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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대의민주제의 위기, 제도 결함이냐 통치 실패냐

지난 2016년 12월, 국내 정치계에선 개헌논의가 폭발했다.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후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가부 결정을 앞둔 상황이었다. 조기 대선 가능성이 현실화되면서 국회에서 개헌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형국이었다. 정체 혹은 정부형태가 논의의 핵심이었다. 현재의 5년 단임 대통령제를 4년 중임 대통령제나 의원내각제로 바꿔야 한다는 요구가 높았다. 밑바탕엔 역대 정부의 실정과 최고 권력자의 비극적 말로가 ‘제왕적 대통령제’와 단임제에서 비롯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개헌은 여전히 진행형인, ‘미완의 과제’로 남았다. 그런데, 현대 민주주의의 두 본산이자 의원내각제와 대통령제의 종주국이라 할 수 있는 영국과 미국의 정치가 요즘심상치 않다. 대의민주주의의 심각한 ‘작동 오류’ 할만한 정치적 혼란이 거듭되고 있다.

먼저 영국이다. 지난 2016년 국민투표를 통해 유럽연합(EU)로부터의 탈퇴(브렉시트)를 결정해놓고도 3년여간 극심한 ‘결정장애’를 앓고 있다. 테리사 메이 전 총리의 EU 합의안은 하원이 모두 3차례 모두 퇴짜를 놨다. 결국 내각 수장이 교체됐다. 신임 보리스 존슨 총리는 기존 합의안을 거부하고 ‘노딜 브렉시트’를 밀어붙였지만 의회는 정반대로 ‘노딜 방지’를 골자로 하는 ‘EU(탈퇴)법’을 통과시켰다. 존슨 총리의 ‘조기총선안’도 보기좋게 거절당했다. 그동안 브렉시트 기한은 2차례 연장됐다. 마땅한 합의가 없으면 10월말 기한도 내년 1월까지 밀린다.

브렉시트는 3년여간 2명의 총리를 갈아치웠다. 3번째인 존슨 총리의 ‘정치적 수명’도 취임 직후부터 사실상 ‘시한부’가 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이후 미국의 정치는 ‘재선’과 ‘탄핵’, 두 단어로 요약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 대선 개입 공모 의혹’으로 인한 민주당 내부-반대진영의 ‘탄핵요구’와 함께 임기를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 자신은 백악관에 입성하자마자부터 사실상 재선 캠페인을 시작했다. 역대 미국 대통령 중 공식·비공식적으로 임기 중 재선 캠페인을 가장 이르게 시작한 대통령이 트럼프라는 것이 미국 언론의 공통된 평가다. 뿐만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내내 참모와의 갈등설, 각료·보좌관의 돌발 해임 및 인사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의 중요 의사결졍이 대통령 개인에 의해독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핵심이다. 실제로 그렇다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다.

두 나라 뿐 아니다. 의원내각제 국가로선 스페인이 최근 연정구성에 실패해 총선 6개월만에 다시 투표를 실시하기로 했다. 4년간 총선만 4번이다. 이탈리아는 1년 2개월만에 2번의 총선을 치러 제2차 대전 이후 67번째 내각을 구성했다. 내각 평균 수명이 1년 1개월이다. 이스라엘도 반년만에 총선을 두번 치렀다. 그래도 연정구성이 난항이다. 대통령제로 말하자면, 최근 ‘두 명의 대통령’이 맞서 싸우는 베네수엘라만한 곳이 없을 것이다. 대의민주주의의 위기를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말이다.

요컨대 제도는 민주주의를 보장하지 않고, 대의제가 무너진 곳에선 사람들이 거리로 나선다. 문제는 사람이고 핵심은 정치세력의 가치와 도덕성이다. 또 다른 선거와 개헌 과제를 앞둔 우리가 요긴하게 참고할만한 사례들이 참 많은 요즘의 세계다. s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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