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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VC도 색깔 있어야 경쟁에서 살아남아”
이현송 스마트스터디벤처스 대표
작년 매출 400억 벤처신화 쓴
스마트스터디 계열사로 설립
“구매자-이용자 다른 시장 가진
기존 창투업계 없는 기업에 투자”
이현송 스마트스터디벤처스 대표가 스마트스터디의 고슴도치 캐릭터 ‘호기’와 함께 포즈를 취했다.

유튜브 조회 수 30억회 돌파. 싸이와 방탄소년단(BTS)의 뒤를 이어 빌보드 ‘핫(Hot) 100차트’에 진입한 한국 음악. 엘렌 드 제너러스와 셀린 디온 등 유명인들이 따라 부른(meme) 노래.

모두 ‘아기 상어(Baby shark)’의 수식어다. 이 동요는 ‘핑크퐁~’이란 경쾌한 노래로 시작하는 유아 콘텐츠를 선보이는 기업 스마트스터디가 내놓은 역작이다. 스마트스터디는 분홍색 여우캐릭터 핑크퐁과 아기상어가 ‘열일’(열심히 일한다는 신조어)한 덕분에 지난해 매출 400억원을 넘어서며 벤처 업계 신화로 자리잡았다.

신화로 거듭난 스마트스터디가 최근 계열사로 VC(벤처투자사)인 스마트스터디벤처스를 설립했다. 업계에서는 키즈 분야에서 ‘제2의 스마트스터디’를 양성하겠다는 의지라 해석했다. 그러나 이현송 스마트스터디벤처스 대표는 “기존 캐피탈계에 없는 기업에 투자하고 싶다. 분야가 ‘키즈’에 국한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스마트스터디벤처스가 관심있는 투자 대상은 ‘구매자와 서비스 이용자가 다른 시장을 겨냥하는 기업’이다. 구매자-이용자가 다른 대표적인 시장인 키즈 분야에서 스마트스터디가 쌓아온 노하우를 활용하겠다는 포석이다.

“키즈 콘텐츠는 결제는 양육자가 하지만 실제로 이용하는 것은 아이입니다. 부모 입장에서 좋아보이는 콘텐츠를 정작 아이는 시큰둥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어요. 이런 간극이 있다 보니 사업을 풀어나가기 어렵고, 시장에서도 제대로 된 가치 평가가 힘들죠. 이런 시장 경험이 있으니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는 기업들을 보는건 우리가 더 잘하지 않을까 싶어요.”

구매자와 이용자가 다른 사업은 키즈 분야 외에도 반려동물 시장이나 B2B2C(최종 수용자는 개인이지만 중개 기업을 거쳐야 하는 사업) 등이 있다. 이 대표는 구매자와 서비스 이용자의 차이를 해결하는 열쇠로 ‘브랜드’와 ‘서비스의 질’을 들었다. “소비자와 구매자가 다른 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굉장히 브랜드 가치가 중요하다는 겁니다. 구매자가 본인이 쓰는 것보다 상품을 더 꼼꼼하게 따져보는 ‘고관여시장’이예요. 브랜드가 얼마나 잘 자리잡았는지가 중요하고, 실제 이용자에게 브랜드 가치만큼의 효력(품질)이 가야합니다. 브랜드와 상품의 질이 이어지지 않으면 바로 이 시장은 깨집니다.”

스마트스터디벤처스가 검토하고 있는 기업 중에는 비디오커머스, 서비스 애플리케이션 등 유아동과 상관없는 기업들도 많다. 이 대표는 투자 검토 기준으로 ▷시장의 성장 가능성 ▷기업의 핵심 역량 ▷팀 구성을 꼽았다. 여기에 모기업인 스마트스터디와 연계성이 있다면 가능성이 기울수밖에 없다.

이는 ‘1호 펀드’가 출자사(LP)가 모기업 스마트스터디 하나뿐인 형태이기 때문이다. 규모는 10억원에서 최대 20억원까지 될 예정이고, 스마트스터디와 협업할 수 있는 기업에 투자하는 구조다. 스마트스터디벤처스는 이 외에도 은행권 청년 창업재단인 디캠프와 1억원 펀딩 등 다양한 운용 전략을 짜고 있다.

이 대표는 롯데엔터테인먼트와 산수벤처스, SV인베스트먼트 등을 거치며 특히 콘텐츠 분야에서 ‘옥석’을 가리는 역량을 입증해왔다. 7년 정도 콘텐츠 분야 투자를 해온 이 대표가 3개월 전 최고투자책임자(CIO)로 스마트스터디에 합류하고, 계열사 대표까지 오게 된 것은 VC도 ‘색깔’이 있어야 하는 시대라는 판단 때문이다.

“미국은 펀드 출자의 70~80%가 민간이고 10~20%가 국가인데, 우리나라는 연기금이 70~80%에 달합니다. 투자사 입장에서도 ‘깨지면 안되는’ 연기금의 특성을 생각하면 어린 벤처에 모험적인 투자를 하기 힘들고, 결국 안정적인 선택을 합니다. 누가 봐도 경쟁력 있는 일부 기업에 투자가 몰리기 마련이고, VC들이 기업에 ‘간택’ 받기 위한 경쟁이 치열합니다. VC도 별도의 콘셉트가 있지 않으면 좋은 기업에 어필하기 힘들더라고요.”

스마트스터디벤처스는 업력이 이제 한달여 된 신생 업체인데다, 운용 규모도 다른 VC들보다 작다. 그럼에도 구매자-이용자가 다른 시장에 대한 선별 능력과 장기간에 걸친 기업의 고군분투를 이해해줄 수 있다는 점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스마트스터디도 구매자-이용자가 다른 키즈 시장에서 브랜드를 쌓는데 9년이 걸렸어요. 브랜드가 갖춰지면 시장 진입장벽이 높아지면서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게 됩니다. 펀드가 존속하는 평균 기간이 7년, 벤처가 창업에서 상장까지 가는 평균 기간이 13년이란 점을 감안하면 두 번이나 펀드가 지원해줘야 합니다. 다른 VC들보다 우리가 ‘장기간의 싸움’을 이해해줄 수 있다는 점을 어필하고 싶어요.”

도현정 기자/kate0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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