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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잔밑의 보석' 안양, 1000년 고찰과 김중업의 건축혼 서린 곳
한국건축의 거장 김중업 박물관, 친필서신·건축모형 등 전시
안양사 삼막사 염불사 등 볼만…안양예술공원 전시 작품들 눈길
유유산업 안양공장(현 김중업건축박물관) 준공식 장면./유유제약 제공
유유산업 건물을 리모델링한 김중업 건축박물관./김성진 기자

[헤럴드경제=김성진 기자]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느낄 수 있다"는 유홍준 교수의 말은 이따금씩 무릎을 칠만큼 공감하게 될 때가 있다.

너무 잘아는 곳이고, 너무 익숙한 곳이었는데 속살을 들여다보면 미처 모르고 넘어갔던 숨은 매력을 감추고 있는 곳들이 우리나라 구석구석에 많이 있기 때문이다. 먼 남도의 고을도 그렇고, 산중에 작은 마을이 그럴 때도 있다.

하지만 서울 코 밑에 그런 곳이 있다는 것은 더 놀랍다. 서울 남서쪽 과천 의왕 군포 등에 둘러싸인 안양은 70~80년대 산과 계곡이 좋아 유원지로 사랑받던 곳이다.

하지만 안양(安養)이라는 지명이 불교에서 마음을 편하게 하고 몸을 쉬게하는 극락정토이자 이상향을 뜻하는 것처럼 1000년 고찰과 암자가 상당히 많이 있는 곳이다. 또 우리나라의 1세대 건축가인 거장 김중업 선생을 기리는 김중업 박물관이 있어 많은 건축학도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박물관 건물 자체가 김중업 선생이 직접 설계했던 유유산업 안양공장을 안양시가 247억에 부지를 사들여 박물관으로 리모델링했다.

60여년 전에 설계된 건물이지만 지금도 건축학도들이 찾아와 둘러볼 만큼 독창적이다./김성진 기자

김중업 선생은 일본에서 건축을 공부하고 돌아와 서울대 등 교단에서 후학들을 가르쳤다. 1952년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열린 UNESCO 주최 제1회 세계예술가회의에 한국건축가 대표로 참석했다가 '현대건축의 위대한 거장'으로 불리는 르 코르뷔지에를 만난다. 그의 건축을 흠모했던 김중업은 같이 일하게 해달라고 간청해 그의 파리 건축사무소로 바로 건너가 3년여 동안 많은 것을 배운 뒤 돌아왔다. 자신의 건축사무소를 연 김중업은 명보극장, 서강대 본관 등을 설계했던 50년대 후반 유유산업 안양공장 설계 의뢰를 받고 자신의 건축철학을 담아 지었다. 당시에는 흔치 않았던 사선형 기둥을 건물 밖에 세워 내부공간활용가치를 높이고, 2층에서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도 통시멘트가 아니라 사다리꼴 판자형 발판으로 만드는 등 60년전 당시에는 파격적인 디자인을 적용했다.

박물관 내에 전시된 김중업의 친필.

한국식 건축을 적용해 극찬을 받은 주한프랑스대사관, 삼일로 빌딩 등을 설계한 김중업은 건축가로서의 명망은 높았으나 한국에서의 삶은 순탄치 않았다. 70년대 서울의 건축시책과 와우아파트 붕괴 등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했다가 반체제인사로 찍혀 71년 추방당한다. 해외를 전전하던 김중업은 유신정권이 막을 내린 뒤에야 다시 돌아올 수 있었다. 하지만 해외체류중에도 그에게 설계를 의뢰하는 이들은 끊이지 않았고, 김중업은 편지에 도면과 설명을 자세히 적어 '원정설계'를 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박물관에는 이런 서신들이 전시되어 있다. 또 그가 설계했던 건물들의 축소모형도 볼 수 있다.

박물관 부지 내에는 또 보물 제4호로 지정된 중초사지 당간지주와 고려시대 3층석탑 등이 자리하고 있으며, 4차에 걸친 발굴조사로 안양(安養)이란 지명의 유래가 된 고려시대 안양사(安養寺) 명문기와가 출토되었다.

김중업건축박물관은 이처럼 안양의 뿌리와 역사를 이해할 수 있는 안양사지와 근대 건축계 거장의 건축물을 동시에 만날 수 있는 장소다.

