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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술유출범죄는 증가하는데…무죄율 27%에 대부분 벌금형
지난해 ‘기술유출 범죄’ 입건자 2000명 첫 돌파
기소 인원은 89명 불과…대부분 벌금형 선고받아
[자료출처: 대검찰청]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최근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보안문제가 세계적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부(부장 한정훈)는 경쟁사의 영업비밀을 빼돌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화웨이 한국법인의 임직원 3명에 대한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해당 임직원들이 전 직장에서 빼온 자료들이 회사 차원에서 보안등급을 지정해 관리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밀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기술집약적 산업이 발전하면서 영업비밀 보호 및 기술유출 방지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이에 대한 처벌이 이뤄지는 비율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5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영업상 비밀누설 및 비밀국외누설 등) 혐의로 입건된 사람은 2180명에 달했다. 이 중 기소된 사건은 89명에 불과했고, 901명이 불기소 처분, 89명이 약식명령을 받았다. 지난해 재판을 마친 부정경쟁방지법 사건은 총 150건이었고, 이 중 113명이 벌금형을, 31명이 징역형(집행유예 포함)을 받았다. 2014년 1795명이던 입건자 수는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2000명을 처음 넘어섰다. 대법원이 발간한 사법연감에 따르면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사건의 1심 무죄율은 2017년 말 기준 27%로, 전체 형사사건 평균 3%보다 9배가량 높다.

[자료출처: 대검찰청]

기술유출에 대한 법적 처벌이 어려운 이유는 범죄요건을 구성하는 ‘영업비밀’과 ‘침해행위’를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한변호사협회 지적재산권 분야 전문등록을 받은 신상민 변호사(법무법인 태림)는 “영업비밀은 크게 비공지성과 경제적 유용성, 비밀관리성이라는 세 가지 요건이 충족돼야 하는데, 피해업체가 주장하는 ‘비밀’이 다른 경쟁업체에 비해 특별한 독창성이 없거나 업체차원에서 비밀로써 관리됐다는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해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영업비밀 요건이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지적에 정부는 특허와 영업비밀을 강력히 보호하는 내용의 특허법 및 부정경쟁방지법을 개정하고, 지난달 9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개정안은 영업비밀 성립요건을 완화하고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행위를 확대해 벌칙을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특히, 개정법은 현행 부정경쟁방지법에서 영업비밀의 성립요건 중 하나인 비밀관리성을 서술한 회사의 ‘합리적 노력에 의해 비밀로 유지된’이라는 표현을 ‘비밀로 관리된’이라고 완화했다.

법조계에서는 법적 처벌 적용이 여전히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법무법인 매헌의 김형준 변호사는 “애초에 회사가 자료를 영업비밀로 분류·고지하지 않은 채 대외적으로 유출됐을 때 처벌을 요구하는 경우도 많은 편”이라며 “법문상으로 ‘합리적인 노력’이라는 표현이 빠졌지만, 애초에 ‘비밀’로 관리된 점을 입증하기가 어렵고 표현 자체가 추상적”이라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태평양의 민인기 변호사는 “최근 영업비밀 보호의 범위가 넓어지고 처벌 수위가 강화되는 추세”라며 “기술자들의 전직과정에서의 기술유출 및 영업비밀 침해 관련 분쟁이 많아질 가능성은 한층 높아졌다”고 말했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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