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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읽기-권준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극단적 흑백논리 벗어나 통합적 사고로 발전해야

최근 한국사회에서 가장 논란이 된 이슈가 단연 조국 법무부장관 관련 뉴스이다. 한 달이상 나라의 모든 이슈를 삼켜버린 블랙홀이 된 것도 흔치 않은 현상이지만, 진보와 보수가 진영논리에 의해 모든 주장이 극단적으로 나뉜 것도 그렇다. 이런 주장의 밑바탕에는 심각한 흑백논리가 존재한다.

흑백논리는 모든 현상을 단순하게 이분법적으로만 본다. 두 가지의 서로 다른 주장에서 정답은 하나만 존재한다. 옳고 그름 밖에 없다. 진보와 보수, 좌파와 우파, 부자와 가난한 자, 강남 사람과 아닌 사람, 남성과 여성, 노인과 젊은이 등 흑백논리는 이분법적 대결 구도로 발전한다. 흑백논리는 양 극단 이외의 중간 지점을 허용하지 않는다. 극단적인 흑백논리를 가진 사람은 자신의 입장과 다른 사람이나 집단을 적으로 간주한다. 다양한 의견과 주장이 어울려 협의 과정을 통해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흑백논리는 서로 다른 입장의 사람들 간의 대화와 타협을 어렵게 만들어 사회 갈등을 촉발한다.

흥미로운 것은, 인간의 발달 과정에서도 이와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다. 영국의 정신분석학자 멜라니 클라인의 이론에 따르면, 사람은 어린아이시절 누구나 흑백논리로 세상을 바라본다. 어린아이는 초기 외부의 대상을 좋은 것과 나쁜 것으로만 인지한다. 배고플 때 젖을 주는 좋은 엄마와 그렇지 않은 나쁜 엄마, 이 두 가지로만 구분되어 인식한다. 한 엄마를 전체적으로 인식하지 못하며, 특히 나쁜 엄마에게 자신의 공격성을 투사하게 된다. 이럴 경우 나쁜 엄마는 더욱 나쁜 인물로 느껴지고, 따라서 엄마에게서 미움을 받을까 봐 두려워지며 의심과 편집증적인 성향이 생긴다. 이 상태를 편집분열적 상태라고 한다. 이후 자라면서 아이에게는 현실감각이 생기면서 좋은 엄마와 나쁜 엄마를 통합해 엄마는 하나라는 전체적이고 통합적인 생각을 할 수 있게 된다. 이 시기를 우울증적 상태라고 한다. 즉, 정상적으로 편집분열적 상태에서 우울증적 상태로 발전하면서 분열된 이분법적 사고가 통합적 사고로 발전하는 것이다.

심리학에서 대상관계이론(object relations theory)은 어린 시절 중요한 타인, 즉 어머니와의 관계에 의해 자신이 누구인지, 세상이 어떤 곳인지, 자신과 세상과의 관계는 어떤지에 대해 깨닫게 된다는 이론이다. 이런 관계의 경험이 개인의 무의식에 남아 어른이 되어도 자신도 모르게 대인관계에서 반복된다. 이 발달에 문제가 생기면, 대상을 통합적으로 이해하지 못하고, 이분법적 논리에 빠지게 된다. 나쁜 엄마와 좋은 엄마가 사실은 같은 동일인이라고 깨닫지 못하고 분리되어 극단적인 이분법적 논리(all good & all bad)에 집착하게 된다.

작금의 논란을 보면, 극단적인 분열, 이분법적 주장, 흑백논리만 존재한다. 아직 한국사회는 이분법적 사고를 지나 흑백을 조화시키고 통합시키는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듯 하다. 다양한 목소리를 내면 회색분자로 몰리고, 항상 극단적 주장이 힘을 얻는다. 멜라니 클라인의 발달 이론을 지금의 우리 사회현상과 대비해보면, 우리 사회는 편집분열적 상태를 벗어나 우울증적 상태로 발전하지 못한 것과 같다. 상대방의 주장에서도 옳은 것이 있으며, 나의 주장에서도 잘못된 것이나 과한 것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서로 논의를 통해 통합으로 가야 한다. 그러려면 서로를 인정하고 상대방의 주장과 나의 주장을 통합적으로 파악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단계로 발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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