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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법농단·버닝썬 범죄…로마에선 “사회와 영원히 격리”
로마법 수업 한동일 지음 문학동네

전작 ‘라틴어 수업’으로 주목을 받은 한동일 교수가 ‘로마법 수업’으로 돌아왔다. 2018년 연세대 법무대학원에서 개설한 ‘로마법 수업’ 강좌가 바탕이 됐다. 한 교수가 동아시아 최초의 바티칸 대법원 로타 로마나의 변호사란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그의 로마법 강의는 ‘라틴어 수업’이 그랬듯이 법의 테두리를 넘어 인간에 대한 이해로 모아진다. 독일을 비롯, 유럽 법의 근간이 된 로마법이 사람사이의 갈등 등 당대의 고민을 어떤 식으로 해결했는지 특히 우리 생활에서 만날 수 있는 익숙한 사례에 초점을 맞춰 풀어나간다.

가령 사법농단과 버닝썬 사건 같은 경우, 로마는 어떻게 판결을 내렸을까? 재판관이 사적인 이득을 취하기 위해 판결을 조작하거나 ‘성욕을 불러 일으키는 약’을 여성들에게 먹여 범죄를 저지른 경우, 로마에선 강제유배형이란 중형이 내려졌다. 이는 교화가 필요없을 정도로 극악무도한 범죄로 보고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시킨 것이다.

신분제 사회인 로마인들은 특권층에게 특권과 혜택이 제공되는 만큼 냉엄한 도덕성과 윤리를 요구했는데, 지금으로 치자면 국회의원이나 고위 공무뭔에 해당하는 로마의 정무관들은 반드시 군 복무를 마쳐야만 했다. 군을 기피하거나 고위 공무원이 보통 시민들보다 훨씬 더 많은 연봉을 받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런 정의와 공정함은 이탈리아 곳곳에서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저자는 한 예로 가장 풍광이 좋은 곳에 장애시설이나 요양원을 짓는 것을 드는데, 님비 현상이 팽배한 우리와 현격한 차이다.

이웃간 조망권 문제도 갈등의 요소였다. 로마의 빌라와 아파트격인 공공주택 인슬라가 들어서면서 조망권분쟁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공중화장실에 아기를 유기하는 일도 종종 발생했다.

저자는 로마법의 특징으로 절충과 조율을 꼽는다. 로마는 에투리아인의 선진 문화와 그리스 문화 및 기타 문화를 흡수한 포용 문화였으며, 특유의 실용적인 기질로 이들을 아울러 법과 제도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로마법을 읽는다는 것은 로마인들이 복잡다단한 사회문제를 응시하고 다양한 목소리들을 반영해가며 원칙을 세운 과정을 고스란히 반추해가는 일”이라며, “가치관의 대립과 사회적 쟁점들로 인해 폭발 직전의 화산처럼 들끓고 있는 대한민국 사회에서도 분명 의미있는 일”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사건과 법적용 뿐 아니라 로마인들의 삶과 철학, 저자가 유학시절 경험한 일 등을 종횡으로 오가며 인간다운 삶에 대한 성찰로 이끈다.

이윤미/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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