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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별기고-정양호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 원장] 산업기술 R&D 전략을 바꾸자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야기된 소재·부품·장비 공급망의 붕괴, 최근 자국 중심 보호무역주의로 변화하는 국제 무역 환경 등은 핵심기술의 국산화와 기술 공급망의 다변화에 대한 필요성에 대한 단초를 제공하였지만 우리는 이런 변화의 흐름에 대한 통찰과 내실 있는 대응의 기회들을 놓치고 말았다.

이제 일본의 한국에 대한 소재·부품분야 수출규제가 시행됨으로써 산업기술 연구개발(R&D) 전략에도 근본적 전환이 필요하게 되었다. 현재 위기는 반도체·디스플레이와 같은 특정 산업분야의 쏠림 현상에도 기인하지만 근본적으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산업경쟁력을 창출하는 핵심 원천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현실에 근본적 원인이 있다.

이러한 핵심 원천기술들은 우리에게 당장 해결기술이 없고 실패 가능성이 높은 산업의 난제영역에 해당하는 것들로 기술적 불확실성이 크다. 정부는 이러한 난제성 과제에 도전하기 위해 이미 알키미스트 프로젝트(Alchemist Project)를 추진 중에 있다. R&D 과정에 내포되어 있는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을 제도적으로 끌어안고 해결해 보자는 것이다.

올해 추경예산에 반영된 핵심 소재부품의 개발과정에서도 알키미스트 프로젝트가 추진하려고 했던 다양한 R&D 전략이 포함될 계획이다. 과제 자체가 도전적일뿐더러 기술외적인 불확실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산업기술 R&D 전략도 불확실성 요소들을 충분히 고려하고, 연구개발 이후의 양산에 필요한 신뢰성 확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대책을 포함하고 있다.

기술 진보는 축적과 연속이라는 특징과 함께 우연성과 불확실성도 내포한다. 이에 창의적이고 꾸준한 연구개발 활동을 통해서만 기술개발의 성과가 보장될 수 있다. 현 시점은 산업기술 R&D 전략의 깊이와 실행력 확보를 통해 시간을 우리 편으로 만드는 적극적인 노력이 중요한 때다.

빠른 기술축적을 위해 과감하고 혁신적인 R&D 방식의 도입이 필요하다. 국내역량이 부족한 분야는 글로벌 기업이나 연구소와의 공동개발을 통한 개방형 R&D를 추진해야 한다. R&D 초기단계에서부터 수요-공급기업간의 협력모델을 구축하여 추진해야 한다. R&D 과정에 복수의 개발주체의 참여를 허용하여 성공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또한 R&D 이후 매출에 이르기까지 기업들이 건너야 하는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을 뛰어넘는데 도움이 되는 다양한 제도들도 마련되어야 한다.

산업기술 R&D 전략은 미래사회 변화 이슈를 체계적으로 탐색하고 한국적 맥락에서 재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미래비전으로 제시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전략을 수립·관리해 나가야 한다.

우리는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삼아 국가 R&D 전략부터 바꾸어 나가야 한다. R&D 핵심전략에 창의와 도전, 개방과 협력의 정신을 융합시켜야 한다. 이를 통해 대외 의존형 산업구조 탈피뿐만 아니라 ‘고비용 저효율’이라는 해묵은 국가 R&D 시스템의 문제를 해소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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