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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돈없어 고시원에서 쫓겨났던 임산부에게 아이 낳을 곳은 없었다
30대 여성 노래방 화장실에서 아이낳고 도망가 영아유기로 체포
동사무소 응급지원으로 현재 고시원에서 산후조리 중
전문가 “복지사각지대 여성 정보접근성 떨어져 홍보 넓혀야”
지난 10일 방문한 장 씨가 머물고 있는 고시원의 모습. [정세희 기자/say@heraldcorp.com]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 지난달 26일 새벽 2시께 임산부 장모(38) 씨는 노래방 화장실에서 아이를 낳았다. 지인과 함께 노래방을 갔는데 그곳에서 갑작스럽게 진통이 느껴진 것이다. 같이 간 지인이 밖에서 망을 보는 동안 장 씨는 2.8kg 여아를 낳았다. 그리고 변기에 아이를 두고 도망갔다. 장 씨는 “아이를 버릴 생각은 없었지만 갑작스럽고 무서웠다”고 했다.

장 씨는 결국 노래방 주인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우선 장 씨와 아이를 근처 병원으로 후송했다. 현재는 산모와 아이 모두 건강이 양호한 상태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장 씨를 영아유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장 씨는 인근 고시원에서 살다가 고시원 비용을 낼 수 없을 정도로 경제 사정이 나빠져 고시원에서 쫓겨난 상태였다. 만삭인 상태로 식당에서 일을 하고 있었지만 생활비를 충당하기에도 충분하지 않을만큼 박봉이었다. 아이를 키울 엄두는 도저히 나지 않았다. 장 씨에게 보호자는 없었다. 아이의 아버지와는 헤어져 연락이 닿지 않았다.

경찰은 동사무소 사회복지팀, 서울시 아동보호 전문기관 등과 연계해 장 씨를 도울 방법을 찾았다. 산후조리는커녕 당장 지낼 곳이 없는 장 씨를 위해 인근 동사무소가 약 3개월간 28만원을 지원해 임시거처를 구해줬다. 사건 당시 임부복조차 입고 있지 않았던 장 씨에게 동사무소는 임부복을 제공했다. 또 경찰은 주거지도 없는 그가 기초생활수급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을 확인, 동사무소에 신청을 했다. 담당 경찰관은 “사건 피의자이긴 하지만 동시에 사회복지를 받아야 할 사회적 약자이기도 했다”며 “경찰이 직접 지원할 수는 없기 때문에 복지기관에 협조를 구했다”고 말했다. 출산 후 장 씨는 아이를 아직 안아보지 못했다. 장 씨는 아이를 유기한 피의자이기 때문에 아이는 서울시아동보호 전문기관에 보내졌다.

지난 10일 서울 강동구의 한 고시원에서 만난 그는 매우 지친 모습이었다. 출산한지 2주가 지난 그는 성인 한사람이 바듯이 들어갈 수 있는 1평 남짓한 방에서 산후조리를 하고 있었다. 방에는 개별에어컨도 없어 선풍기만 덩그러니 있었다. 장 씨의 이마엔 땀이 송골송골 맺혀있었다. 장 씨는 “이 거처를 마련한 것 마저도 동사무소에서 도와줘서 가능한 일이었다.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장 씨는 이날은 인근 성당에 수녀님을 만나러 간다며 자리를 떴다. 고시원 주인은 “이 곳에 온 뒤로 방에 있을 때도 항상 방에서 불을 끄고 지낸다”며 안타까워했다.

영아유기 사건은 끊이지 않고 있다. 대부분 사회적 편견과 경제적 어려움으로 아이를 키울 엄두가 안나는 사람들이다. 지난 3월에도 20대 대학생이 대전발 충북선 무궁화 열차안 화장실 변기안에서 아이를 낳고 도망가는 일이 있었다. 아이는 청소부에 의해 발견됐지만 이미 숨을 거둔 상태였다. 아이를 낳은 엄마는 사건이 언론에 알려지자 경찰에 자수했다.

전문가들은 혼자서 아이를 낳은 여성들은 대부분 제도권 내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경제적, 사회적 약자가 대부분이라고 분석했다.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관계자는 “현장에서 보면 혼자 아이를 낳는 여성들은 경제적 형편이 안좋거나 인지능력이 부족한 이들이 많은데, 이들은 기본적인 복지에 대한 정보접근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현재 지방자치단체의 조례에 따라 혼인 여부에 상관없이 임신, 출산, 양육으로 생계의 어려움을 겪는 경우는 긴급복지지원을 해주게 돼 있지만 이를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은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혼모 지원 대책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재 있는 긴급지원대책이라도 필요한 사람들에게 제대로 홍보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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