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환불 불가·연락 두절”…SNS마켓의 배신
개인 간 거래 20조…法사각지대
이용자 28% “피해경험 있다”
국회 SNS마켓 단속법 제정추진



A씨는 최근 인스타그램을 통해 옷을 샀다가 불쾌한 경험을 했다. 5만 여명의 구독자를 거느린 ‘인플루언서’(영향력 있는 사람) B씨가 올린 게시물을 보고 상품을 구매했다 낭패를 본 것이다. B씨는 “해외에서 공수해온 원피스”라며 “수량이 얼마 없으니 서둘러 달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그러나 막상 원피스를 받아보니 사진과 너무 달랐고, 미세한 오염까지 있었다. A씨는 당일 판매자에게 환불 의사를 밝혔으나 대답은 “수입 제품은 교환, 환불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A씨는 “평소 믿고 보던 인플루언서의 상품을 주문한 거라 배신감이 더욱 크다”고 말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물건을 파는 ‘SNS마켓’이 급성장함에 따라 소비자 피해도 갈수록 늘어가고 있다. 대다수 판매자가 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고, 카드 결제나 현금영수증 발급을 거부해 납세 의무를 회피하고 있다. 해외 수입, 선주문 후제작 상품이라는 이유로 교환, 환불을 거부하는 경우도 많아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NS마켓을 비롯한 국내 ‘개인 간 거래’(C2C) 시장은 약 20조원 규모다. 전체 온라인쇼핑 시장(110조원)의 5분의 1 수준이다. 현재 인스타그램에서 ‘#마켓’으로 검색하면 183만개가 넘는 게시물이 나온다. 이처럼 최근 SNS마켓이 급증한 것은 진입장벽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물건을 팔기 위해 자본, 쇼핑몰 개설, 사업자등록증, 통신판매 신청까지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SNS를 통해 자유롭게 물건을 사고팔 수 있다. 판매하는 상품도 화장품부터 식품, 의류, 액세서리, 가전제품 등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다.

문제는 개인 간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피해 사례도 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시가 지난 3월 발표한 ‘SNS 쇼핑 이용실태 조사결과’에 따르면 SNS 쇼핑 이용자 중 사기, 환불 거부 등의 피해를 경험한 비율은 2016년 22.5%에서 지난해 28.2%로 높아졌다. 서울시전자상거래센터에 지난해 접수된 인스타그램 쇼핑 관련 피해 민원만 144건(피해 금액 약 2700만 원)이었다.

피해 유형은 환불 및 교환 거부가 113건(78.5%)으로 가장 많았다. 해외 수입, 선주문 후제작 상품이라는 이유로 “교환과 환불이 불가하다”고 미리 공지한 이후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이다. 이외에 입금 또는 배송 후 연락이 두절되거나 인스타그램 계정을 폐쇄하는 경우(13건, 9%), 제품 불량 및 하자(7건, 4.8%) 등도 많았다.

소비자 피해가 잇따르자 정치권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심기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8일 국세청이 탈세 의혹이 있는 개인 판매자의 이름과 전화번호 등 정보를 네이버, 카카오, 페이스북, 구글 등에 요청해 받을 수 있도록 하는 ‘클린SNS마켓법’을 대표 발의했다.

SNS마켓을 통해 상품을 판매하는 사람의 신원을 정부가 더 쉽게 확인하고, 세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다. 전자상거래업자가 주문제작 상품의 범주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환불을 거부하는 행태를 막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업계 관계자는 “SNS마켓은 급속도로 팽창해 시장 규모를 추산하기 어려울 정도”라며 “관련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판매자의 신원과 거래 내역을 투명하게 알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로명 기자/dodo@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