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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만원권 100조 금고서 ‘쿨쿨’…금리 떨어지자 더 꽁꽁 숨어

시중에 풀려 한국은행으로 회수되지 않은 5만원권이 지난달 첫 100조원을 넘어섰다. 사과 박스로는 10만상자에 해당되는 규모로, 어디에서 어떻게 사용·보관되고 있는지 행방이 불분명한 상태다. 최근엔 저금리 기조 속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산가들을 중심으로 현금 보유 심리가 높아져 환수율이 급감했단 분석이다.

17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8월말 5만권원 발행잔액(미환수액)은 100조2306억원으로 7월보다 한달 새 1조3414억원이 증가했다. 발행잔액이란 한은이 발행한 화폐 중 한은으로 다시 돌아오지 않고 시중에 남아있는 돈의 양을 가리킨다.

5만원권은 발행이 시작된 지난 2009년 이래로 지난달까지 총 202조2606억원이 발행됐고 이 중 102조297억원이 한은으로 돌아와 50.4%의 누적 환수율을 보이고 있다.

월별로 보면 지난달 환수율이 크게 떨어졌다. 8월에는 2조3199억원어치의 5만원권이 발행됐는데 이 중 9784억원만 돌아와 42.2%의 환수율을 기록했다. 지난 1~7월 환수율이 70%가 넘었던 것에 비해 큰 폭 감소한 것이다. 지난달 미환수액 증가폭(1조3414억원, 전월대비) 규모는 지난 1월 이후 가장 컸고, 전년동월대비로는 9조9652억원 늘었는데 이 역시 7개월래 최대폭 증가다.

이처럼 돌아오지 않는 5만원권 비중이 높아진 데에는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투자 유인이 크게 줄었고, 최근 파생결합증권 사태 등으로 불안 심리가 고조되면서 일단 현금을 수중에 두려는 수요가 높아졌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미환수 5만원권 중 상당량이 지하경제에 활용되고 있단 지적도 지속 제기되고 있다. 올해 수억원 대의 양도소득세를 체납해오던 노인이 국세청으로부터 주방 싱크대 서랍에 5억원어치의 5만원권 뭉치다발을 압수당한 사건 등 재산의 불법 은닉 수단으로서의 5만원권 오용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명목 성장률과 화폐 발행액 간의 차이를 구하면 시중에 정말 필요해 유통되는 화폐 대비 남아있는 화폐 즉, 장롱 속에 보관돼 있는 현찰의 규모를 추정할 수 있는데 대략 70조원에 육박하는 화폐가 축장(蓄藏)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 돈은 전혀 유통되지 않고 모처에서 지하경제의 종자돈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경원 기자/g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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