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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 한일 갈등에 중동發 위협…항공업계는 ‘난기류’

지난달 29일 대한항공 노조와 아시아나항공 노조가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두 국적 항공사 노조의 입장은 “7일 UAE 아부다비에서 열리는 한국-UAE 항공협정과 관련, UAE측의 항공 운항 횟수 증편요구를 받아들여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이들 노조가 이처럼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연 것은 바로 ‘생존’을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항공협정은 항공노선 확대가 되면 취항지가 늘게 돼 항공사로서는 이득인데도 이들 노조가 나선 것은 바로 중동항공사들의 ‘반칙(?)’ 때문이다.

중동 항공사들은 막대한 정부 보조금을 바탕으로 국제 항공노선을 확장하며 단기간에 몸집을 부풀려 세계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에미레이트항공은 지난해 기준 국제 여객 및 화물 수송 모두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고, 2003년 설립된 UAE의 신생항공사인 에티하드항공도 국제여객 14위, 국제화물 수송 25위 급성장했다. 중동 항공사들의 급성장에는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이 자리한다. UAE와 카타르는 지난 10년간 국영 항공사에 총 520억달러(약 63조2000억원)의 보조금과 각종 세제혜택을 주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중동 항공사들의 오일머니를 앞세운 거센 ‘모래바람’은 유럽, 호주, 미국 등 항공 선진국들도 비껴가지 못했다. 유럽 항공사들은 중동노선 및 아시아행 노선의 운항을 잇달아 중단하고 있으며 호주도 로마, 파리, 프랑크푸르트 등 유럽 황금노선을 모두 단항했다. 미국은 유나이티드항공이 워싱턴-두바이 노선을 델타항공은 애틀란타-두바이 노선을 없앴다. 미국-인도산 직항편도 중동 경유편에 수요를 뺏겨 모두 단항했다.

국내 항공시장도 이미 10여년 전부터 중동 항공사들에게 잠식당하고 있다. 중동 항공사는 우리나라 국적항공사보다 공급력은 5.5배, 운항횟수는 3배나 우위에 있으며 항공권 가격도 중동 항공사들이 20~30%가량 저렴하게 내놓고 있다. 한마디로 ‘게임’이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 항공사는 한정된 직항 수요에 의존할 수 밖에 없고, 중동 항공사들은 한국시장의 유럽행 환승수요를 타깃으로 하기때문이다.

이번 항공회담에서 중동 항공사들의 요구를 받아들인다면 결국 우리나라의 유럽행 항공시장은 붕괴될 수 있다. 인천공항은 허브공항으로서의 지위도 잃어버릴 수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중동 항공사들로 인해 항공업계 종사자들의 일자리도 타격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달 12일 USA투데이는 미국 빅3 항공사 CEO들의 공동기고문을 통해 중동 항공사들의 불공정 거래로 인해 120만명 이상의 미국 일자리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며 경고했다.

한국과 일본의 경제전쟁으로 일본 관광수요가 줄면서 수익악화를 우려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항공협정에서 중동의 요구가 받아들여지면 항공업계는 ‘생존’을 걱정해야할 판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항공협정은 정치적인 논리가 아닌 항공산업 보호와 일자리 보호 차원에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수만명의 항공업계 종사자들의 생존을 위협하면서까지 중동 항공사들의 운수권을 증편시켜줘야하는 지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atto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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