40대 이상에게 친숙했던 '안양유원지'에서 2006년 이름을 바꾼 안양예술공원은 과거의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다양한 예술작품이 곳곳에 설치되어 전혀 다른 인상을 준다. 관악산과 삼성산 사이의 계곡을 흘러내리는 풍부한 수량의 맑은 물과 울창한 숲, 산중에 자리잡은 사찰 및 문화재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모은다. 여기에 전망대, 1평타워, 하늘다락방, 물고기의 눈물이 호수로 떨어지다 등 공원 곳곳에 국내외 유명작가의 예술작품 54점 203개가 설치되어 있어 지역의 분위기를 바꿔놓았다. 또 이곳으 태국의 한 밴드의 뮤직비디오 촬영지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태국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오는 곳이기도 하다.

예술공원 내에 전시된 볼프강 빈터-베르트홀트 회르벨트(독일) 작가의 '안양상자집' 내부. 외부의 자연광이 비치면서 스테인드글래스를 연상케 한다./김성진 기자

안양예술공원은 기존 유원지를 주거환경개선사업으로 정비하고 유원지 상류에 소형 댐을 만들어 수질관린에도 신경쓴 결과물이다. 인공폭포, 야외무대, 전시관을 비롯해 광장, 산책로, 조명시설 등을 설치하였으며, 공원조성사업과 연계해 제1회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를 추진해 예술공원으로 탈바꿈했다.

안양예술공원의 랜드마크격인 '안양파빌리온'은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APAP)의 허브 역할을 하는 곳이다. 포르투갈의 건축가 알바로 시자 비에이라가 2006년 설계한 이 파빌리온은 독특한 디자인과 함께 전시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안양시는 이곳을 중심으로 3년마다 트리엔날레를 열고 있다. 올해는 제6회 행사가 10월17일부터 12월15일까지 열릴 예정이다. 올해는 〈안양, 함께하는 미래도시〉라는 주제로 다양한 설치작품과 미술품을 전시할 예정이다.

포르투갈 작가의 작품이자 안양 예술 프로젝트의 허브 역할을 하고 있는 안양 파빌리온의 독특한 내부./김성진 기자

이곳 트리엔날레에 참가하는 작가들은 안양시를 둘러본 뒤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담아 작품을 만든다. 공원에 설치된 볼프강 빈터-베르트홀트 회르벨트(독일) 작가가 만든 '안양상자집'은 불교의 중심지였던 안양의 불탑을 상징하는 작품이다. 그 의미와 함께 낮과 밤, 내부와 외부에서 다양한 빛을 느낄수 있어 눈길을 끈다.

안양의 고찰들도 들러볼 만하다.

안양의 삼성산은 신라 문무왕 때 고승 원효, 의상, 윤필이 산에 들어와 원효대사가 삼막사를, 의상대사가 연주암을, 윤필거사가 염불암을 각각 창건해 수도했다는 설이 있어 삼성산이라고 한다고 전해진다. 또한 삼막사에 지공, 나옹, 무학 세분이 주석하셨기 때문에 삼성산이라고 한다는 설도 있다.

안양사는 고려 태조 왕건이 남쪽을 정벌하러 지나다 삼성산에 오색구름이 채색을 이루자 이를 이상히 여겨 가보던 중 능정이란 스님을 만나 세워진 사찰로 전해진다. 현재의 안양시는 안양사의 안양에서 도시의 이름을 정했다고 한다. 이 사찰의 존재를 증명하는 자료로 고려시대에 조성된 팔각원당(八角圓堂)의 부도(浮屠)와 귀부(경기도 유형문화재 제93호)가 있다.

염불사 전경.

삼막사는 신라 문무왕 17년(677)에 원효·의상·윤필 세 성인이 관악산에 들어와서 막을 치고 수도하다가, 그 뒤 그 곳에 절을 짓고 삼막사라 하였다. 사지에 의하면, 원효가 창건하고, 신라 말 도선이 중건하여 관음사라 개칭하였는데, 고려의 태조가 중수하여 삼막사라 하였다고 한다. 정면 5칸, 측면 3칸, 맞배지붕인 망해루는 청명한 날 서쪽을 바라보면 서해가 보인다고 하여 망해루라 일컬었다. 실제로 맑았던 날 송도와 인천 문학경기장까지 볼 수 있었다.

이밖에 2000년 순례지로 지정된 수리산 성지는 초기 한국교회의 역사와 순교의 아픔을 간직한 곳으로 전국 각지에서 천주교 신도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는 곳이다. 61년 문을 연 안양중앙시장은 곱창골목과 김밥골목이 소문나 젊은 사람들도 많이 찾는다.

withyj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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