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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증 받은 뇌가 가는 곳…‘뇌은행’을 아시나요?
뇌연구정책센터 조사 “몰랐다” 80%
인간의 뇌, 치매·조현병 연구 적합
뇌연구원 산하 ‘뇌은행’ 5년째 운영
세계 과학자들 4년마다 IBRO 총회
‘뇌과학 올림픽’으로 불리는 제10차 세계 뇌신경과학총회(IBRO 2019)가 지난 21일 대구 엑스코에서 개막했다. [한국뇌연구원 제공]
IBRO 2019 부스 행사 현장. [한국뇌연구원 제공]

“제 뇌를 기증할 수 있는지 몰랐습니다.”

국제뇌과학기구(IBRO) 2019 한국사무국장을 맡은 정성진 한국뇌연구원 뇌연구정책센터장이 ‘뇌은행’을 언급할 때마다 가장 많이 듣는 말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연구자들 중에서도 인간 뇌 기증 여부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뇌연구정책센터가 지난해 11월 한국의 19세 이상 60세 이하 남녀 1028명의 휴대전화에 무작위로 전화해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뇌은행을 ‘잘 모른다’(49.6%)거나 ‘들어본 적은 있으나 잘 모른다’(29.6%)는 응답 비율이 79.2%에 달한다. 국민 10명 중 8명이 뇌기증 여부를 잘 모르고 있다는 의미다.

최근 뇌신경 연구 분야에서는 인간의 뇌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 인간의 뇌를 직접 들여다 본 연구가 심심찮게 나온다. 동물의 뇌는 인간의 뇌와 구조와 기능이 다르고 뇌질환의 종류나 증상에도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많은 과학자들은 쥐 등 포유류의 뇌를 연구하며 인간의 뇌를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얻은 연구결과를 사람에게 직접 적용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알츠하이머 치매나 조현병, 자폐증, 뇌전증 등 뇌질환이 현대 의학 수준으로 치료의 한계를 보이는 것과도 맞닿아 있다.

그런데 이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뇌은행이다. 지난 2014년 한국뇌연구원 산하에 설립된 한국뇌은행은 인간의 뇌를 기증받아 보존하고 이를 필요로 하는 연구자들에게 제공한다. 현재 뇌은행에는 100명이 넘는 뇌와 혈액·뇌척수액·소변·생검조직 등 970건에 이르는 뇌자원이 기증돼 있다. 뇌기증 희망등록자만 해도 795명에 이른다.

뇌연구원은 앞서 칠곡경북대병원, 전남대병원, 서울아산병원, 강원대병원, 부산백병원과 협력해 ‘한국뇌은행 전국망’도 구축했다. 앞으로 다양한 뇌질환을 연구하는 국가 차원의 연구 인프라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뇌를 기증한 사람은 세상을 떠나고 없지만, 그의 숭고한 가치가 계속해서 이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다만 뇌은행 및 뇌연구자원과 관련된 현행법이 우리나라 뇌연구 활성화의 발목을 잡고 있다. 뇌연구자들은 뇌질환 등의 연구를 위해 뇌은행에서 확보한 뇌조직을 분양받을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는 상당히 제한적이다. 뇌기증부터 분양까지 일련의 절차와 윤리적 기준이 ‘시체해부 및 보존에 관한 법률’을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치매를 앓다 사망한 환자의 뇌조직을 한곳에 모아두는 것도 시체해부법에 막혀 불가능하다. 신약 개발을 위해 연구 목적으로 뇌조직을 요청한 경우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해석이 명확하지 않다.

이 때문에 내년부터 2028년까지 9년간 치매 원인과 진단·예방·치료기술 연구개발(R&D)에 2000억원을 투입한다고 발표한 정부 계획의 실효성을 담보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시체해부법에 묶여 있으면 치매 원인을 밝히는 뇌연구도 더딜 수 밖에 없다.

현행 법률에 없는 뇌연구자원과 뇌은행에 대한 정의부터 마련하고 이에 따라 뇌조직 분양에 지원 근거를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반면 일본은 브라질, 네덜란드와 함께 전 세계적으로 앞서가는 뇌은행을 가졌다. 일본의 가장 대표적인 뇌은행인 니이가타 의과대학 신경과학연구소 내 뇌은행에는 3000여명의 뇌가 보관돼 있다. 기증 받은 생검조직만 해도 3만명에 이른다.

한편 지난 21일부터 25일까지 대구에서 열린 세계 IBRO 총회에서는 뇌 기증의 필요성이 적극 제기돼 관심을 모았다. IBRO 조직위는 “뇌도 다른 인체 조직처럼 기증을 받을 수 있는 사회문화적인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세계 뇌신경과학자들이 4년마다 집결하는 IBRO 총회는 개최 37년만에 처음으로 한국에서 열렸다.

IBRO 2019 조직위원회 공동위원장인 서판길 한국뇌연구원장은 “IBRO를 계기로 우리나라가 뇌연구 기초체력을 쌓고, 뇌 응용연구를 위한 기반조성 등 선순환적 뇌연구 생태계를 조성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정아 기자/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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