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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조국파동’ 한달…갈라지고 찢어진 국민 마음 보듬을 때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전 청와대 수석을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지 9일로 꼭 한달이 됐다. 그 사이 조 후보자와 그 가족을 둘러싼 의혹 논란으로 온 나라가 극심한 몸살을 앓아야 했다. 조 후보자를 지키려는 여당과 어떻게든 끌어내려는 야당 간 사활을 건 대립에 국정은 마비되다시피했고, 정국은 단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었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전격적인 검찰의 압수수색으로 여권과 검찰이 정면 충돌하는가 하면 후보자 부인이 기소되는 초유의 사태로 이어졌다. 청문회를 둘러싼 여야 대치로 ‘후보자 셀프 청문회’가 열리는 웃지못할 일도 있었다. 우리가 왜 이런 소모적 논쟁에 시달리며 국력을 낭비해야 하는지 국민들은 아무리 생각해도 황당하고 의아스럽다.

그 압권은 6일 열린 조 후보자 국회인사청문회다. 여야가 극적으로 합의해 하루짜리 청문회를 연 것까지는 좋았지만 내용은 실망 그 이상이었다. 조 후보자에 대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질의는 심증만으로 혐의자를 윽박지르는 3류 수사관 심문 수준이었다. 후보자 감싸기에 급급한 민주당 의원들은 본질을 제쳐둔 채 대부분 시간을 야당 의원 질의를 반박하는데 할애했다. 후보자는 야당 의원들의 자료 제출 요구를 노골적으로 묵살하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11명이 신청된 증인은 단 1명만 출석했고, 그나마 의미있는 증언은 한마디도 확보하지 못했다. 오죽하면 질의하던 야당 의원이 “질의를 중단하겠다”며 물러섰을 정도다. 이 와중에 조 후보자 외 장관 후보자 5명은 청문회를 했는지 관심조차 없다. 국민들은 청문회 무용론과 회의론을 넘어 능멸당하는 느낌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조국 사태로 대한민국은 한마디로 뒤죽박죽이 됐다. 나아갈 방향마저 상실한 채 우왕좌왕하는 듯한 모양새다. 당장 주변을 둘러보라. 온통 빨간불 투성이다. 경제만 해도 바닥 모르게 추락하며 1%대 성장률이 기정사실이 되고 있다. 뿐만이 아니다. 일본과의 경제 전쟁은 여전히 외교적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안보 불안감은 더 깊어지고 있다. 한데 경제와 민생을 챙기고 외교와 안보 역량 결집에 힘을 모아야 할 청와대와 여당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다. 오직 ‘조국’에만 정신이 팔려있는 모습이다.

느닷없는 ‘조국 사태’에 국민들은 극도의 피로감에 젖어있다. 문 대통령과 정권이 지금 쳐다 봐야 할 곳은 법무부 장관 ‘조국’이 아니라 갈라지고 찢어진 국민의 마음이다. 그 마음을 보듬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이란 얘기다. 문 대통령부터 이성과 냉정을 되찾아야 나라가 제 방향을 찾는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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