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민정수석이 퇴임 후에도 미디어의 조명을 받고 있다. 보통 현직에서 물러나면 잊혀 지는데 미디어는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쫓고 있다. 청와대를 나온 다음 날 고 노회찬 의원 관련 행사에 자원 봉사를 했다는 기사가 뜨는 등 그의 행보는 관심거리이다. 영향력이 컸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청와대를 떠나며 그는 좌고우면하지 않고 직진만 했다고 말했다. 업무수행과정에서 불거진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선 일단 비재하고 불민한 탓이었고 ‘비난과 신랄한 야유’에 대해 존중한다는 뜻을 피력했다. 그리고 반추하겠다고 다짐했다.
청와대 민정비서관은 공직기강 확립, 공직자 부패방지, 대통령 친인척 관리 등이 주요 업무다. 또 인사검증을 주관하고 검찰, 경찰, 국가정보원 등 5대 사정기관을 통괄해서 이들이 생산하는 정보를 대통령에게 직접보고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의 신임이 각별한 사람이 그 자리에 앉게 되고 힘도 센 자리이다.
주요 인사를 할 때, 사법개혁안 등 현안을 발표하거나 추진할 때 마다 그의 이름은 늘 오르내렸다. 그때마다 그는 sns로 자기 입장을 거리낌 없이 발표해 얘깃거리를 만들기도 했다. 최근엔 치사한 일본의 수출규제 정책과 관련한 그의 sns가 말썽의 한 가운데 서 있기도 했다. 사나흘동안 40여건의 글을 페이스 북에 올렸다. 그의 직위나 경력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투박한 표현과 감성적인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정부와 다른 주장을 하면 이적 행위로 간주했다. 강제징용에 대한 대법원 판결에 토를 다는 사람은 친일파 또는 토착왜구라고 낙인을 찍었다. 일제의 한국 지배를 바로 잡으려는 것이 대법원의 결정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임진왜란 때 서희나 이순신을 언급하는가 하면 동학난 때 죽창가를 들먹이거나 지레 겁먹고 쫄지 말고...싸우고 이겨야 한다고 쓰기도 했다. 비분강개로 가득했다.
여기서 잠간 숨을 고를 필요가 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사안의 본질과 일본이 겨냥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따져 핵심을 찾아내는 것이 먼저이다. 또 냉정하고 치밀하게 대응방안을 마련하는데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는 생각이다. 감성적인 대응이나 부추김은 문제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 이런 점에서 조국 전 수석이 현직에 있을 때 보인 페이스 북 정치는 최근 불거진 한일문제 해결에 별 도움이 안 된다는 생각이다. 지금도 그의 sns는 계속되고 있다.
현직에서 물러 난 사람에 대해서 얘기를 하는 것은 그가 법무부 장관이 되고 유력한 대통령 후보 중 하나로 꼽히기 때문이다. 지도자가 될 사람이 오지랖만 넓히고 감성적인 방법으로 지지율이나 끌어 올리는 일에 몰두하는 것이 옳은 일일까? 나라의 일이, 아니 국가 간 분쟁이 감성적인 방법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냉정하게 그리고 촘촘하게 대책을 세우고 차근차근 접근하는 것이 슬기로운 접근법이라는 생각이다. 분노를 접고 주변을 살펴보라는(遽忘觀理) 옛말이 떠오른다. 잠시 통쾌할지 몰라도 문제는 오래 간다. 개인끼리는 물론이고 국가 간에는 더 신중해야 한다는 것은 두 말할 나위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