국 지위를 더는 주장하지 않기로 했고 마감 시한이 임박하면서 미국의 주장에 응하는 국가가 잇달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미국이 '경제적 발전도가 높은 국가'의 4가지 기준으로 제시한 데 모두 부합하는 유일한 나라다.

이로 인해 한국이 계속 개도국 지위를 주장할 경우 미국과의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다음달 최종 결정되는 미국의 수입산 자동차 관세 부과 국가에 우리나라가 포함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미국이 최종 발표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수입 때문에 통상 안보가 위협받을 때 수입을 긴급히 제한할 수 있도록 한 무역확장법 232조를 토대로 자동차 관세를 추진,수입 자동차와 부품이 국가안보를 해친다며 25%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따라서 정부는 자동차 등 국내 주요 산업분야를 보호하는 대신 농업분야 개도국 지위 포기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 시각이다. 정부는 농업분야 안전장치로 내년도 공익형 직불제 관련 예산 2조2000억원을 편성한 상태다.

하지만 농업 부문의 반발이 큰 상황이라 이를 어떻게 설득할지가 숙제다. 농협 농정통상위원회 조합장들은 7일 성명을 내고 정부에 "농업 부문에서 WTO 개도국 지위를 미리 포기하면 안 된다"고 요구했다.

위원회는 "우리나라 농업은 우루과이라운드(UR) 농업 협상에서 개도국 지위를 인정받았으며 WTO 차기 무역협상이 타결될 때까지 그 지위를 계속 유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남도도 한국 농업 부문이 WTO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결정해달라고 국회와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에 건의했다.

정부 부처 간에도 의견이 엇갈린다. 통상당국은 WTO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크다고 보는 반면, 농정당국은 농업 부문에 미칠 타격을 우려하며 보다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다만 전체적인 무게는 WTO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지 않는 쪽에 쏠려 있다.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인사청문회 당시 한국이 국제 통상의 농업 부문에서 지금처럼 개도국 지위를 계속 유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일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와 관련해 "정부의 입장은 확정하지 않았고 관계부처, 영향이 있는 분야 관계자와 협의 중"이라고 전제하며 "국제적 위치와 역할 등을 고려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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