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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느 재건축 조합원의 호소…“아직 사람이 살고있다고요”
서대문구 홍제1구역 미이주 조합원 외로운 싸움…구는 “나몰라라”
조합, 100% 이주 완료 내용으로 관리처분총회·착공신고까지 마쳐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서울시 서대문구 홍제동 57-5 일대는 한 여름에도 발파 작업이 한창이다. 홍제동 제1주택 재건축정비사업지(3만8975㎡)로, 해당 조합은 노후주택지를 허물고 819세대로 짓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그런데 사업지 일부에는 아직 허물지 않은 단독 주택 한 채가 구릉지 위에 위태롭게 놓여 있다. 집 바로 옆은 이미 굴토 작업을 한 듯 파헤쳐 깍아지른 땅이 노출돼 있다.

이 주택 소유자이자 거주민인 박모씨는 “언니와 내가 아직 거주 중인데, 조합이 관리처분변경 정기총회를 열어 이주철거 완료를 승인하고, 이 허위 사실의 총회 결과를 받아 든 서대문구청이 지난 7월9일 착공허가를 내줬다”며 “하지만 저희는 여전히 공사 현장의 대규모 발파와 건물 붕괴 위험 속에 내던져진 채 거주 중”이라고 주장했다.

서대문구 홍제1구역에 아직 살고 있는 가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발파와 터파기 공사가 진행되고 있어 안전상 위태로운 상황이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조합원이기도 한 박씨 사연은 이렇다. 박씨의 부모는 국공유지이던 이곳에 무허가 집을 짓고 50여년간 살았다. 박씨 형제 자매는 이곳에서 나고 자랐다. 이런 경우 법 상 점유권을 인정받아 토지를 매입하면, 재건축아파트의 분양권을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생긴다. 이에 박씨와 언니는 개인이 살 수 있는 최대 규모로 200㎡의 땅과 주택 2채(192㎡)를 근저당 5억원을 끼고 샀다. 그의 오빠도 98㎡ 건물과 9평 남짓한 땅을 샀다. 10여명이 이런 식으로 국공유지를 매입해 현금청산 대상 또는 조합원 자격을 얻었다.

이후 문제는 박씨 자매가 분양 신청 등 조합과의 일 처리를 오빠에게 맡긴 뒤 벌어졌다. 오빠는 더 적은 땅임에도 2개의 분양권이, 자신에겐 1개의 분양권이 주어진 것. 그간 조합으로부터 2개 분양권을 받을 수 있는 충분한 땅이란 말만 듣고 철썩같이 믿었던 박 씨는 분양권을 1개 밖에 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분양통지서를 받은 다음에야 알게 됐다. 박 씨는 “이후 조합에 감정평가서를 요구하고 조합원에게 분양권을 나누는 기준 등 공개를 요구했지만 묵살당했다”며 “조합장은 만나자고 해도 얼굴 한번 비추지 않고 이주관련 용역업체하고 얘기하라고 한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박씨 자매가 이주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조합은 지난 6월22일 관리처분변경 총회를 열어 ‘이주 및 철거완료 승인 의결의 건’을 통과시켰다. 이틀 후인 6월24일 박씨는 서대문구 주택과를 찾아 총회가 허위사실을 근거로 한 것이고 미이주 세대가 있음을 상기시키고, 착공허가를 내지 말아달라고 민원을 넣었다. 하지만 7월9일 서대문구는 착공신고서를 승인 처리했다.

서대문구 홍제1구역.

이에 대해 조합 측 변호인은 “해당 조합원의 주장은 사후구제를 해달라는 소리인데, 그러면 다시 총회를 거쳐야하고, 조합장은 업무 상 배임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대문구의 담당자는 “박씨는 분양권 2개 외에도 더 요구하는 것으로 안다”며 조합 측의 주장을 그대로 전달하며, “발파 소음이나 건물 외벽이 벌어지고 있다는 민원은 환경과 소관”이라고 답했다.

박씨는 “정당한 재산권을 보상받겠다는 거지 그 외에 더 요구한다는 건 조합이 퍼트리는 소문일 뿐이고, 담당 공무원은 ‘개인은 힘이 없고, 지게 돼 있다’ ‘시공사가 소송 거는 게 더 무섭다' ‘억울하면 행정소송 거시라’는 말을 한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하지만 지역 내 정비사업 현장관리, 조합 감사, 철거 이전 사전협의체 운영 등은 구청장의 책임이다. 특히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은 지난해 주택정비사업 클린업시스템 운영 등을 배경으로 대한민국 반부패청렴대상도 받았다.

서울시는 인권과 약자 중심의 정비사업으로 패러다임을 바꾸기로 하고 지난 2016년에 ‘정비사업 강제철거 예방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어 올 4월에도 세입자·현금청산자 보상금 현실화를 위해 정비사업 보상 가이드라인을 세우기 위한 용역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서울시 정비사업 담당은 “동절기에 강제철거를 하지 못하도록 예방대책을 세워 철거를 유보시키거나 블록별로 철거해 다른 구역부터 철거하는 경우가 있다. 사람이 살고 있는데 철거한다는 건 보지 못했다”고 의아해했다.

다른 자치구청 재건축 담당은 “착공은 시행사가 안전관리계획서 등을 첨부해 착공신고서를 구청에 제출하면 되는 신고사항이다. 하지만 대부분 구청에선 철거를 100% 완료한 뒤에 착공하라고 한다. 간혹 교회 등 종교시설이 최종 협의안 된 경우 착공하기도 하지만 이는 주거지가 아닌 경우다”고 말했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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