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두렵고 신비로운 지하세계로의 이끌림…인류 흔적의 손짓이었나
언더그라운드
윌 헌트 지음 / 이경남 옮김
생각의힘
지하세계는 종종 영화나 소설의 소재가 되지만 현실에선 그리 유쾌한 경험을 선사하진 않는다. 사건 사고와 범죄, 죽음의 이미지로 각인돼있는 게 사실이다.

미국의 논픽션 작가 윌 헌트는 이런 발 밑의 세계에 빠져 전 세계 20개국 이상의 나라에서 동굴과 핵벙커, 지하묘지를 찾아다녔다.

첫 경험은 열여섯살 여름, 고향 로드아일랜드주의 프로비던스에서 집 근처 땅 밑을 지나는 버려진 기차 터널을 우연히 발견, 질퍽거리는 어둡고 습한 공기의 터널 속으로 들어갔다. 그 곳에서 폭포처럼 쏟아지는 물줄기에 누군가 가지런히 놓은 양동이 제단이 뒤집히는 모습을 본경험은 그를 땅 속 탐험가로 이끌었다.

그를 매료시킨 건 바로 인류의 근원적 경험과 관련이 있다. 컴컴한 동굴이 주는 위협적인두려움과 그 안에 어떤 신비로운 것들이 있을지 모른다는 끌림 같은 것들이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원자폭탄 제조를 위한 지하과학실험실을 찾아낸 재야역사학자이자 사진작가인 스티브 덩컨과 함께 첫 답사길에 오른 걸 시작으로 도시의 지하세계를 탐색해 나가는데 또 다른 시간의 역사이야기가 흥미진진하다.

고즈넉한 맨해튼 한복판 지하터널에서 30m짜리 거대한 벽화를 발견하고, NASA의 미생물학자 팀과 함께 블랙힐스의 지하 1.6킬로미터지점까지 내려가 생명의 기원을 추적하는가 하면, 파리의 카타콩브와 하수도에서 포복 탐험에 나서고, 호주 원주민 가족과 오지에 있는 3만5000년 된 신성한 광산의 어둠 속으로 발길을 옮긴다. 또 피레네 산맥에 위치한 동굴 깊은 곳에서 구석기 예술가들이 만든 조각상과 마주친 경험을 생생하게 전한다.

책에는 신비로운 장소 뿐만 아니라 무려 40년간 집 아래 깊숙한 굴을 파 내려간‘ 두더지 인간’, 윌리엄 리틀, 1818년 땅 속에 존재하는 미지의 존재를 좇는 존 클리브스 심즈 등 지하세계를 탐닉하는 이들의 얘기도 눈길을 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