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마이너스 경제의 공포]서민은 쥐꼬리 예금·자산가는 공격투자…깊어지는 양극화
서민 ‘불황의 그늘’…불리기 보단 부채관리
이자지출 많은 경우 대출 재조정 등 나서야
자산가엔 ‘기회’…차입효과로 수익 극대화
부동산·해외투자 확대로 ‘리스크 헷지’나서

#. 맞벌이 직장인 최모(38)씨는 최근 저축은행 예금을 눈여겨보고 있다. 최씨는 “지난해 자녀가 가입할 수 있는 5%대 특판적금을 놓친 게 두고두고 아깝다”며 “그나마 2금융권에 고금리 상품이 종종 나온다고 해서 찾고 있다”고 말했다.

#. 자산가 정모(70)씨는 국내 부동산은 관망하고 있지만, 글로벌 리츠(REITs)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정씨는 “올해 수익률이 두자릿수로 리츠 투자는 계속 이어갈 생각”이라며 “달러나 금으로 자산 분배도 적절히 마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저금리 시대가 이어지면서 자산관리 양극화 경향도 심화되고 있다. 보통 서민들은 예금에 몰리는 추세가 뚜렷하다. 연 1%대 은행예금에 넣자니 손해보는 느낌이 들지만 고수익·고위험을 추구할 여건도 안되니 마땅한 방법이 없다. 반면 자산가들은 기대수익률은 낮췄지만 달러를 기초자산으로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는 가운데 부동산에 방점을 찍고 있다.

16일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시중은행의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는 1.21~2.05% 수준이다. 1.5% 내외 금리가 대다수지만, ‘갈 곳 잃은 돈’이 쏠리고 있다. 은행 수신 중 정기예금은 증가세가 지속돼, 한국은행 집계로 8월중 11조원이 증가했다.

장성진 KB국민은행 PB팀장은 “PB고객은 디플레이션 국면이라도 버틸 여력이 있지만, 일반 고객이라면 실물자산보다 금융자산으로 가는 것도 방법이다. 아직 마이너스 금리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쉽게 말해 일단 돈을 들고 있는 게 낫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서민들 입장에서는 돈을 불리기보다는 저금리를 활용해 기존 부채를 관리하라고 조언한다. 16일부터 신청받는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이 대표적인 대환상품.

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예금 생활자는 이자수입이 줄어드니 부동산이나 주식 등 다른 위험 투자로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해야겠지만, 이자 지출이 많은 사람은 기존에 빌린 대출을 제조정해 이자부담을 줄이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저금리 시대에 안전자산으로 통하는 금이나 달러에 대한 선호도는 여전하다. 동시에 부동산으로 향하는 자산가들의 움직임도 뚜렷하다. 여윳돈이 있는 전문직 종사자들이 3~4명씩 자금을 모아 부동산 법인을 세운 뒤 빌딩을 매입하는 사례도 늘어난다고 한다.

빌딩중개전문기업 빌사남의 김윤수 대표는 “법인 명의로 대출을 받으면 임대업이자상환비율(RTI)이 적용되지 않아 개인대출보다 한도가 높다는 점을 활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토지·건물 실거래가 플랫폼 밸류맵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서울에서 ‘꼬마빌딩’(실거래가 50억~100억원)은 248건 거래됐다. 상반기에 거래된 꼬마빌딩의 대지 1㎡당 평균 거래가는 1652만원이었다. ▷2016년(1356만원) ▷2017년(1448만원) ▷2018년(1555만원) 등으로 해마다 오름세다.

이창동 밸류맵 리서치팀장은 “거래가격이 높아지면서 개인이나 법인이 구매할 수 있는 꼬마빌딩 물건이 좁아지고 있다”며 “그러면서 강남 이외 지역으로 중소형빌딩 거래가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액 자산가들은 해외 부동산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선진국 수익형 빌딩은 최소 투자 단위가 50억원이고, 괜찮은 물건을 매입하려면 100억원 이상의 거금이 필요하다. 그렇게 매입하더라도 임대 수익률이 한국보다 높은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산가들이 미국, 싱가포르에 관심을 두는 건 ‘리스크 분산’을 위해서다.

박상욱 우리은행 해외부동산팀장은 “원화 가치가 떨어지는 추세고 국내경기도 위험하다는 인식이 있어서 안전성이 높다고 보이는 선진국으로 자산을 옮긴다”며 “리스크를 헷지하기 위한 투자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부동산 투자를 자산가들의 전유물이 아닌 모든 금융 소비자들의 옵션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진다. 특히 공모형 부동산간접투자(리츠) 시장의 저변을 넓혀야 한다는 지적이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장은 “해외 부동산 투자 경고음도 나오지만 유동화하고 구조화하는 상품 형태로 부동산에 투자하는 트렌드가 확산할 것”이라며 “부자에만 초점 맞추기보단 전체의 투자 트렌드를 바꿀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오연주·박준규·박자연 기자/oh@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