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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임훈민 주에티오피아 대사]아프리카 외교가 뜨겁다
아프리카 대륙의 미래에 대한 평가와 전망은 참으로 다양하다. 하지만 이코노미스트가 “아프리카에서의 신경쟁시대(New Scramble for Africa)가 열렸다”고 분석한 기사처럼, 세계 주요국은 이미 아프리카를 더 이상 빈곤과 분쟁이 끊이지 않는 위기의 대륙으로 보지 않는다.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지닌 기회의 땅으로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이들이 아프리카에 내미는 손길은 심상치 않다.

중국이 아프리카에 남다른 공을 들여오고 있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을 내세워 아프리카에 막대한 차관을 쏟아부으며 실질적인 독주 체제도 구축했다. 일본도 이에 질세라 아프리카 50여개국 정상을 초청한 정상급 회의(TICAD)를 오는 8월 요코하마에서 개최하는 등 아프리카 외교를 강화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아프리카에 소원했던 미국도 트럼프 정부 들어서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 견제에 열심이다. 경제와 안보를 연계한 미국의 신아프리카 전략은 이러한 고민의 산물이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정상들도 최근 연이어 아프리카를 방문하면서 현지에서의 우위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엔 러시아까지 가세했다. 오는 10월 소치에서 러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가 최초로 열린다고 한다. 인도나 터키도 정상급 교류를 강화하며 자국 지분 확보에 골몰하고 있다. 특히 지난 5월말 발효된 아프리카대륙자유무역지대(AfCFTA)는 이러한 열강들 경쟁을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 아프리카 54개국 경제통합으로 인구 12억7000만명, 3조4000억달러에 달하는 거대한 생산기지이자 단일시장으로 거듭나는 아프리카 대륙의 장래에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도 그동안 아프리카를 등한시 해 오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는 아프리카 개발을 위한 한국 이니셔티브를 발표, 범정부적 협력 로드맵도 출범시켰다. 아프리카에 대한 우리의 개발원조(ODA)도 그간 꾸준히 증가해 왔다. 특히 작년엔 이낙연 국무총리가 두 차례 아프리카를 순방, 아프리카와 민관교류협력 촉진을 위해 외교부의 네번째 산하기관 ‘한·아프리카재단’도 출범했다.

서울에서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까지는 직항으로 12시간도 걸리지 않는다. 실제 뉴욕보다 가까운 거리지만, 그렇지만 아직 우리에게 아프리카는 너무 멀리 있다. 아프리카 수입 시장에서 한국 비중은 2% 내외에 불과하다. 2018년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 대한 투자는 우리의 전세계 투자 대비 1% 수준에 불과하다. 상호 이해의 기본이 되는 인적·문화적 교류도 미미하다.

하지만 이젠 아프리카를 다시 보아야 한다. 주요국들의 아프리카 진출 경쟁을 지켜보면 “지금 아니면 안된다”는 위기의식이 느껴진다. 더 이상 일회성 또는 구호성 관심에 그쳐선 곤란하다. 아프리카 변화에 부합하는 종합적인 진출 전략 수립은 물론 이를 제대로 이행하기 위한 외교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

강경화 외교장관이 취임 이후 첫번째 아프리카 순방에 나섰다. 에티오피아·가나·남아공 등 아프리카 주요국은 물론 아프리카연합(AU) 고위급 인사와도 만나 지역통합을 가속화하고 있는 아프리카와의 협력 강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적기라는 격언처럼, 이번 방문이 아프리카 외교의 비상 계기가 되길 바란다.

임훈민 주에티오피아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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